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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인터뷰] 김필건 한의협회장, “천연물신약은 정부가 벌인 대국민 사기극”

    '국민과 함께 하는 한의학'을 이뤄내겠다.
    [이병욱 기자] 기사입력 2013.05.05 20:45   최종수정 2013.05.05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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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과 함께 하는 한의학'을 이뤄내겠다.
    '천연물신약 정책 전면의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

    “천연물신약 문제는 의사와의 처방권 싸움이 아닌 국민의 건강권 문제이다”
    “안전한 약을 만들어야지 제약회사의 이익을 위한 약을 만들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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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41대 대한한의사협회장으로 취임한 김필건 신임회장 [투데이코리아-DB 자료]

    [투데이코리아=이병욱 기자] 최근 천연물신약을 둘러싼 한방과 양방의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4월 일부 천연물신약에서 발암물질 검출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장은 커져가고만 있다.

    앞서 지난 1월 전국의 한의사 1만여명이 서울역 앞에 모여 '천연물신약 백지화'를 촉구하는 결의대회가 열렸다. 이들은 식약청(현 식약처)과 당시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 집행부에 격앙된 비판을 쏟아냈다.

    당시 김필건 대한한의사비상대책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은 "지난 1993년 한의약 분쟁 이후 약사 출신 공무원들이 대국민 사기극을 준비해왔다. 1994년부터 약사법 하위법령 고시변경을 통해 이러한 작업이 차근차근 진행돼 왔고 보건복지부의 약국정책국이 식약청으로 승격된 뒤 본격적으로 야욕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며 식약청 정책에 대해 성토했다.

    실제 천연물신약 개발사업은 지난 1999년 말 천연물신약연구개발 촉진법이 통과된 이후 막대한 정부 자금을 투입해 진행되어 왔지만, 2002년 천연물성분 추출약에 한약재 통 추출물이 추가되고 2008년에는 한약복합 처방추출물까지 포함되는 등 관련 법령의 잦은 변경으로 허가 수준이 대폭 완화된 것이 사실이다.

    발암물질검출된 천연물신약 전량 폐기해야

    천연물신약은 국제적으로는 천연물에서 추출한 물질의 성분을 체내 작용하기 좋은 상태로 합성 변화시켜 의약품으로 허가한 것을 말한다. 즉 천연물에서 특정 성분을 추출하여 만든 의약품으로 아스피린, 탁솔, 페니실린, 아르테미니신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0년 제정됐던 '천연물신약연구개발촉진법'에 따라 천연물성분을 이용하여 연구·개발한 의약품 중 조성성분·효능 등이 새롭게 검증된 의약품이 천연물신약의 정의였으나, 이 과정에서 천연물신약에 대한 정의가 개정되면서 당시 식약청이었던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처장 정승) 고시에 의해 천연물 성분 추출 약에 한약재 통추출물, 한약 복합 처방 추출물이 하나씩 추가됐고, 2012년에는 한약 처방 용매변경 추출물까지 포함됐다.

    특히 지난 2008년 식약처는 고시 개정으로 천연물신약의 범주에 자료제출 의약품을 포함해 신약이 아닌 의약품이면서 이 규정에 의한 안전성·유효성 심사가 필요한 품목도 포함되게 됐다. 천연신물약이 전통 한의서와 한방의료기관 임상경험을 근거로 독성검사와 임상시험 일부를 면제받은 것이다.

    "한약을 캡슐에 넣으면 신약인가?“

    하지만 이때부터 국내 제약사들이 한약을 캡슐에 담은 천연물신약을 무더기 허가를 받았으며, 한의협과의 갈등도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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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자료제공=대한한의사협회


