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정동영은 여유,이해찬은 통일무드,손학규는 일자리 강조

대통합민주신당 대전,충남 합동 연설회를 위해 1일 대전 배재대를 찾은 정동영 후보, 손학규 후보, 이해찬 후보는 모두 제각기 갈고 닦은 연설문을 발표했다. 제한된 20분의 시간을 남김없이 사용하면서 대전,충남 지역 선거인단의 마음을 휘어잡으려 노력하는 것은 모두 공통된 모습이었다.

그러나 세 후보의 연설 내용이나 태도는 사뭇 달랐다.

<사진설명=합동연설회 개회 직전 각자 원고를 읽고 있는 손학규,정동영,이해찬 후보>

◆이해찬, 남북정상회담에 기대 표출,'버럭해찬' 이미지 되살아나

가장 먼저 단상에 오른 이해찬 후보는 또박또박한 특유의 말투가 오늘따라 더욱 두드러졌다. 이 후보는 내일(2일)로 다가온 2007 남북정상회담을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이 후보는 "이제 남북정상회담에 따라 큰 변화가 올 것"이라며 "국가보안법은 낡은 개념이다. 내년 18대 총선을 통해 구성한 새 국회가 열리자 마자 국보법을 폐지하겠다"고 공약을 내거는가 하면, "예비군과 북한의 노동적위대는 냉전 시대의 산물이므로 내년에 바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소 흥분한 어조로 중간중간 연설이 끊기기도 했으며, 물을 자주 들이키기도 했다.

이 후보는 또 "자신은 이명박 후보의 후안무치함을 잘 안다"면서 "어지간한 후보로는 이길 수 없다"며 강력히 공격하기도 했다. 다소 인신공격성 발언으로 들리는 대목이다.

이 후보는 아울러 이명박 후보의 대미 정책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미국대통령을 상전처럼 가서 만나는 낡은 사고방식의 소유자인 모양"이라고 비판도 가했으며, "이명박 후보의 대북 정책은 6자 회담에 공을 들이고 있는 미국에서도 환영받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세종신도시를 어필하는 과정에서도 '관습헌법'을 주장한 대다수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에 대해 "엄연히 성문법국가인데"라며 격앙된 어조로 비판을 가하는 등 강한 이미지를 남겼다.

전반적으로 강한 공격으로 '버럭 해찬'이라는 과거의 이미지가 다시 부각되는 모습이었으며, 이는 지난 달 30일 부산,경남 지역 경선에서의 석패가 큰 아쉬움과 부담을 남긴 여파로 읽힌다. 남북 정상회담의 성사에 가장 강하게 환영하면서 밝은 미래를 기대하는 등 대북화해무드에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후보로서의 이미지를 다지기도 했다.

◆정동영, 1위다운 여유 속에 중통령 강조

우선 각 지역에서 모두 1위를 기록, 여유있게 앞서가고 있는 정동영 후보는 유머를 구사하는 등 한결 수월하게 연설회에 임하는 모습이었다.

정 후보는 자신의 경쟁자인 손학규후보측이 건 펼침막에 대해 "손학규 후보를 대통령으로, 저를 외교부 장관으로 써 주시니 감사하다. 그러나 이왕이면 대통령을 하고 싶다"며 좌중의 웃음을 유도하기도 했다.

정 후보는 또 중통령이라는 자신의 공약을 강조하면서, 대권을 잡으면 중소기업을 살리겠다는 포부를 조목조목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1위 후보다운 여유에도 불구, 최근 터져 나온 자신의 측근이 연류된 것으로 보이는 노무현 대통령 국민경선 명의도용과 줄곧 터져나오는 동원경선 논란 때문에 웃는 낯으로만 연설을 매듭짓지는 못했다. 정 후보는 "자기가 차를 동원하면 카풀이고 남이 동원하면 차떼기라고 하느냐" 등 비유를 섞어가며 상대 후보드의 예봉을 미리 차단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또 명의도용에 대해서는 "일부 지지자들이 열정이 지나쳤다. 사과드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일부 문제점이 부각되지 않도록 봉합을 시도하면서, 애써 띄워올린 대세론이 계속 이어지길 바라는 '안전 드라이브' 분위기로 연설을 이어나간 점이 눈에 띄었다. 문화방송의 방송기자와 뉴스진행자 경력이 대중연설에 큰 도움으로 작용한다는 세간의 평가가 특히 맞아떨어지는 하루였다.

◆손학규,일자리 대통령 강조하면서 중간중간 재치

손학규 후보는 경선 불복과 이어서 경선본부 해체를 선언한 뒤 홀가분하게 마음을 비운 듯, 크게 기교나 강한 이슈를 내세우지는 않으면서 합동연설회에 나섰다.

손 후보는 세종신도시에 민감한 충남,대전 지역민을 의식한 듯 이에 대한 언급을 했으나, 이해찬 후보나 정동영 후보처럼 웅변을 하는 대신 "나는 경기지사임에도 불구, 신도시에 찬성했던 사람이다"라고 호소하는 등 진심에 호소하는 방식을 택했다.

손 후보는 또 일자리 대통령론을 재차 강조했다. 그 스스로 "나는 섹시하게 이야기를 풀어내질 못한다(제대로 군중에 어필하거나 이슈거리를 창조하지 못한다)"고 고민했으나 이번 칩거 파문 이후 그냥 있는 그대로 자신을 드러내기로 방침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기교가 없고 대중을 선동할 만한 웅변이 없는 연설이었다.

그러나 손 후보는 자신을 칩거로까지 내몬 동원경선 논란 등 각종 경선비리의혹에 대해서만큼은 매서운 논박을 가했다. 손 후보는 "여성 의원이 폭행당하고 대통령이 명의 도용을 당하는 마당에 사과 한 마디로 되는 게 아니다"라며 따끔히 꼬집기도 했다.

아울러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 대해서도 필승 의지를 분명히 밝히며 당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등 "조용한 가운데 할 말은 다 했다"는 평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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