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 지난 20년간 정몽준 명예회장 영향력 아래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정몽준 명예회장 사촌 정몽규, 회장 도전에 '눈총'
'잿밥'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축구사랑보다 돈·정치력 중시할 때 비리 증가 우려

[투데이코리아=구재열 기자] 최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차기 대한축구협회장 출마를 선언하면서, 축구계에서도 현대가(家)의 대물림이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국의 대기업의 경우 스포츠를 통해 많은 사회환원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또 이때문에 스포츠계에서의 영향력도 발휘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축구계 같은 경우, 성공적인 2002년 한·일월드컵 개최에 이바지한 정몽준(62) 대한축구협회 명회회장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가 없다.

이에 정몽준 명예회장이 지난 1993년부터 16년간 이끌던 대한축구협회에 그의 사촌동생인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51)이 출마하자 '대한축구협회가 현대가의 계열사처럼 치부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대가 세습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사실 정몽준 명예회장이 지난 2009년 명예회장으로 물러나면서 내세운 조중연 회장 역시 정 명예회장을 십수년간 보좌한 그의 영향력 아래 있던 사람이었다. 연간 예산이 1000억원으로 대한체육회와 맞먹는 큰 단체인 대한축구협회가 지난 20년간 현대가의 아래에 있었던 것이다.

또 이러한 거액의 예산이 있다보니 횡령, 절도 등 있을 수 없는 일도 일어나고 있으며, "축구협회 회장 자리가 염불보단 잿밥에 관심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더구나 스포츠조선이 한 협회관계자의 말을 빌려 보도한 것에 따르면, 정 명예회장은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을 통해 인력은 파견했지만 사재를 출연한 적은 없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정몽규 회장과 함께 축구협회 회장 선거에 출마한 허승표(67) 피플웍스 회장은 정 회장의 출마에 대해 "누가 봐도 현대가 세습으로 보인다"며 "정몽규 회장이 자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시점에서 이런 구조로 간다는 것은 한국 축구를 위해서 조금 피했으면 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이같은 말은 "화려한 치장 뒤의 한국 축구가 막다른 골목을 향해 걷잡을 수 없이 치닫고 있다는 위기 의식이 나를 다시 이 자리에 불러 세웠다"는 허 회장의 출마의 변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축구계가 현대가 아래에 있으면서 좋지 않았던 일들이 많이 일어났던 것을 두고 한 말로 풀이된다.

축구협회는 조 회장이 조광래 전 A대표팀 감독의 밀실 경질, 횡령과 절도를 한 회계 담당 직원에게 거액의 특별위로금(약 1억5000만원) 지불, 박종우 독도 세리머니와 관련한 저자세 외교 등의 일들로 축구팬들 사이에서도 "썩을 대로 썩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한 축구팬은 "현대가는 16년을 하고도 또 4년? 축구협회는 진정으로 축구를 사랑하고 일선에서 일을 해본 사람이 되야 한다"며 "돈과 정치력으로 하는 축구협회 운영은 안될 말"이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몽규 회장은 "축구인을 대표하는 16개 시도협회장과 8개 산하 연맹 회장 등 대의원의 투표를 통해 회장을 선출한다. 세습과 승계라는 말은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정몽준 명예회장은 대한체육회장 선거 후보 하마평에도 오르고 있으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되기 위해 선거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도 있다.

아울러 정 명예회장의 또다른 사촌동생인 정몽원 한라건설 회장(57)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본선 진출을 공약으로 내걸로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 선거 출마하기도 했다.

정몽원 회장은 대의원들에게 50억원을 투자하겠다며 지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잘나가는 하키협회에 숟가락 올려 지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이스하키협회는 서울목동아이스링크 사업을 운영하고 있어 재정적으로 큰 어려움이 없으며, 대표팀 성적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어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유망한 종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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