    그렇다면 천연물신약에 대해 한의협이 제기하는 문제는 무엇이며, 해결방법은 없을까. ‘천연물신약 정책의 전면 백지화’를 기치로 6개월간 대한한의사비상대책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을 역임한 뒤 압도적인 표차로 경쟁자를 물리치고 4월 1일 제41대 대한한의사협회장으로 취임한 김필건 신임회장을 서울 강서구 허준로 한의협 회장실에서 만나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 회장은 취임식에서 "건강을 지키기 위한 의약품에서 발암물질이 나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해당 약제의 전량 회수 및 폐기 조치를 주장 등 강경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지율 51%로 당선된 김 회장의 의견과 같이 한의협은 천연물신약 6종에서 1급 발암물질이 검출된 사건을 이슈화 시키면서 천연물신약 정책 폐기 및 재수립을 위한 움직임에 집중하고 있으며, 현안 대책 TF팀을 30여명 내외로 구성해 천연물신약을 비롯해 한의약법, IMS, 한의사 폄훼, 한방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등 의료계와 대립을 겪고 있는 현안을 해결할 계획이다.

    “위염환자가 1급발암물질을 복용해도 괜찮은가?”

    현재 국내에서 허가된 천연물신약은 7종으로 조인스정, 스티렌정, 아피톡신, 시네츄라시럽 등이 있다. 한의협에 따르면 이들 7종은 천연물신약의 국제적인 정의인 특정 성분을 추출해 합성한 천연물신약이 아닌 자료제출 의약품, 즉 한약을 달여 제형을 변화한 것에 불과하다. 현재 한국의 천연물신약은 서양의학적 원리에 의한 약리 기전 등을 전혀 알 수 없는 한의학적 원리를 그대로 차용한 신(新)한약제제인 것이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전문의약품이 아닌 건강보조식품으로 팔리고 있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천연물신약은 한약을 가루 형태로 만든 후 캡슐에 담아 영어 이름을 붙인 한약제제일 뿐”이라면 “한약에 대한 문외한인 양방 의사가 환자의 체질을 무시하고 처방함으로써 발생하는 모든 부작용은 국민의 몫"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또 "양의사들이 처방하고 있는 전문의약품인 천연물신약 6종에서 1급발암물질인 벤조피렌과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된 사건은 국민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라며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식약처와 해당 제약회사의 잘못을 지적하기는커녕 이 순간에도 ‘발암신약’ 처방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Q. 천연물신약, 무엇이 문제인가?

    일반적으로 화학적 원료에 의해 만들어진 의약품이거나 천연물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천연물에서 특정 단일 성분을 추출하여 만들어진 것은 양악이라 할 수 있고, 단일 또는 복합의 한약재 사용하여 추출한 탕약 뿐 아니라 다양한 제형으로 변화시킨 산제, 환제, 고제, 액기스제 등 그 물성 자체가 복합 혼합물의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한약이다.

    “식약처에서 제약산업을 차세대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는 촉진법을 제정할 때까지도 이를 눈치 채지 못하고 정말로 아스피린과 같은 신약을 개발하려는 의도인 줄로 알았다. 그러나 천연물신약 관련 법이 통과됨에 따라 제약회사는 한약을 양약으로 둔갑시켜 조인스정과 레일라정과 같은 짝퉁한약을 만들어내 합법적으로 팔고 있고 또 이 약들이 전문의약품으로 등재되어 한약의 원리도 모르는 양의사들이 처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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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자료제공=대한한의사협회

    예를 들어 스티렌정은 애엽(쑥)을 달여 만든 것인데, 위염 치료에 쓰인다. 한의사들은 애엽이 소화기가 찬 환자에게는 효과적이지만 몸에 열이 많은 사람들은 오히려 위염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양의사들은 그냥 정보에 기록된 대로 배 아프면 스티렌정을 처방하고, 소화가 안되면 모티리톤정을 처방한다. 의약품 정보에 기록된 대로 처방한 것이니 부작용이 생겨도 양의사들은 그것이 부작용인지, 다른 병이 생긴 건지 구별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같은 문제점은 지난해 식약처와 보건복지부의 국정감사에서 수면위로 부상해 국회 보건복지위 위원들이 천연물신약의 허가를 위한 근거규정과 약사법상의 신약이 다른 이유와 천연물신약의 안전성 검증이 부족한 이유를 따지는 등 문제가 제기됐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류지영 의원은 "현재 천연물신약 연구 개발 지원에 투입된 국가 예산은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꼬집었다. 복지부는 지난 2001년부터 현재까지 1~3차 천연물신약 개발촉진계획안에서 총 5815억 원 이상 지원했고, 교과부, 해양수산부, 산자부, 농림부 등에서 2135억 원 이상 지원하는 등 수천억원의 국가 재정을 투입했지만 천연신물약은 현재까지 2억원 수출이 전부이다. 그것도 허술한 허가 과정때문에 건강기능식품으로 수출된 것이다.

