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남측에 대담한 개방 시도한 진정한 속내는?

천문학적 재원이 소요되는 무리한 경제협력 제안은 없었다. 우리측은 대통령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점을 감안, 대규모 경협이나 지원 카드를 꺼내지는 않았다. 그러나 경제난에 시달려온 북한이 대담한 개방을 시도, 상당한 결과물을 내놓게 됐다.

2007 남북정상회담은 '남북관계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을 순산했다. 주요 골자는 한반도 평화 정착과 경제교류 협력. 우리와 북한은 한국전쟁 종전선언을 위해 관련국과 한반도 내에서 만남을 가지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53년 이후 지속되어 온 정전체제는 확실히 전쟁상태에 종지부를 찍는 쪽으로 가닥을 잡게 됐다.

이는 6자 회담의 북핵 동결 합의문 채택과 맞물려, 우리 경제에 오랫동안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되어 온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끝낼 호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우리측은 북한과 해주 인근 수역의 평화협력특별지대 이용에 합의했다. 이는 북한 해주 인근 수역을 공동으로 활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우리측의 한강 하구도 북한이 사용하는 것도 이번 합의안 내용에 들어있다.

북측과 북방한계선(NLL)을 사이에 놓고 날카롭게 대치하던 시대와는 차원이 다른 교류,협력 무드가 서해상에 조성된다.

특히 우리가 주목할 점은 해주항 이용에 대한 북측의 대담한 결단과 남포에 공단을 조성하기로 우리측-북측이 합의했다는 것이다.

◆'먹고 사는 문제 위해' 평양 코앞까지 개방 '용단'

해주항은 당초, 노무현 대통령이 제 2의 개성공단 설립을 제안할 것으로 꼽혀온 지역이다.

교통이 편리하고, 항구가 발달돼 있는 지역. 그러나 북한 해군이 해주를 주요 군항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북한이 우리측의 제안에 흔쾌히 동의할 가능성은 희박할 것이라는 의견이 우리측에서도 나온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북한이 해주에 경제특구를 지정하기로 한 것은 북한이 이번 정상회담에 상당히 심혈을 기울이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더욱이 이번에 남북 협의 하에 남포에 공단을 설립하기로 한 것도 의미있는 대목으로 읽힌다. 남포는 이미 통일교 재단이 자동차 합작 사업을 벌이고 있는 곳. 그러나 남포는 평양 바로 코 앞에 위치한 특성상, 더 이상의 경협 부지로 확대되기에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있었다.

한 마디로 북한은 현재 해주, 남포 등 평양 앞마당까지 남측의 선박과 관계자들이 드나들면서 자유롭게 자본주의 바람을 이식하도록 문호를 개방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이는 북한이 6자 회담 성사로 많은 것을 얻게 되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 상황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번 6자 회담에서 북한은 핵을 동결하는 대신, 테러지원국 지정에서 해제되는 한편, 러시아 등으로부터 중유 지원 등 여러 가시적 성과를 얻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부 표면적 성과와 달리, 미국의 6자 회담에 임하는 태도는 더욱 고압적으로 바뀌어 북한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미국은 이번 6자 회담 합의문을 도출함에 있어, 테러지원국 지정을 푸는 시점을 명시하지 않았다. 이는 북한이 핵을 동결하는 것을 봐서 Give&Take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하는 것이다. 북한에 끌려가던 이전의 태도와 달리, 명확히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테러지원국 해제도 없다는 압박책에 북한은 무척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미국의 냉담함에 '기댈 것은 남조선 뿐' 위기느껴

북측은 6자 회담 참석 고위외교관을 통해 "해제 시점이 명시적으로 정해지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냐?"고 강하게 반발한 바 있으나, 결국 합의안은 상호주의에 입각해 작성되고 말았다. 그렇다고 체제 인정이나 불가침 선언 등을 미국으로부터 이끌어 낸 것도 아니어서, 당초 핵을 무기로 국제 외교 무대에서 '벼랑끝 전술'을 구사하던 전성기의 기대치보다는 상당히 미흡한 수준의 성과밖에 얻지 못했다는 게 중간정산결과인 셈이다.

결국 긴 겨울과 다가올 춘궁기를 버텨야 할 북한으로서는 이번 6자 회담이 가장 기댈만한 안식처였던 셈이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첫번째 정상회담과는 달리 심각한 표정으로 우리측 대통령을 맞이한 것이나, "하루 더 머물어 달라"고 전격 제안한 것 등은 모두 이런 북한의 절박한 사정과 그로 인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고뇌 때문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회의가 연장되지는 않았지만, 김 위원장이 3일 회담 끝에 "하루 더 회의를한 것만큼 성과가 있었다"며 흡족해 할 정도로 노무현 대통령을 상대로 몇 가지 성과를 얻어내게 됐다.

우리측으로서도 임기 말인 특성상 대규모 지출을 의결할 수 없는 사정에 부담이 되지 않는 정도에서 공동어로구역 지정, 한반도 평화 정착, 개성공단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경의선 일부 구간의 화물철도 이용, 남포에 공단을 건설하고 해주를 경제특구로 개발하는 등 상당한 성과를 이뤘다.

또 앞으로 총리급 회의와 국방장관간 회의를 통해 교류,협력의 세부사항을 의논할 물꼬를 열어둔 것도 추후 대선 정국까지 계속 북한발 이슈를 공급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노 대통령이 레임덕 없는 임기말을 준비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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