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구재열, 정단비 기자] 올 한해 스포츠계는 전정만리(前程萬里)를 보여줬다고 해도 과언이 없다. 런던 올림픽에서 목표보다 훨씬 높은 '사상 최대' 성적을 거두며 신흥 스포츠 강국으로 떠올랐으며, 펜싱, 여자 사격, 남자체조, 축구 등 주력 종목이 아니었던 곳에서 의외의 메달들을 획득하며 앞으로의 기대감을 심어줬다. 또 야구선수 류현진은 일본이나 다른 나라를 거치지 않고 바로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첫 선수가 돼 한국선수의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을 보여줬으며, 20개월만에 돌아온 김연아는 복귀와 동시에 올 시즌 최고점을 갈아치우며 2014 소치 올림픽의 앞날을 환히 밝히기도 했다.

▲ '런던 올림픽' 사상최대 선전

지난 7월27일에 개막한 '제30회 런던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선수단이 원정 경기 사장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한국은 런던올림픽에서 당초 금메달 10개-종합 10위라는 10-10 목표를 세웠으나, 금메달 13개, 은메달 8개, 동메달 7개를 기록해 종합 5위에 올랐다. 특히 여자 사격과 펜싱, 남자체조에서 양학선의 사상 첫 금메달이 나왔고, 축구에서도 사상 첫 메달을 차지한 바 있다. 양궁 남녀 개인전의 오진혁과 기보배는 '금메달 커플'로 화제를 모았고, 레슬링 자유형 62㎏급 양정모가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이후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긴 이래 동·하계 올림픽 통산 100번째 금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은 판정 번복과 오심 등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은 가운데 얻은 귀중한 성과다.

▲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

류현진은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2573만7737달러33센트(약 280억원)의 응찰액을 제시한 LA 다저스와 입단 협상을 벌인 끝에 6년간 3600만달러(약 390억원)의 거액에 계약을 맺고, 한국 프로 무대를 거쳐 메이저리그에 직접 입성한 첫 선수가 됐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거 첫 시즌 목표로 두 자릿수 승리와 2점대 평균자책점을 꼽았다. 더불어 임창용도 시카고 컵스에 입단하면서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게 됐다.

▲ 프로야구 사상 첫 '700만 관중' 돌파

베이징 올림픽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을 거치며 열기를 더 해가던 프로야구가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단일시즌 700만 관객 돌파를 기록하며 최고의 인기스포츠임을 입증했다. 2008년 525만 관중을 동원, 1995년 이후 13년만에 500만 관중을 넘긴 이후 2009년과 2010년 592만명, 2011년 681만명까지 매해 새로운 관중 역사를 써가던 프로야구는 올 정규시즌 종료 후 집계된 총 관중이 715만6157명을 기록했다. 특히 넥센이 구단 창단 이래 첫 50만 관객을 넘어섰고, 삼성과 SK, 한화가 10% 이상의 관객증가율을 보였으며, SK는 인천 연고 구단 최초로 100만 관객을 돌파하기도 했다. 총 관객수로는 구단 최초로 5년 연속 100만 관객을 달성한 롯데가 66경기에서 136만8995명을 동원해 1위에 올랐다.

▲ 올림픽 축구, 박종우의 '독도 세리머니'

올림픽 축구대표팀의 박종우(23·부산)가 런던올림픽 일본전에서 펼친 '독도 세러머니'로 메달 수여가 보류됐다. 경기 후에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관중으로부터 받아 들고 경기장 안을 달린 것이 문제가 됐다. IOC 규정에 있는 정치적인 행위에 저촉된다는 것. 올림픽 메달까지 박탈될 수 있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현재 FIFA에서 2경기 출전 정지에 3500스위스프랑 벌금 징계를 받았고 현재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징계위원회를 구성해 이 사건을 심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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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배구·프로야구계를 강타한 '승부조작 사건'

지난해 프로축구를 쑥대밭으로 만든 승부조작이 올해 프로배구, 프로야구에서도 적발됐다. 그 결과 올 시즌 주목받던 LG 김성현과 박현준이 시즌이 시작되기도 전 퇴단 조치됐고, 이후 두 선수 모두 프로야구에서 영구제명됐다. 이들은 지난해 '1회 고의볼넷' 등으로 경기를 조작, 브로커로부터 건당 수백만원의 사례를 받은 혐의가 인정됐다. 또 최근 체육 특기생 입시 비리로 양승호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과 정진호 연세대 감독 등이 긴급체포돼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앞서 지난 5월에는 천보성 전 한양대 감독이 같은 이유로 학교징계위원회에 회부돼 해임됐다. 배구계 역시 남녀 전·현직 16명의 선수가 개입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패닉에 빠졌다. 한국배구연맹은 관련자 전원을 영구제명하고 상무는 프로에서 퇴출됐다.