    또 한의학에 지식이 없는 양의사들은 매년 1000억 원 이상의 한약처방을 하고 있어, 지난 2011년 기준으로 현재 천연물신약의 국민건강보험 재정 지출이 1230억 원에 달한다. 게다가 이렇게 양의사들이 행한 다량의 한약처방에 따른 약화사고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Q. 식약처가 2008년부터 천연물신약에 대한 독성검사와 일부 임상 시험을 면제했는데, 이로 인한 문제점은?

    식약처는 '기성 한의서 수재와 한의사 사용경험'을 근거로 일부 독성검사와 임상시험을 면제했다.

    “국민세금으로 법 취지를 무시한 채 대국민 사기극을 벌이고 있는 내용을 한의사 비대위가 그동안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해 왔음에도 그동안 식약처는 어떠한 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채 안전한 약이라고만 말해왔는데 그 결과 어떠한가. 전세계적으로 유례없이 1급 발암물질이 검출됐다.

    의약품은 원료, 제조과정 공정을 제출해야 한다. 자연속에서 존재 성분을 제조과정만 잘 지키면 나오지 않을 것이다. 한의원에서 관리하는 약제는 식약처가 인증하는 제품을 사용하고, 이력추적제로 안전히 관리하고 있다. 한의원과 연관 짓는 것은 문제핵심을 덮고자 하는 것이다.

    천연물신약의 경우 한의사들은 기존에 써왔던 한약 처방과 한약제제이기 때문에 한의학적 진단을 거쳐 어떤 환제에 써야 할지 알기 때문에 부작용이 일어날 수 없다. 하지만 양의사들은 부작용 자체가 제대로 연구되지 않은 약을 사용해 어떤 부작용이 생길지조차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발암물질, 라면스프는 안되고 천연물신약은 되냐?

    그렇다면 라면이나 분유에서 나온 것은 왜 전량 수거해 폐기토록 했나. 식약처는 '우연히 들어간 것이니까, 위험성이 밝혀진 바가 없으니까, 적은 양이니까 안전하다'고 말한다. 신약의 허가 과정을 제대로 다 지켰으면 식약처 말이 맞다. 하지만 허가과정을 거의 다 면제시켜놓고 안전하다고 말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안전하다는 근거가 없다"

    이같은 허술한 허가 과정으로 외국에서는 천연물신약이 의약품이 아닌 건강기능식품정도로 여겨지고 있다. 독성검사, 임상시험이 일부 면제된 신약 허가기준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출시된 한국 PMG의 '레일라정'은 식약처의  천연물신약 자료제출 기준에 따라 구조결정, 물리화학적 성질에 관한 자료 9건, 안전성에 관한자료 3건, 독성에 관한 자료 11건, 약리작용에 관한 자료 7건, 임상시험성적에 관한 자료 8건, 외국의 사용현황 등에 관한자료, 국내 유사제품과의 비교검토 및 당해 의약품의 특성에 관한자료,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에 관한 자료를 면제 받았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한국의 천연물신약은 중국의 기준을 적용한다면 모두 기성 중약인 중성약에 해당됨을 알 수 있으며, 실제로 천연물신약과 유사한 약품을 기존의 중성약중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Q. 식약처 정책 비판을 강하게 하고 있다. '팜피아'의 문제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한의협 비대위가 계속해서 천연물신약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식약처는 천연물신약의 독성검사 면제 등 손쉬운 허가로 엉터리 약을 만들게 했다. 이런 구조적 문제중에는 특정 직능 출신이 식약처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한약과 천연물신약 관련해서도 약사 출신인 비전문가들이 관련 정책을 관리했기 때문에 제기되고 있는 문제들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 식약처는 안일한 대응 태도로 국민 건강에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이다"

    실제 식약처의 과장급 이상 고위 공무원 65명 중 30명이 약사 출신으로, 50%를 차지하고 있다.

