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진 연기 뽐내는 조연배우와 맛깔난 앙상블의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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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려령 작가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창작뮤지컬 ‘완득이’가 연일 관객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내며 공연 레이스의 중반을 넘어서고 있다.

뮤지컬 ‘완득이’는 ‘꼽추’라고 놀림 받는 장애인아버지와 달동네에 살고 있는 열여덟 살 소년 ‘도완득’의 성장기를 그린 작품. 돈도, 빽도, 공부에도 관심 없는 ‘완득이’와 거칠지만 속 깊은 ‘똥주 선생’, 자식을 위해 헌신적으로 살아가는 베트남 출신 ‘엄마’ 등 주변인들의 삶을 따스하게 펼쳐낸다.

어려운 환경이지만 밝고 명랑한 모습으로 인생의 진정한 행복과 가치를 찾아 나서는 ‘완득이’의 모습을 통해 훈훈한 감동을 선사한다. ‘완득이’ 역의 한지상과 정원영, ‘똥주 선생’ 역의 서영주, 완득이의 첫사랑 ‘윤하’ 역의 이하나가 풀어내는 호연도 기대이상이다.

그러나 이 작품이 더욱 탄탄해질 수 있었던 건 찰진 연기를 선보이는 조연배우와 맛깔난 앙상블의 조합이다. 이들은 주인공 ‘완득이’의 주변에서 극의 전반을 더욱 밀도 있게 구성해가는 에너지다.

아들에 대한 진한 사랑이 그대로 객석까지 전해지는 ‘아버지’와 지적장애를 가졌지만 마음만은 따뜻한 ‘민구삼촌’의 어수룩한 연기는 보는 이들의 입가에 절로 미소를 짓게 한다. 특히 이들이 ‘트윈스’란 이름으로 극중 모란시장에서 스타킹과 깔창을 파는 신은 완벽한 호흡과 함께 객석의 호응을 유도한다. 관객의 박수를 이끌어내는 장면은 이 작품의 또 다른 완성을 보게 한다.

‘하느님’ ‘씨불놈’ ‘똥주 아버지’ 등 1인3역의 이정수는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다. 극의 요소요소에 예상을 깨고 깜짝 등장해 웃음과 활력을 준다. ‘똥주 샘’과 상욕을 퍼부어가며 티격태격하던 그가 어느 순간, 순백의 의상을 입고 ‘신(神)’이 된다. ‘우리 인생 최고의 반전’이라는 이 작품의 부제는 마치 그를 두고 하는 말인 듯싶을 만큼, 예상 못한 시점에 예상 못한 캐릭터로 출연해 반전의 재미를 더한다.

‘하느님’이 무대에 직접 출연하는 것은 앞서 제작돼 500만 관객을 동원했던 영화와 가장 다른 점. 자칫 지루하고 딱딱하게 전개될 수 있는 스토리를 완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소설과 영화보다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한 제작진의 마음이 엿보인다.

‘완득이’에게 “킥봑싱”을 알게 한 인도네시아 출신 불법체류자 ‘핫산’은 출연 빈도는 그리 높지 않지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들의 감칠맛 나는 연기는 가난하지만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달동네 사람들의 신나고 애잔하고 코끝 찡한 스토리를 실제적으로 빚어낸다.

뮤지컬 ‘완득이’를 더욱 반짝반짝 빛나게 하는 건 앙상블이다. 이 작품에서 앙상블은 단순히 ‘보조출연’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한 명, 한 명이 단단한 캐릭터를 구축한다. 그러나 각각의 개성을 드러내면서도 모래알처럼 흩어지거나 튀지 않는다.

앙상블은 교실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첫 신부터 생기발랄한 호흡을 불어넣는다. 마치 영화 ‘시스터액트’의 철없는 수녀들을 연상시킨다. 체육관에서의 박력 있는 군무는 이 작품에 생동감을 옷 입힌다. 킥복싱을 이용한 다이내믹한 무대는 역동성을 더한다. 이들은 대사의 한 구절처럼 뮤지컬 ‘완득이’가 가진 “기초체력”이다.

박진감 넘치는 킥복싱 장면 등 영화와는 또 다른 생생한 재미와 감동을 만날 수 있는 창작뮤지컬 ‘완득이’는 오는 3월 23일까지 공연한다. 홍익대학교 대학로 아트센터 개관작품이다. 티켓 가격은 1층 5만원, 2층 3만원.

* 사진제공 = 에이콤 인터네셔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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