[투데이코리아=이나영 기자] 올해 문화계는 '최초' '최고' '최다'와 같은 말이 쏟아지며 믿을 수 없는 신화의 연속이었다. 금발머리, 파란눈의 외국인들이 K-pop에 흥분해 눈물을 흘리며 '소녀시대', '샤이니' 등 아이돌들을 외치더니 느닷없이 싸이가 '강제 해외진출'을 해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또 영화계의 이단아 김기덕 감독은 한국영화 100년만에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물론 연예인 노예계약, 연습생 성폭행 사건들은 좋지 못한 사건들도 있었지만, '응답하라 1997'과 같은 복고열풍이 마음을 훈훈하게 해주기도 했다. 특히 한글날이 다시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2013년 달력을 넘기는 손길이 뿌듯해지는 한해이기도 했다.

▲ 싸이 '강남스타일' 돌풍.. "오빤 강남스타일"

"오빤 강남스타일"이라는 말이 미국 예일대가 선정한 '올해의 말' 9위를 차지할만큼 가수 싸이(박재상·35)는 '강남스타일'로 전세계에 '말춤 열풍'을 일으켰다. 이 곡은 영국 UK싱글차트와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30여개국 아이튠스 음원 차트에서 정상을 차지했으며,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의 '역대 가장 많이 본 동영상' 순위에서는 사상 최초로 '10억 뷰'를 달성하면서 1위에 올랐다. 또 미국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도 몇 주간 2위를 기록했다. 지난 10월4일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싸이의 무료 콘서트에선 시민 8만여명의 '말춤 동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되기도 했다. 싸이는 '강남스타일'의 인기에 힘입어 MTV 유럽뮤직어워드(EMA)에서 베스트 비디오상을, 아메리칸뮤직어워드(AMA)에서는 뉴미디어상을 받았다. 유튜브 사상 최다 추천(like) 기록을 세워 기네스월드레코즈(GWR)로부터 인증서도 받았다. 싸이는 올 한해동안 세계적인 가수 마돈나, MC해머 등과 공동 공연을 펼치며 국제가수 반열에 올랐다.

▲ 한류열풍, 유럽·미주까지 '강타'

싸이를 선두로 한 한국대중가요(K-pop)와 드라마 등 한국문화의 세계적 확산은 대한민국의 국제적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를 낳았다. 90년대 TV드라마가 일본, 중국, 베트남 등 동남아를 중심으로 퍼지면서 시작된 한류가 영화, K-pop 등 한국문화 전반으로 이어지면서 아시아를 넘어 전세계로 확산된 것이다. 앞서 정부는 2012년 내내 K팝이 스포츠, 음식, 패션 등 여러 분야로 확산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기존 한류를 이끌었던 드라마 등 방송 콘텐츠들도 드라마 위주였던 수출 콘텐츠 장르도 다각화한다. 예능 프로그램은 물론 다큐멘터리까지 수출에 박차를 가하고 포맷 수출과 공동 제작 등도 시도하고 있다. 오는 2013년 문화부도 '풀뿌리 한류'가 뿌리내리는데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 영화 '피에타'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 쾌거

영화계의 이단아로 불리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 '피에타'가 지난 9월 '제6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공식 경쟁부문 최고의 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김 감독은 '제61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빈집'으로 은사자상(감독상)을 받은 바 있으나, 세계 3대 영화제인 베니스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이는 한국영화 100년사의 쾌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충격의 도가니 '연습생 성폭행' 사건

K-pop 열풍으로 많은 청소년들이 아이돌 가수를 지망하고 있는 가운데, 불미스러운 일도 일어났다. 지난 4월 '오픈엔터테인먼트'의 대표 장 모 씨가 미성년자 연습생을 수차례 성폭행한 것. 6명이던 피해자는 총 11명까지 늘어났다. 더구나 피해자 중에는 미성년자인 10대 연습생도 포함돼 있고 소속 아이돌그룹에게도 성폭행을 지시한 뒤 CCTV로 지켜본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확산됐다. 장씨는 2010년부터 10대 청소년 2명을 포함해 소속 연습생 4명을 10여 차례 성폭행·추행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구속 기소됐다. 장씨는 1심에서 성관계가 강압적이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룰라의 고영욱은 지난 3월 김모양(18)에게 연예인을 시켜주겠다며 술을 먹인 뒤 강간한 혐의로 조사를 받기도 했다.

