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1년 중 가장 풍성한 때가 바로 추석이다. 비록 불황이 오래 지속되면서 살림살이가 더욱 고단해진 서민들의 어깨가 많이 처졌다고는 하나, 예나 지금이나 추석은 우리민족 최대의 명절이다. 곳곳에 흩어져 살던 가족들이 모처럼 한 자리에 모여 수확의 기쁨도 나누고, 함께 성묘도 하며,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일깨우게 되는 날…그래서 추석은 기다려지는 날이고, 가슴 설레이는 날인 것이다.

하지만 올해에는 영 추석 기분이 나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지독하게 무더웠던 여름 내내 아프가니스탄 인질 사태와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검증 논란 등으로 조용할 날이 없더니 한가위를 지나 가을의 문턱에 성큼 들어선 지금도 혼돈스럽기는 매한가지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후보 경선 등으로 여간 시끄럽지 않지만, 국민의 관심은 온통 신정아-변양균 사건과 정윤재 전 청와대 비서관의 비리 연루 의혹 등 대형 스캔들에 고정돼 있다. 길었던 추석 연휴기간 만나는 사람마다 신정아-변양균이라는 이름과 이들이 일으킨 세기의(?) 스캔들에 대한 얘기로 시간가는 줄을 몰랐고, 이들 사건은 추석이 지난 지금도 한동안 모든 화두를 압도할 태세다.

10월 초로 예정된 제2차 남북정상회담과 석 달도 채 남지 않은 대선 같은 초대형 현안들이 이들 스캔들에 밀려 사회적 담론으로 형성되지 못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노릇이다. 국정의 중대사들이 이들 스캔

들에 완전히 밀려나는 판국이다.

서민 경제를 비롯한 민생문제를 들먹이는 건 오히려 입만 아픈 형국이다. 날씨마저 오락가락 하면서 사회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썰렁해진 가운데, 아직도 제주도는 태풍 '나리??로 인한 사상 최대의 풍수해로 인한 피해 극복에 한창이라고 한다. 길었던 추석 연휴가 마무리되고 이제 일상으로 돌아와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는 지금, 우리의 주변은 물론 우리 사회 전반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한번쯤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권선택/국회의원, 국민중심당 사무총장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