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역사서 방사성 발암물질 기준치 초과

지난 4월 서울 지하철 일부 역사의 실내 공기에서 방사성 발암물질인 라돈이 권고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희대 대기오염 연구실 김동술 교수팀이 서울시 의뢰로 작년 9∼11월 실시한 조사에서 밝혀진 사실이다.

서울 지하철 1∼8호선 역사 중 44곳을 대상으로 한 '공기 중 라돈 실태 조사'에서 승강장 가운데 5곳과 대합실 중 4곳은 실내공기질 권고기준을 초과했다. 라돈은 화강암 같은 암반이나 토양, 지하수 등에서 공기 중에 방출되는 자연 발생적 방사성 기체로 세계보건기구에서 '흡연에 버금가는 폐암 유발요인'으로 지목할 만큼 위험성이 높은 물질이다.

서울시는 라돈농도가 높은 지하철 역사에 대해 환풍기 가동시간을 하루 6시간 40분에서 15시간 이상으로 늘리고 올해 연말까지 배수로 덮개 밀폐 보완 작업을 마칠 계획이다. 발암 물질인 라돈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서울 지하철 안의 공기가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이 지하철 공기 통로에 있는 환기구를 살펴보니 거기서부터 심각하게 오염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철 환기구는 지하내의 터널과 승강장으로 공기를 들여보내는 흡기구와 다시 내뿜는 배기구로 구성돼 지하내의 공기를 담당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환기구의 외부 관리 모습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환기구가 버스 승강장으로 쓰이기도 하고 노점상들이 점령하기도 한다. 상인들이 내놓은 물건들로 환기구 통로가 막히고 바로 옆에서 공사 작업이 이뤄지기도 한다.

환기구 내부는 더 심각하다. 입구에서부터 악취가 나고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먼지가 곳곳에서 날린다. 빗물과 먼지가 섞여서 곳곳에 엉겨붙어 있고 환기부 벽은 심하게 녹이 슬어 있는 상태라서 쉽게 쇳가루가 떨어지는 상태다. 이 환기구를 통해 승강장 안으로 공기가 들어간다. 결국 이 모든 부유물을 지하철 이용객들이 들이마신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서울메트로 측에서는 그동안 지하철 내부공기에 별 문제가 없다고 밝혀왔다. 지난해 서울메트로가 자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하터널 내 미세먼지농도가 최대 기준 150의 10배가 넘는 무려 1743마이크로그램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메트로가 실제 지하터널의 공기 위험상태를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비난과 관련해 서울메트로 환경관리팀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며 해명에 나섰다. 지하철 환기구 내에서 악취가 나고 오염된 공기가 바로 환기구를 통해서 지하(승강장)으로 들어간다는 점에 관해서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서울메트로는 지하철 지하역사의 공기 정화 및 순환시스템은 급기구에서 외부공기를 흡입한 후 1차로 휠터(여과)장치를 거치고 2차로 고성능 공기정화장치를 거쳐 깨끗이 정화된 후 역사 내로 주입된다고 했다. 환경관리팀은 “역사 내의 공기는 다른 방향에서 배기장치를 통해 밖으로 배출된다. 따라서 모든 부유물이 그대로 지하로 들어간다는 말은 시스템을 전혀 모르고 말하는 것이다. 마치 수돗물의 수질을 말함에 있어 정수장을 거치기 전의 팔당원수 수질을 수돗물의 수질이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터널안 미세먼지 농도가 최고 1,743㎍/㎥이나 되어 기준보다 10배 이상 높았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언급된 측정치의 경우 군자차량기지 분소에서 콘크리트 도상화 공사를 하면서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해 노사가 합동으로 측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작업자의 보호를 위해 지하와 같은 특별한 장소에서 공사시 공사장소의 작업환경을 측정토록 돼 있다.

콘크리트 도상화 작업이란 레일밑의 자갈을 콘크리트로 개량하는 공사로 연차 사업으로 진행 중인데 이 경우 자갈을 흡입차로 빨아들이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먼지가 생기나 작업시에는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물을 살포하고 작업을 하고 있어 보통 400~500㎍/㎥이내 농도의 먼지가 일시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당시 1,743㎍/㎥의 먼지가 발생했던 이유는 작업자가 물을 제대로 뿌리지 않은 상태에서 흡입차를 가동시켜 생겼던 것으로 극히 예외적인 사례라고 주장했다.

지하역사 공기질 관리는 '다중이용시설등의실내공기질관리법'에 의거 미세먼지, 이산화탄소, 포름알데히트 등 4개 항목에 대하여는 년 1회, 이산화탄소, 라돈, 휘발성유기화합물, 석면, 오존 등 5개 항목에 대하여는 2년에 1회 측정 관리토록 하고 있다. 서울메트로의 경우 이와 같은 규정에 따라 관리하고 있으며, 97개 지하역사의 미세먼지는 모두 기준치(150㎍/㎥)에 미달하고 있으며 전동차내 미세먼지 또한 대중교통수단 실내공기질 관리 권고기준(250㎍/㎥)대비 80% 수준으로 기준치에 미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메트로측은 급기환기구의 경우 초기 지하철로 환기구 높이가 타 지하철과 달리 지면과 같이 설치돼 있어 노점상 점유 등 관리상의 어려움이 있어 단계적으로 환기구 인상공사를 시행중에 있다고 밝혔다. 서울지하철은 현재 1,2기 지하철 모두 2010년까지 전 역사에 스크린도어를 설치 완료할 계획이므로 향후 지하공기질은 더욱 향상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지하역사 공기질 및 석면관리의 신뢰성 및 투명성 확보를 위해 학계, 전문가, 시민단체, 언론단체, 정부기관 서울메트로 노사 등 19명으로 구성된 '서울메트로 환경관리 시민감시위원회'를 발족해 지하철 시설내의 환경관리를 주관해 감시하고 평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경부 조사에 의하면 지난해 일부 지하철역에서 미세먼지가 기준의 2배를 넘었고 벤젠과 방향족 탄화수소로 이뤄진 인체에 해로운 휘발성 유기 화합물도 절반 이상이 기준치를 넘었다. 따라서 그동안 서울메트로가 지하철 오염을 사실상 방치해 뒀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서울메트로가 올해 환경 관련 예산으로 쓰고 있는 돈은 수백억 원이 넘는다. 그 예산이 과연 효과적으로 쓰이고 있는 것인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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