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9룡’ 전력…‘구시대적’ 인물 평가도

최근 '명의도용' '버스떼기' 등 부정선거 의혹으로 대통합민주신당의 위상이 그야말로 땅에 떨어졌다.

민주신당 경선에 대한 국민들의 차가운 시선은 20%도 채 안 되는 낮은 투표율이 증명한다. 경선 주자들에 대한 실망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장외 후보인 문국현 후보가 민주신당 손학규, 이해찬 후보를 누르고 2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민주신당으로는 희망이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후발 주자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열린우리당을 사수를 위해 민주신당 경선에 불참한 김혁규, 김원웅 의원은 신당 경선이 지지부진한 틈을 타 독자세력화를 하기 위해 분주하다. 민주신당 경선에서 탈락한 이들의 행보도 눈여겨 볼만하다. 경선에서 탈락한 김두관, 신기남 의원도 기지개를 펴기 위해 잔뜩 몸을 웅크리고 있는 모양새다.

여기에 최근 이수성 전 국무총리가 가세했다. 그는 YS시절 총리를 지냈으며 과거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한 전력이 있다. 당시 이회창 후보를 비롯해 '9룡' 중 한명이었던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새천년민주당에 후보로 나서라고 직접 주문하는 등 대선진출의 기회가 많았다. 대통합민주신당이 뜨기 전부터 '영남' 출신인 그는 범여권 '영남 후보'로서 러브콜을 받기도 했다.

◆YS 시절 총리, 신한국당 경선 참여

그는 최근 몇몇 주간지와 인터뷰를 벌이며, 적극적으로 대선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다. 그는 '화합과 도약을 위한 국민평화연대'란 당명으로 신당을 창당하기 위해 서울 공평동에 사무실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 전 총리 측은 10일쯤 발기인대회를 열고, 이 자리에서 대선출마를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바로 범여권 '제 3지대' 신당의 탄생이다. 이 정당에는 김혁규, 김원웅 의원, 강운태 전 의원, 김병준 전 청와대 전 정책실장 등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 정치권에 떠도는 다소 '황당한' 소문 중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 전 총리를 지원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김 전 대통령이 미국에서 돌아온 직후 노무현 대통령을 비공식적으로 만났으며, 이 자리에서 이 전 총리를 지원하자는 '밀약'을 했다는 게 소문의 전모다.

이 전 총리의 주변의 말을 종합하면 그는 스스로 민주신당 경선 후보와 비교해 자신이 대통령 '깜'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과거 '9룡' 시절에도 이회창, 이인제 후보에 이어 지지율 3,4위를 넘나들 정도로 국민적 지지도가 높았던 그다. 이번 대선에서 뒤늦은 승부수를 띄운다고 해도 금세 지지세를 회복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는 것이다.

◆'제 3지대' 정당 창당할 것

그러나 현재 그를 두고 구시대적 인물이라는 평가가 많다. 1939년생인 그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집권기간 동안 70세를 넘기게 된다. DJ가 당선될 때도 '고령의 대통령'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 지금은 그때보다 상황이 더 나쁘다. 한나라당의 '젊은' 이명박 후보가 과반수 지지율로 굳건한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범여권 후보군들도 거의 386들이 장악하고 있다.

향후 범여권 대선구도는 대통합신당 후보, 문국현, 이인제(현재 민주당 경선에서 앞도적인 지지세를 보이고 있다.), 마이너리그 주자들의 4파전이 될 공산이 크다. 김혁규, 강운태 등으로 대표되는 마이너리그 주자들은 경우에 따라서는 민주신당 경선 결과에 따라 문국현 후보, 또는 이수성 전 총리와 연대할 수 있다.

이러한 구도는 문국현 후보가 민주신당 후보와 단일화를 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다. 최근 문 후보의 지지율은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주와 비교해서도 무려 4%나 올랐다. 다른 후보들이 지지율 정체, 혹은 하락세를 보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때문에 문 후보가 끝내 민주신당 후보와 단일화하지 않고 독자노선을 견지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본선까지 홀로 뛰겠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마이너리그 주자들의 머릿속은 복잡하기만 하다. 이번 대선에서 끝까지 독자세력화로 몸집을 불린 후 내년 총선에서 민주신당에 지분을 요구할지, 문국현 후보 등 장외 후보와 협력해 '킹메이커'에 나설지 고민에 빠진 것이다.

◆마이너리그 주자들의 고민

현재로선 이수성 전 총리가 마이너리그 주자들을 아우르고, 메이저리그 주자들과 담판을 벌일 가능성은 적다. 이 전 총리의 신당 창당에 정작 마이너리그 주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한데다, '자고 일어나면 신당'이 만들어지는 데 대한 국민들의 피로감도 크기 때문이다. 신당을 창당해도 그리 큰 호응을 받지 못할 것이란 얘기다.

그럼에도 최근 '이수성 대안론'이 회자되는 이유는 범여권 경선이 부정선거 의혹 등으로 얼룩져,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민주신당 경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곧바로 당내 대선후보에 대한 무관심, 외면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게다가 문국현 후보를 제외하고는 대안주자군도 빈약한 상황이다. 범여권 지지자들은 이러한 상황에 실망하면서도 한편으론 '새로운 인물'의 등장을 내심 기대하고 있다.

이 전 총리 자신이 다소 무모할 정도로 대선에 진출하는 것도 이러한 경선 상황에 기인한다. '문국현 학습론'이 이 전 총리 본인에게 작용했을 수도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문국현이 누구야'라고 묻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인지도가 낮았던 문 후보가 손학규, 이해찬 후보의 지지율을 앞설 정도로 성장했다. 인지도 면에선 문 후보를 앞선다고 판단한 이 전 총리가 '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현재로선 과거의 '9룡'이 여전히 '용'으로 남을지, '이무기'로 전락할지 지켜보는 수밖에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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