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경쟁력 하락· 日관광객 감소…국제사회 "환율전쟁 우려"



[투데이코리아=정단비 기자] 일본에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노골적으로 엔저 정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급격한 엔화가치 하락 현상으로 국내 수출기업들의 피해가 속속히 나타나고 있다.

보통 원·엔 환율이 1% 떨어지면 국내 총수출은 0.92%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주당 160만원까지 넘봤던 삼성전자 주가가 4일 연속 하락하며 장중 140만원 선이 무너졌다. 나흘동안 시가총액은 14조 원 가량 줄었으며, 모건스탠리 등 외국계 창구에서 매도세가 강하게 나타나며
하락세를 이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엔저현상'으로 인한 수출 실적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는 분위기때문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지난해 말 원·엔 환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하더니 1200원 선도 어렵게 되자, 자동차·부품· 철강 등 수출 경쟁력 하락 우려는 물론 일본인 관광객 감소에 여행·항공업계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일본 토요타·혼다·닛산 등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현대·기아차는 최근 한 연구에서 엔화 가치가 1% 떨어지면 현대차 수출량도 0.96%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된 것처럼 초비상 상태이다. 실제 현대차와 기아차의 달러 기준 시가총액은 현재 656억5300만달러로 지난해 10월 말보다 23억달러나 줄었다.

더구나 한국은 일본과 주요 50대 수출 품목 중 26개가 중복되고 있어 자본력이 약한 수출 중소기업들의 큰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또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이달 들어 한국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의 수는 지난해보다 20% 가까이 줄었다.

실제 롯데호텔의 지난해 4분기 일본인 투숙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30%가량 감소했으며, 호텔신라의 4분기 영업이익은 일본인 투숙객 감소 영향으로 30∼40% 줄어든 200억 원대에 머물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신라호텔은 오는 7월 말까지 아예 문을 닫고 전면적인 개·보수 공사에 들어간다.

이뿐 아니라 농수산식품 생산, 수출에도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이다. 인기가 높아 지난해만 수출이 35%이상 늘었던 국내 재배 파프리카는 농가 경영비가 올라가는 상황에 엔저 현상 때문에 5kg 상자에 약 4000~5000원 손해를 보고 있다.

일본으로 나가는 물량이 전체 수출 물량의 3분의 1에 달하는 농수산물 수출에 엔저현상은 피해갈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일보는 최대 1달러에 100엔까지 끌어내리겠다는 심사를 드러내며 강력한 양적완화를 추진하고 있어, 한국 이외에도 유럽과 중국 등 세계 각국은 환율 전쟁을 경고하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재 정부는 '외화규제 3종세트'를 강화한 자기자본 대비 선물환 보유액 비율인 선물환 포지션 한도와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외환건전성 부담금 등을 대책으로 거론하고 있다.

코트라는 엔저현상으로 특히 중소기업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하고 중소기업에 맞춘 대응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지식경제부와 한국무역협회도 현재 엔저에 대비한 환관리지원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현재 30여명인 기업금융부 산하 컨설팅팀 인원을 20% 늘려 일본 수출 기업을 집중적으로 무료 컨설팅을 해줄 예정이다. 기업은행은 기업체가 영업점에 신청하면 언제든지 본점 직원이 현장 방문 상담에 나서는 '환 위험 관리 컨설팅'을 준비했으며, 외환은행은 일반 수출기업, 유망 중소기업 등 국내 수출기업의 수출환어음매입(NEGO) 건에 대해 고시금리보다 낮은 금리 적용을 적용해주는 '수출기업 NEGO지원 특별펀드'규모를 현재 5억달러에서 10억달러로 불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편 최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연례 회의에서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환율 조작 위험이 있다는 표현을 쓰면서 일본을 비판하며 엔저를 저지하기 위해 G20 차원에서 공조하겠다는 뜻을 비추기도 했다. 영국 중앙은행 총재도 일본발 환율 전쟁에 불만을 나타냈고, 중국 역시 '돈 찍기'라는 표현으로 통화 전쟁을 경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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