▲ 여자배구 '간판' 김연경, FA 자격두고 '시끌'

2012 런던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여자배구를 4위까지 이끌었던 김연경이 올림픽 직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두고 소속팀 흥국생명과 갈등을 벌였다. V리그에서 4시즌을 보낸 김연경 측은 일본과 터키에서 보낸 기간을 FA 자격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고, 임대 형식으로 일본과 터키 진출을 허락한 흥국생명은 이런 주장에 반대했다. 결국 김연경은 대한배구협회의 중재와 국제배구연맹(FIVB)이 개입하는 과정 끝에 국제이적동의서(ITC)를 발급받아 2012-13시즌을 페네르바체에서 뛰게 됐다. 김연경 사태와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는 프로배구 FA 제도 규정 보강을 한국배구연맹(KOVO)에 요청했지만 기존 구단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이에 대해 구단을 향한 네티즌들의 비난도 만만치 않았다.

▲ '코리안 특급' 박찬호 은퇴

은퇴 기자회견에서 "나는 한국야구 최고의 행운아"라는 말을 남긴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야구선수로써 19년 동안의 현역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박찬호는 메이저리그 아시아선수 최다승 기록인 124승에 2012년 일본에서 1승, 올해 한국에서 5승을 보태 개인 통산 130승을 남겼다. 길었던 메이저리그 생활을 정리하고 2012년 일본으로 선회한 박찬호는 오릭스에 입단해 한 시즌을 보낸 뒤 올해 고향 연고팀 한화 유니폼을 입으며 고국 마운드에 섰다.박찬호는 5승10패에 방어율 5.01이라는 성적을 마지막으로 유니폼을 벗었다. 전설의 선수였던만큼 은퇴 이후 행보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 '1초오심' 신아람 "시간이 그렇게 안 갈지 몰랐어요"

펜싱선수 신아람은 지난 8월31일 '2012 런던올림픽' 펜싱 여자 에페 준결승에서 마지막 1초가 흐르지 않아 독일의 브리타 하이데만의 공격을 3번 막아내고 4번째 공격을 허용해 패한 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지켜보던 국민들도 함께 울었다. 독일 브리타 하이데만과의 여자 에페 준결승전 5-5로 맞선 채 돌입한 연장전에서 신아람은 경기 종료 1초를 남겨두고 세 차례 공격을 막아냈다. 그러나 잔여 시간을 알리는 시계는 그대로 '1초'에 머물렀고 신아람은 네 번째 공격을 허용해 지고 말았다. 비긴 채 경기를 마쳤다면 경기 시작 전 얻은 어드밴티지로 결승에 오를 수 있는 상황이었다. 대표팀 코치진과 대한체육회(KOC)의 항의에도 판정은 바뀌지 않았고, 신아람은 한 시간 넘게 피스트에 홀로 남아 울었다. 세상에서 가장 긴 1초를 뒤늦게 인정한 국제펜싱연맹(FIE)은 특별상을 주겠다고 제안했으나 신아람은 이를 거절했다.

▲ 김연아 '여왕의 귀환', 복귀하자마자 시즌 최고점

20개월만에 돌아온 피겨여왕 김연아가 화려한 복귀를 했다. 지난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이후 두 차례 세계선수권대회에만 나서며 사실상 은퇴의 길을 걷는 것으로 예상됐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이라는 새로운 꿈을 목표로 잡은 김연아는 올해 7월 빙판 복귀를 선언했다. 또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 도전하겠다고 밝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오랜만에 빙판에 선 김연아는 지난 8~9일 독일 도르트문트에서 열린 2012 NRW트로피 대회에서 종합 201.61점을 받으며 올시즌 여자 싱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체력적으로 버틸 수 있을까, 기량이 줄지는 않았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기우였다. 김연아는 개인 통산 네 번째 200점대 기록을 작성하며 2014년 소치 올림픽의 밝은 전망을 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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