    동아제약 연구소장이 ‘아무리 먹어도 괜찮다’는 발언했는데 위염치료제에서 1급발암물질이 나온 것이고 이 약은 위염환자가 먹는 약이다. 지난해 라면에서 나온 3ppb의 6배인 17ppb 이 나왔음에도 라면은 전량 회수 폐기하고 위염환자가 먹는, 그것도 국민 세금으로 천연물 촉진법으로 개발돼 전문의약품으로 등재해 국민세금으로 투약한 의약품은 방관하고 있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심각한 위해를 끼치고 있는 현행 천연물신약 정책의 전면 백지화와 엉터리 신약의 전량 폐기가 시급하다. 지금까지 드러난 문제점만으로도 관계자 조사 및 문책, 진상 파악을 위한 국정감사를 벌여야 마땅하다.

    이것은 의사와의 처방권 싸움이 아니다. 국가 세금이 엄청나게 투입된 국가프로젝트가 잦은 고시변경으로 엉터리 약을 만드는 도구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국민이 안전하게 쓸수 있는 약을 만들어야지 제약회사의 이익을 위한 약을 만들어서는 안된다. 천연물신약 고시는 처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앞으로 시민단체와 힘을 합쳐서 '천연물신약 게이트'에 대응 수위를 높이겠다"

    김 회장은 제조할 때 가열과정을 거치는 숙지황과 건지황 등 일부 한약재는 벤조피렌 허용기준치를 5ppb로 엄격히 제한하면서 발암물질이 검출된 천연물 신약이 안전하다는 식약처의 편파규정을 지적했다.


    Q. 한의협이 생각하는 '천연물신약' 문제 해결 방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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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제공=대한한의사협회

    “현재의 천연물신약 정책은 애초의 취지와 달리 식약청의 악의적인 고시 개정으로 인해 한약을 내수용 약으로 개발, 제약회사만이 이익을 취하는 기형적인 구조를 띠고 있다. 현재의 왜곡된 천연물신약 정책을 전면 백지화, 애초의 취지에 맞는 정책을 재수립할 필요가 있다.

    또 현재 연구 중인 천연물신약은 애초의 천연물신약 정책의 취지와는 달리 한약을 제형 변화시킨 신(新)한약제제에 불과하다. 국내 천연물신약은 한약 그 자체나 한방 처방대로 한약을 섞어서 그냥 엑기스(진액)을 뽑아낸 것이라고 보면 된다. '레일라정'은 돌아가신 배원식 한의사의 처방인 활맥모과주를 그대로 알약으로 만든 것이고, 자생한방병원의 청파전을 그대로 만든 게 '신바로 캡슐'이다. 

    이같이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은 한방의약품 분류체계와 관련 고시 개선 후 연구 중인 천연물신약을 신(新)한약제제로 출시하여 한방전문의약품으로 등재해야한다.”
     

    Q. 의협과 현대의료기기 사용 갈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자동차 타이어의 공기압을 측정할 때도 MRI가 쓰인다. 동물병원에서 조차 엑스레이와 혈액검사·MRI·CT를 다 하고 있는데, 의료법에 의료인으로 규정된 한의사에게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어불성설이다"

    실제 일본의 한방전문의와 미국 네바다주의 한의사들은 한약을 투여하기 전, 객관적인 진료 데이터를 얻기 위해 현대의료기기를 활용하고 있다.

    "1951년 국민의료법 제정 당시 한방의료행위의 독자성을 인정, 현재까지 한방과 양방의 이원적 면허체계가 유지되고 있으나 정작 한방 분야의 전문적·체계적 운용·발전에 필요한 법 제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한·양방 획일적 관리체계로 고유의 특성에 따른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에 많은 어려움이 있고, 현행법 체계가 양방 위주여서 업무영역이나 의료기기 사용 등과 같은 문제가 한·양방 분쟁의 주요 원인이 돼 왔다.