▲ 10월9일 '한글날' 다시 공휴일 되다

1946년부터 공휴일로 지정됐으나 1991년 공휴일이 많다는 이유로 제외됐던 한글날이 다시 공휴일로 지정됐다. 한글날을 공휴일로 지정해 한글의 가치를 기리고 세계인과 소통하는 문화 축제의 날로 승화시키고자 하는 국민, 학계, 정치권 등의 잇따른 청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행정안전부에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개정을 공식 요청했고, 지난 24일 한글날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내용의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령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10월9일 한글날이 2013년부터 다시 공휴일로 지정된다.

▲ 중국관광객 '요우커'들이 관광핵심이다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래관광객은 1978년에 100만명, 2000년에 500만명을 넘어섰으며, 작년에는 980만명을 넘어섰다. 그리고 올해 11월 21일, 1000만명째 외래관광객이 한국을 방문했다. 이러한 외래관광객 급증은 한국대중가요(K-pop) 등의 한류 열풍을 통해 우리나라의 국가 이미지가 개선된 데 기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이중 중국관광객의 대폭적인 증가로 전체 관광업계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그 증가율이 2010년 39.7%에서 2011년 18.4%, 2012년의 경우에는 30%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등 무서운 기세다. 명동의 경우 외국인 관광객의 70~80%는 요우커일 정도로 중국관광객이 명동상권에서 주요 고객으로 자리 잡고 있다.

▲ 연예인 '노예계약' 막는 모범기준 생겼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009년 동방신기 사건으로 불거진 연예인 노예계약에 대한 쐐기를 박았다. 2009년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20개 회사 소속 연예인 230명의 전속계약서 모두에서 불공정조항이 발견됐으며, 그동안 유명 매니지먼트사나 연예인의 매니저를 사칭해 각종 명목의 비용을 징수하거나 취업을 빙자한 사기사건도 빈발했다. 이에 공정위는 이같은 문제에 대해 수입이 발생한 후 45일 내에 연예인에게 정산해야 한다거나 저작권의 권리가 무조건 회사에 귀속되는 것을 금지하는 등 모범거래기준를 마련했다. 새로 제정된 모범거래기준은 연예인이 기획사를 선택하고 거래할 때 필요한 정보를 미리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회사와 대표에 관한 기본적인 정보, 시설 및 인력에 관한 정보, 재무상태에 관한 정보를 공개, 회사별로 청소년 및 여성 연예인에 대한 별도의 인권보호방침을 마련해 공개하도록 정했다. 연예인의 요구가 있으면 기획사는 7일 이내에 회계장부 내역과 입출금 내역을 제공해야 하는 의무도 추가됐다. 많은 분쟁의 원인이 됐던 수입의 경우, 수입 수령일로부터 45일 이내에 정산해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 불황엔 '복고'가 통한다

불황에는 역시 '복고'가 통했다. 올해는 90년대 '신세대'로 불리던 이들이 이젠 30·40대의 구매력 성장과 문화적 욕구 향상으로 90년대 복고가 흥행했다. 영화 '건축학개론'는 이전에 한국에서 멜로 영화 흥행 최고점을 갱신하며 무려 4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어 불붙은 1990년대 복고는 케이블TV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을 통해 과거를 추억하게 했고, 이 드라마에 삽입된 양파, 김동률, 쿨의 노래를 비롯해 김건모, 신승훈, 윤종신, H.O.T, 젝스키스 등 1990년대를 빛낸 가수들의 노래가 재조명을 받았고 리메이크도 잇따랐다. 1990년대에 트렌디 드라마들이 성행하다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지자 갑자기 복고 드라마가 유행한 적이 있다. 경제적 불황 국면에서 불안에 빠진 사람들이 과거의 추억 속에서 위안을 찾은 것으로 보고 있다.

▲ '오디션'의 신화는 계속 된다

엠넷의 '슈퍼스타 k'를 필두로 시작됐던 오디션 열풍은 올해도 이어졌다. '슈퍼스타 k', '위대한 탄생', 'K팝 스타' 등이 시즌제로 진행됐으며, 유사한 프로그램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무엇보다 기존의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자들의 성공이 처음 가시화된 원년이기도 했다. 엠넷 '슈퍼스타K 3' 준우승팀인 버스커버스커가 두 장의 앨범으로 15만 장이 넘는 판매량을 기록했고, SBS 'K팝 스타' 준우승자 이하이가 음원차트 정상을 휩쓸며 맹활약하고 있다. '슈퍼스타K4'의 우승자인 로이킴은 정준영과의 듀엣곡 ‘먼지가 되어’로 각종 음원차트 1위를 석권한 데 이어 ‘휘파람’, ‘힐링이 필요해’ 등으로 숯한 화제를 낳았다. 심지어 취업시장에도 오디션 개념이 도입돼 tvN의 '슈퍼챌린저코리아'라는 프로그램이 제작되기도 했으며, 대구시, 경기과학기술진흥원도 취업 오디션을 진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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