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침데기 엄친딸 ‘윤하’ 역 맡아 상큼발랄 매력 ‘폴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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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김범태 기자] 창작뮤지컬 ‘완득이’는 어려운 환경이지만 밝고 명랑한 모습으로 인생의 진정한 행복과 가치를 찾아 나서는 주인공 ‘완득이’의 성장과정을 유쾌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꼽추’라고 놀림 받는 장애인아버지와 달동네에 살고 있는 반항심 가득한 열여덟 살 사춘기 소년이 주변사람들을 통해 잃어버린 희망을 찾아가는 내용.

마치 팝업북처럼 아기자기하게 꾸민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위트 넘치는 스토리와 신나는 음악, 박진감 가득한 안무는 150분간의 러닝타임을 전혀 지루하지 않게 꽉꽉 채운다. 여기에 한지상, 정원영, 서영주 등 실력파 배우들의 안정감 넘치는 연기는 작품을 더욱 차지게 빚어냈다. 이중에서도 반짝반짝 빛나는 배우가 있다. 바로 완득이의 첫 사랑 ‘윤하’ 역을 맡은 이하나가 그 주인공이다.

‘윤하’는 전교 1등에 얼굴도 예쁜 ‘엄친딸’. 게다가 34-24-34의 고딩 답지 않은 볼륨감 있는 몸매를 소유한 ‘퀸카’다. 하지만 도도하고 새침데기 같은 성격으로 친구들 사이에선 은근히 따돌림을 당한다. 자신을 이해해주고 아껴주는 ‘완득이’를 만나 알콩달콩 풋사랑을 키워간다.

이하나는 이 작품에서 소녀적 감성으로 귀엽고, 앙증맞은 사랑스런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떨어지는 낙엽에도 까르르 하고 웃음을 터뜨릴 것만 같은 사춘기 소녀의 감정을 잘 표현했다. 새침하지만 풋풋하고, 발랄하지만 천연덕스런 ‘윤하’의 모습을 자신에게 옷 입혔다.

얄미울 만큼 똑소리 나는 우등생 ‘윤하’ 연기를 정말 자연스럽게 풀어낸다 했더니 이하나 자신이 ‘엄친딸’이었다. 계원예고 출신인 이하나는 5.0 만점에 4.5의 우수한 성적으로 학교를 졸업했다. 아무래도 ‘윤하’ 역을 소화하면서 학창시절을 떠올리면 많은 도움이 됐을 듯 하다.

“사실 그때를 많이 떠올리긴 했죠. 하지만, 저 자신보단 주변의 친구들을 주로 생각했어요. 특히 중학교 때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예쁘고,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는 정말 누가 봐도 완벽한 ‘엄친딸’ 단짝친구가 있었거든요. 지금은 외국에서 살고 있는데, 그 친구의 존재가 캐릭터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됐어요”

이하나는 이 작품에서 원작 소설이나 영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던 새로운 ‘윤하’를 창조해냈다. 완벽한 듯하면서도, 다소 ‘허당’ 기질이 있는 모습을 만들었다. 특히 ‘완득이’ 앞에서 눈물을 보이며 긴 호흡으로 코를 푸는 신은 관객에게 ‘윤하’가 더욱 인간적이고, 친근하게 다가서는 지점이다. 영락없이 천진난만한 고등학생의 모습 그대로다. 깨알 같은 재미를 주는 이 장면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궁금했다.

“대본에는 단순히 ‘코를 푼다’라고 되어 있었어요. 하지만 연습을 하다 보니 웃음을 어떻게 유도할 수 있을지 코드가 보이더라고요. 도도하고 예쁘기만 했던 ‘윤하’에게서 빈틈이 보이는 장면이니까요. 마치 멋쟁이 숙녀가 킬힐을 신고 걷다 갑자기 다리를 삐끗해 스타일 구긴 거나 같아요”

환하게 웃으며 설명하는 그의 비유가 가슴에 착 와 닿는다. 작품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만큼 적절한 표현이다. 내친 김에 예정에 없던 질문을 하나 더 던졌다. ‘완득이’와의 첫 키스 장면에서 흐르는 넘버 중 “토마토의 물컹물컹한 느낌”이라는 가사에서 힌트를 얻었다. 그의 첫 키스는 어떤 느낌이었을까.

“정확하게 어떤 느낌이라고 콕 집어 말하긴 어려울 것 같아요. 누군가의 말처럼 귓가에서 종이 울리고 그런 환상은 애초에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이게 입맞춤이란 건가?’하는 생각에 그 짧은 순간에도 마음이 참 복잡했던 거 같아요. 그러면서도 뭔가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이 나쁘지는 않았죠”

별안간 던진 질문에 마치 사춘기 소녀처럼 볼이 발그레해진 그녀가 “작가 선생님과 음악감독님이 첫 키스의 느낌을 정말 현실적이고 실제적으로 잘 써 주신 것 같다”며 금세 말을 돌린다. 그의 꾸밈 없는 순수한 모습에서 ‘윤하’의 흔적이 투영된다.

‘완득이’ 역의 한지상, 정원영은 얼마 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뮤지컬 ‘완득이’를 한 마디로 정의하면 사랑”이라고 답했다. 이하나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 동의했다. 오빠들이 왜 그렇게 말했는지 알 것 같다는 표정과 함께.

“우리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저마다 ‘아킬레스건’이 있어요. ‘윤하’도 겉으론 완벽해보이지만, 속으론 다른 친구들과 동화되지 못하는 상처를 안고 있죠. 하지만 각각의 캐릭터가 각자의 방식을 통해 이를 극복하고, 사랑으로 치유되는 과정을 진솔하게 담아내요. 출발점은 달라도 결국엔 만나는 동그라미처럼, 사랑으로 하나 되죠”

이하나는 “많은 관객들이 1막에서는 배꼽을 쥐어 잡을 만큼 실컷 웃다가 2막에서는 코끝 찡한 감동을 느끼신다는 말씀을 하신다”면서 “그게 ‘완득이’의 힘”이라고 말했다. 그녀가 직접 ‘힐링’이라는 표현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면에서 ‘완득이’는 이미 ‘힐링 뮤지컬’이 되었다. 오는 3월 23일까지 홍익대학교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사진: 박민철(스튜디오 블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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