    한방의료서비스 및 한약재 이용이 증가하면서 의료 분쟁도 꾸준히 늘고 있으나 한방의료 과실 판례가 충분치 않아 한의학의 학문적 특수성이 고려되지 않은 채 서양의학적 지식·경험이 적용되는 점도 큰 문제다. 독립적인 법 규정을 마련해 한의사·한약사 처우 개선, 한의약 운용·발전에 필요한 사항을 법적·제도적으로 보장한다면 국민에게 수준 높은 한의약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고, 국제경쟁력도 강화될 것이다"

    한의사들과 양의사들은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두고 10년 이상 갈등을 하고 있다. 갈등의 이유는 진단서를 발급하고 법정전염병 여부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는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한의사에게만 제한을 두고 있는 점이다. 양의사들 일부는 여전히 한의사들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물론, 한의학이 비과학적이라고 평가절하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한의사의 CT, MRI, 초음파진단기기 등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이미 '불법'이라고 판결났다.
    하지만 한의협은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관한 연구용역사업을 진행하는 등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또 김 회장은 의료인의 자격을 주고서도 건강보험 보장성 문제 등 각종 법과 제도에 한의학이 소외된 것에 대한 점도 지적했다.

    "정부에서는 한의학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고 각종 제도를 추진하는 것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당연한 책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이러한 한의학을 더욱 권장하고 육성·발전시키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건강보험 보장성 문제를 포함한 각종 법과 제도로 한의학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국가가 한의사를 의료인으로서의 의무를 부여해놓고, 의무 이행을 제한하는 이율배반적인 현재 상황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명확한 유권해석을 통해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직능단체간의 다툼을 유발시키고, 직접적인 해결책 마련은 뒷전으로 한 것은 보건복지부의 명백한 직무 회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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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제공=대한한의사협회

    Q. 향후 의사협회와의 관계는?

    "지금 의사협회(의협)에서 한의협에 대해 쏟아내는 여러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말 자괴감을느낀다. 날마다 진료실에서 양의사들의 근거없는 한의약 폄훼에 대해 치를 떨어야만 하는 회원들의 분노와 국민건강증진에 앞장서는 진정한 의료인의 소명에 충실할 수 있는 한의사가 되고픈 갈망을 몸소 느낀다. '증오범죄형' 이라는 용어를 알고 있는가. 2차세계대전때 독일이 유태인을 학살하거나, 100 여년 전 일본인에 의해 한국인이 조센징이라는 이름으로 학대되고 엄청난 위협 받았다. 일부 의사들이 언급하는 감정적인 발언은 증오범죄형과 무엇이 다른가.

    세월이 흐른 한의학의 역사에 따라 100년 전의 한의학과 지금은 엄청난 차이와 발전이 있어야 하는데, 일부 의료계에서는 한의학의 틀을 100년 전에 족쇄를 채우는 것이다.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이 필요한데, 100년 전 방식으로 틀을 가둬놓으면 무슨 발전이 있겠는가. 의료인으로서, 전문인으로서 합의하고 도출해나가야 하는 사안이 많다. 항상 대화의 창은 언제나 열려있다"


    Q. 앞으로 한의협 회장으로써 역할은?

    "한의사들이 '국민건강지킴이'로서의 소명을 다하기 위해 엉터리 천연물신약을 강요하는 정부에 맞서 싸우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한방 생활화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벌여 만성질환 예방과 개선 등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하겠다.

    제 41대 한의협 캐치프레이즈로 '국민과 함께 하는 한의학'을 내걸고 이제부터는 청소년, 노인, 여성 등 구체적인 타깃을 설정해 한의사들이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를 펼칠 것이다. 지금까지 해온 것보다 더 강화한다. 우선 대외협력기금 8억원을 활용하고, 지자체와 학교, 군 당국과도 협의해 진행하겠다. 젊은 한의사들과 공중보건한의사들(군대체복무)이 체계화된 프로그램을 이수한 뒤 역할을 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지금의 협회 부지는 조선시대 국가무료진료소인 혜민서가 있던 자리다. 그 정신을 이어받아 협회 회관의 공간을 이용해 무료진료 및 교육을 펼치겠다"

