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런 막기위해 21일까지 은행휴무…유로존 위기로 확산 우려

이미지1.jpg
키프로스 뱅크런 사태 우려

[투데이코리아=정단비 기자] 뱅크런 우려를 낳고 있는 키프로스 사태가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칠 것인지 '지중해발 태풍'으로 증시를 흔들 것인지에 대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유로존·국제통화기금(IMF)이 이례적으로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대신 10만 유로 이상 예금에 9.9%, 10만 유로 이하 예금에 6.7% 과세를 붙이기로 해 자동인출기 앞에 예금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늘어서는 등 뱅크런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인 키프로스 정부는 10만 유로(한화 1억4000만원) 이상의 고액 예금에만 15% 이상의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19일(한국시간) 밝혔다.

키프로스 정부는 급증한 예금 인출에 오는 21일까지 은행 문을 임시로 닫기로 했으며, 구제금융의 위기에 처해있는 이탈리아, 스페인 등 주변국의 비판이 거세지자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은 "키프로스에 요구한 조건을 다른 나라엔 적용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키프로스 의회는 오는 20일 새벽 구제금융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의회에서 여당이 56석 중 28석을 차지해 50% 의석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 안건은 여당으로부터도 전폭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어 구제금융안이 통과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만약 구제금융안이 통과되지 못한다면 키프로스는 구제금융도 받지 못한 채 금융불안이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앞서 키프로스는 총 170억 유로의 구제금융(2012 년 GDP 178.9억 유로)을 신청했으나, 이 중 은행에 대한 지원 100억 유로만 승인되고, 재정 지원을 위한 70억 유로는 지원받지 못하게 됐다.

이에 대해 키프로스가 유로존 내에서 전체의 0.15%로 0.2%가 채 되지 않는 미미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지만, 키프로스처럼 다른 국가들이 구제금융을 신청하고, 그것이 은행을 지원하기 위한 것일 경우 세금 부과를 할 수 있다는 선례로 남을 수도 있다는 것이 우려로 작용하면서 주변국의 뱅크런 사태까지 빗어질 수 있는 데 있다.

특히 키프로스의 예금 잔액은 약 700억 유로 가운데, 외국인 예금 잔액이 전체 예금의 30%인 212억 유로로 추정되고 있어 외국인들 역시 손실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키프로스는 대표적인 조세피난처 중 하나로 고금리에 세율이 낮아 680억달러의 자금이 몰려있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에 외국인들의 유럽 국가 예금을 이탈이 확산된다면, 유로존 전체의 위기로 확산될 수도 있다는 추측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키프로스의 은행예금 부담금이 금융시장의 불안 강도를 좌우할 것이다. 구제금융 제공 조건에 부담금이 들어가면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그리스를 중심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으며, 이상재 현대증권 연구원은 "키프로스 사태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사상 최고치에 근접한 글로벌 증시가 단기 조정될 빌미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뉴욕의 투자자 프리드먼도 "키프로스에 돈을 예치하고 있는 예금주들은 원금 보장도 받을 수 없는 위험한 상황에 놓였다. 사태가 확산되면 유럽이 취약한 은행들은 뱅크런 위기를 맞게 된다"고 분석했으며, 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의 수석 매니저인 빌 그로스는 "키프로스 예금 징발 때문에 유로존 위기를 가까스로 막고 있던 브레이크가 풀려버렸다"고 말했다.

한편 글로벌 금융시장도 키프로스 사태에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지난 일본 증시에서 닛케이 평균은 2.7% 내린 1만2220.63에서 거래를 마쳤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1.7% 내린 2240.02에서 마감했다. 지난밤 뉴욕증시는 0.5% 안팎으로 하락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키프로스의 구제금융은 유럽 경제에 부정적"이라고 평가했으며,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도 전날보다 1.3% 내리며 올들어 최저치로 떨어졌다.

지난 18일 하락으로 마감했던 코스피는 현재 15.63포인트 상승한 1983.81포인트를, 코스닥지수는 7.41포인트 오른 548.5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