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생기고 노래 잘하는 씨엔블루 정용화 ... 방송, 영화 진출도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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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김범태 기자] 그가 잠시 턱을 괴고 고민하더니 밴드그룹 씨엔블루(CNBLUE)의 멤버 정용화를 꼽았다. 잘생긴데다 노래도 잘하기 때문에 뮤지컬 무대에 썩 잘 어울릴 것 같다는 게 이유였다. 정용화는 지난 2009년 장근석, 박신혜, 이홍기 등과 함께 드라마 ‘미남이시네요’에 출연하며 가창력과 연기력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그동안 다수의 작품에서 러브콜을 받았지만, 음악활동에 집중하느라 뮤지컬 무대에 서지는 않았다. 그녀의 말대로 정용화가 뮤지컬에 데뷔한다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자못 궁금하면서도 흥미로웠다.

그는 아이돌 가수의 뮤지컬 도전에 꽤 긍정적이다. 이미 기획사 트레이닝 과정에서 많은 교육을 받았기에 기본기도 탄탄하고,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기 때문이란다. 처음엔 자신 역시 아이돌 스타라는 선입견에 혹 겉멋이 들어가지 않았을까 생각했지만, 지금까지 접해본 아이돌 출신 뮤지컬배우들은 오히려 순수한 면이 더 많았던 것 같단다.

신의정은 지난해 ‘콩칠팔 새삼륙’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한 단계 더 성장했다. 이 작품은 1931년 4월 영등포역에서 기차선로에 뛰어든 두 여인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창작뮤지컬. 경성에서 사랑에 빠진 두 여인 ‘홍옥임’과 ‘김용주’의 이야기를 픽션으로 풀어냈다. 그간 공연계에서 잘 다뤄지지 않았던 여성 사이의 사랑에 주목해 관심을 모았다. 상대역이었던 최미소와의 동성간 키스신도 장안의 화제였다.

“이 작품을 하면서 기본을 다시 배운 것 같아요. 당시 연출님이 매회 공연을 보면서 상대의 단 한 마디 대사도 건성으로 듣지 않도록 꼼꼼하게 지도하셨거든요. 연기는 결국 나 혼자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배웠죠. 진심을 담아 무대에 오른다는 게 어떤 건지 답을 내려주신 것 같아요”

‘콩칠팔 새삼륙’은 분명 어려운 작품이었지만, 남다른 의미를 남겼다. 자칫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었던 그를 새롭게 일으켜 주었다. 무엇보다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라는 다짐을 갖게 했다. 많은 것을 깨닫고 공부했다. 그리고 작품이 막을 내렸을 때, 평단은 그에게 ‘연기의 스펙트럼이 한 단계 더 진화했다’는 호평을 내놓았다.

‘콩칠팔 새삼륙’이 ‘지킬앤하이드’의 ‘루시’를 만드는데 도움이 된 것은 물론이다. 특히 이룰 수 없는 절절한 사랑과 애틋한 마음을 담아내는 법을 터득했다. 관객에게 더 자연스럽게 ‘루시’의 진심을 투영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이제 신의정을 향해 ‘표현력이 참 좋은 배우’라고 말한다.

지난 8일 ‘지킬앤하이드’ 제작발표회에서 신춘수 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는 이번 시즌 공연에 대해 “마치 다른 작품을 보는 것 같은 또 다른 느낌으로 구성했다”며 “세대교체를 이루겠다”고 자신했다. 그렇다면, 신의정은 출연배우로서 이 의견에 동의할까.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가 활짝 웃으며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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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이죠. 제가 봤을 땐 (세대교체에)많이 성공했어요. 무엇보다 새로운 ‘지킬’을 연기한 윤영석, 양준모 두 선배가 매번 소름 돋을 만한 열연을 펼쳐 주셨어요. 덕분에 저희는 ‘숟가락’만 얹고 갈 수 있었죠. 죄송하면서도 감사해요”

그의 말대로 이번 시즌 ‘지킬앤하이드’ 출연진은 역대 어느 캐스트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드라마틱한 공연을 펼쳐내고 있다. 신의정은 “아마도 배우들의 혼신을 다한 연기가 관객의 가슴을 진심으로 두드렸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라며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신의정은 관객에게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예쁜 모습으로 보일지를 계산하거나 고민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꾀를 부릴 줄 모른다. 어쩌면 그것이 배우로서 그의 가장 큰 장점일는지 모른다. 무대에서 객석으로 한 걸음이라도 더 진정성 있게 다가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팬들에게 ‘인간적인 배우’로 기억되길 원한다. 인성이 좋은 배우 말이다. 꾸밈이나 가식 없이 오랫동안 편안하게 사람들의 가슴에 녹아있는 배우이고 싶다고 했다. 살아가는 모습이 무대에서 그대로 표출된다는 생각에 하루하루를 더 진실하게 살기 위해 애쓴다.

신의정은 요즘 들어 무대에서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졌다. 노래 욕심도 부쩍 늘었다. 때문에 노래 연기를 잘 할 수 있는 작품에 자꾸 시선이 간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작품도 ‘아이다’ ‘시카고’ 같은 뮤지컬이다.

그동안 오롯이 뮤지컬 무대에만 서 왔던 신의정은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방송이나 영화 등 다른 분야로 진출하고 싶다는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라며 선을 긋는다. 표현력이 좀 더 디테일해질 수 있는 연륜이 생기면 도전해보고 싶단다.

“나문희 선생님을 정말 존경해요. 때론 푸근한 엄마 같으면서도, 때론 엄청 무서운 아줌마 같은 상반된 모습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보여주시잖아요? 저도 주인공을 욕심내기보다, 그때그때 나이에 맞는 적정의 느낌을 전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찻잔 위의 커피가 다 식었다. 약속된 시간이 금세 지났다. 인터뷰를 마치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그가 ‘지킬앤하이드’의 관객들에게 전하는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는다. 그 모습이 참 진솔하면서도 예쁘게 다가왔다.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무대에서 관객 여러분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져요. 그러니까 더 집중해서 연기에 몰입하게 되고, 캐릭터에 파고들게 되는 거 같아요. 큰 호응을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응원 부탁드릴게요. 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사진: 박민철(스튜디오 블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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