    [김필건 대한한의사협회 회장 약력]

    김 회장은 부산 출신으로 동국대학교 한의학과 졸업했으며 1991년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에서 정선한의원을 개원하고 강원도 한의학회 회장, 대한한의사 비상대책위 수석부위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 2011년 3월에는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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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순직 칼럼] 포스트 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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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의 눈에 보이지도 않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그 충격은 향후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예측하기도 어렵다. 코로나 사태가 일단 진정된다면 그 후(포스트 코로나, Post corona) 인류는 어떤 상황에 직면할 것인지에 대한 담론(談論)이 활발하다. 포스트 코로나에서부터 BC(before corona)-AC(after corona), BC-AD(after disease)등 그 용어도 다양하다. 우리네 소소한 일상을 다양하게 변화시켜놓은 것은 물론, 극심한 경제 불안정으로 일자리와 삶의 불안은 극으로 향하는 중이다. 이러한 가운데 세계 내로라하는 석학이나 언론들은 코로나 이후 국제질서에 일대 변화가 초래될 것으로 예측한다. 서양우월주의가 쇠퇴하고, 미국 유럽이 주도해온 국제질서가 개편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물(微物) 바이러스가 가져올 문명사적 변혁에 대한 담론이다. 바이러스가 몰고 온 삶의 변화 연초부터 몰아닥친 코로나가 우리 삶에 가져온 변화는 엄청나다. 기업들은 재택근무와 유연근무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효율도 높였지만, 그간 지나쳤던 낭비와 인력과잉 등을 발견했을 터이다. 이에 따른 자동화와 인력감축이 뒤따를 것이고, 이는 반대로 근로자 입장에서는 ‘일자리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다. 실재로 재택근무중인 회사원이 느끼는 불안이다. 이보다 더 큰 재앙은 없다. 각급 학교의 휴교로 온라인 원격수업이 이뤄지면서 가져올 변화가 주는 충격파도 크다. 결혼식은 미루거나 가족끼리 치르고, 친지 장례식장에도 가기가 꺼려진다. 우리네 전통인 경조사 풍경이 바뀐다. 웬만한 약속은 미루거나 취소한다. 반가운 사람과 만나 악수와 포옹은 옛일이고 주먹인사 눈길 주고받기가 일상화되고 있다. 길거리 반대편에서 오는 사람과 거리 띠우느라 눈치 보며 걷는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개인과 개인 관계를 예전과 전혀 다른 양상으로 바꾸어 놓았고, 생활 패턴을 변화시켰다. 화상면접 전화진료 언택트택배 등 등 언택트(비대면,非對面)이코노미가 성행한다. 암울한 경제 전망 이런 가운데 경제 전망은 암울하기 짝이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크리스탈리 기오리기에바 총재는 최근 “전 세계가 리세션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경기침체를 뜻하는 리세션은 경제활동이 활기를 잃어 규모가 전반적으로 축소되는 상황이다. 그는 “IMF역사상 이처럼 세계경제가 멈춰 선 경우가 없었다”고 말했다. 어떤 저명한 교수는 세계경제가 급격히 수직 하락하는 'I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최악의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반면 벤 버냉키 미국 연준(聯準)의장과 골드만삭스는 잠시 침체 후 곧장 반등하는 ‘V곡선’을 예측한다. 각국의 적극적인 재정 및 통화정책이 그 같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희망 반 예측 반이다. 양 극단적인 예측도 있지만 경기 침체 상태가 좀 더 이어지다가 서서히 회복세로 상승하는 ‘U곡선’, 하강 경기가 장기간 이어지는 ‘L곡선’, 급속한 침체 이후 느리게 회복한다는 ‘나이키 곡선’ 등 전문가들마다 다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코로나 사태는 세계경제의 수요와 공급을 동시에 위축시켜 가져온 실물경제 위기다. 