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전’ 역 감정컨트롤 한효주 고민 알 것 같아 ... 언니와 같은 길 ‘행복’

IMG_1185.jpg

[투데이코리아=김범태 기자] 배우 임화영은 아직 연기자보다는 광고모델로 시청자에게 친숙하다. 그동안 ‘신의’ ‘짝패’ ‘신의 퀴즈’ ‘커피하우스’ 등 공중파와 케이블채널을 넘나들며 얼굴을 알렸지만, 대중의 기억엔 결혼식축가를 불러주는 아빠의 모습에 웃으면서도 눈물짓던 삼성생명 CF의 앳된 신부나, 긴 머리카락 휘날리며 활짝 미소 짓는 결혼정보회사 듀오 CF의 청순한 이미지가 더 또렷하다.

그런 그녀가 연극 <광해, 왕이 된 남자>에 ‘중전’ 역으로 출연하며 관객들에게 확실한 존재감을 심었다. 이번 작품으로 그는 자신이 방송뿐 아니라, 무대연기에도 강하다는 걸 스스로 입증했다. 더욱이 그동안 주로 선보였던 밝고 화사한 모습 외에도 무게감 있는 연기를 무리 없이 소화해내 주위를 놀라게 했다. 하긴.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한 그는 ‘오월엔 결혼할거야’ 등 다양한 무대에 오르며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한 단계씩 넓혀왔다.

그는 또래 연기자에 비해 상당히 풍부한 표정을 갖고 있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감정을 불어넣어야 하는 광고작업의 특성상 자연스레 섬세한 표현력을 터득했다. 집중력이 늘다보니, 연기력도 성장했다. 애틋하면서도 아련한 감정연기가 특기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오히려 이런 장점을 꾹꾹 눌러야 했다.

“솔직히 광고와 무대연기는 다르니까 감정을 컨트롤하는 데는 어려움 없어요. 그리고 광고를 찍거나 공연을 하거나 미세한 표정하나까지 신경 써야 하는 것은 매한가지예요. 다만, 한 나라의 국모이자 왕의 아내지만, 그 전에 한 명의 여자로서 자신과 가족에게 닥친 아픔을 마냥 참고 인내해야 하는 억눌린 감정을 표현하는 게 맘처럼 쉽진 않았죠. 영화에서 한효주 씨가 고민한 게 뭔지 어렴풋 알겠더라고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공연 회차가 늘어나면서 그는 ‘중전’의 먹먹한 마음을 능숙하게 그려냈다. 임화영의 ‘중전’은 한효주가 앞서 연기한 ‘중전’과 차별화되어 객석에 비쳐졌다. 극 중 캐릭터는 영화와 동일하지만, 디테일한 감정의 선은 더 분명하게 새겨졌다.

IMG_1020.jpg

알고 보면 그는 연기자가족이다. ‘블랙메리포핀스’ ‘모차르트!’ ‘인당수 사랑가’ 그리고 최근 막을 내린 ‘거울공주 평강이야기’에서 개성 넘치는 연기를 펼쳐내며 많은 사랑을 받은 실력파 뮤지컬배우 임강희가 그의 친언니다. 어떻게 자매가 모두 배우가 되었을까.

“저도 저희 모두 연기자가 될 줄은 몰랐어요. 저는 꿈이 배우여서 고등학교를 예고에 진학했고, 쭉 연기공부를 했어요. 언니는 성악을 전공했는데, 어려서부터 뮤지컬배우가 되고 싶어 했죠. 언닌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혼자 차근차근 실력을 쌓았어요. 뮤지컬계에선 나름의 입지를 다져놔서 뿌듯해요. 저도 배우를 하고 있지만, 언닌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임강희는 현재 출연작품을 정하고 한창 연습 중이라고 했다. 언니와 함께 무대에 오르고 싶은 생각이 들 것 같았다. 만약 이들 자매가 한 작품에 같이 출연한다면 어떤 작품의 어떤 캐릭터로 만나고 싶을까? 생각만으로도 행복한지 그의 얼굴에 엷은 미소가 번진다.

“물론 하고 싶죠. 근데, 당장은 아녜요. 나중에 40대쯤 되면 도전해보고 싶어요. 얼마 전, 양희은 양희경 선생님이 동반출연한 뮤지컬을 봤는데, 저희 자매도 그분들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어요. 언니는 노래 부르고, 저는 연기를 한다면 정말 좋을 거 같아요. 콩닥콩닥 살아가는 자매의 이야기여도 좋고, 나이차는 나지만, 친구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내친 김에 언니처럼 뮤지컬 무대에는 안 설 거냐고 물었다. 그가 손사래부터 친다.

“에이~ 저는 아직 안돼요. 노래나 발성이 언니에 비하면 아직 멀었어요. 사실 지금의 제게 언니는 너무 큰 위치에 서 있어요. 우선은 제가 더 좋은 연기자가 된 다음에 욕심낼래요”

문득, 무언가 떠올랐는지 그가 언니와의 최근 일화를 꺼내 들려줬다.

“얼마 전 제가 분장 받는 사진을 찍었는데, 언니가 그걸 보고 자기도 같은 사진을 찍어 나란히 붙여놨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눈물이 핑 돌았어요. 언니가 나를 많이 아끼고 사랑하는구나 라는 생각도 들고...”

배우로서의 꿈을 물었다. 그가 “연기를 하고 싶었던 그때의 간절함을 잊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목소리에 진심이 묻어있다. 우선 현재 출연 중인 연극 ‘광해, 왕이 된 남자’의 마무리를 잘하는 게 눈앞의 목표다. 훗날 관객들이 이 작품을 떠올릴 때 ‘중전’의 모습이 아련하게 기억에 남았으면 하는 게 바람이란다.

하지만, 그 소박한 마음은 이미 이뤄진 것 같다. 광고계의 블루칩에서 방송, 영화, 연극 등 활동의 입지를 넓혀가는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팬들에게 확실한 인상을 심어주는데 성공했다. 많은 이들이 그의 단아하고 청순한 매력에 빠져들었다.

이제 공연도 거의 막바지에 다다른다. 혹,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이 작품이 기억에 떠오르면 초연무대에 올랐던 배우들의 이름이 하나씩 스쳐 지날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광해/하선’과 함께 미소 짓던 ‘중전’ 임화영이 서 있을 것이다.

사진: 선호준(스튜디오 블룸)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