따라서 금융위기로 초래된 IMF사태(1997년)나 국제금융위기(2008년)가 V자를 그리며 비교적 단기간에 경제가 복원된 것과 달리 이번엔 침체국면이 길어질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경제 침체 국면의 장기화로 ‘기업은 약한 순서대로 도산’하고 ‘인간은 약한 순서대로 죽는다’는 극단적이고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빈곤은 배가(倍加)되고 경기는 장기침체 국면으로 들어갈 것’이라는 우려 속에 대량 실업쇼크, 일자리 대란(大亂)이 걱정된다. 코로나 사태 이후 국제질서 재편될 것 코로나 사태는 삶의 소소한 변화와 경제활동에서의 고통 수준을 넘어선, 훨씬 큰 인류문명에의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코로나19로 세계질서가 바뀔 것”이라며 “자유질서가 가고 과거의 성곽시대가 다시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코로나 사태가 인류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시장을 붕괴시키며, 정부의 무능을 드러나게 한 것처럼 국제사회에 정치 경제적 파워의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게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영국의 가디언은 “서양이라는 브랜드의 권위가 사라졌다. 코로나 사태는 서양이 갖고 있던 영향력을 급속하게 동양으로 이전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양 우월주의 쇠퇴할까 서양 우월주의가 과연 종말을 고하고, 국제질서에서의 무게 추가 동양으로 옮겨갈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서양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이 같은 문제 제기가 이뤄지고 있음은 주목할 만하다. 그들이 지적하는 서양 리더십 약화에 대한 몇 가지 논거는 이렇다.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미국은 초라했다. 질병의 위협에서 무력했고, 스스로를 지키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국제적인 지도자로서의 책임감도 보여주지 못했다.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거대 국가들도 무력했다. 유럽연합(EU) 각국은 바이러스 공격에 속수무책이었고, 공동체정신은 사라진 채 서로 국경을 닫아걸고 협력을 찾아볼 수 없었다. 과거 200여 년 간 세계 지도자로서의 위상을 자랑해온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바이러스에 맥없이 주저앉는 민낯을 보임으로서 글로벌 리더십을 스스로 반납했다. 그런 와중에서 제 역할을 했어야 할 세계보건기구(WHO)는 무력했고, 과거 같으면 역할이 많았을 UN은 있으나 마나 존재감을 찾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중국을 위시한 동양으로 국제질서의 핵심역량이 오리라는 전망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와중에서 우리는 어찌해야 할 것인지 지도자들은 고민이나 하는지 모르겠다. 필자 약력 (전) 동아일보 경제부장, 논설위원 (전) 재정경제부 금융발전심의위원 (전) 한국언론진흥재단 기금관리위원 (전) 투데이코리아 논설주간
  • [김재성 칼럼] 춘추, 당대에는 공감 후대에는 귀감
  • 김재성 논설주간|2020-04-08
  • 권력은 통제의 속성이 있고 국민은 알고 싶어 하고 또 알 권리가 있다. 언론과 권력이 충돌할 수 밖에 없는 지점이다. ‘신문 없는 정부를 택하느니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한다’는 명언도 실은 권력으로부터의 자유가 지상과제이던 시절의 역설일터, 언론자유가 민주주의 필수조건으로 꼽히는 까닭이다. 1815년 2월 26일 유배지 엘바 섬을 탈출한 나폴레옹은 파죽지세로 진격, 불과 20여일 만에 파리에 입성한다. 그 20여 일간 보여준 프랑스 언론의 추태는 그 오명이 세계 언론사에 길이 남는다. 당시 가장 심했던 ‘모니테르’ 신문의 표제를 보자. &lt;∆살인마, 소굴에서 탈출 ∆코르시카의 마귀, 쥐앙만 상륙 ∆ 괴물, 그레노블에서 야영 ∆ 폭군, 리용 돌파 ∆약탈자, 수도 60마일 출현 ∆보나파르트, 급속히 전진, 파리 입성은 절대불가. ∆황제, 퐁텐블로에 도착 하시다 ∆어제 황제께옵서는 충성스런 신하들을 거느리고 튀틀리 궁전에 듭시었다 ∆황제폐하 만세&gt; 나폴레옹 시대의 프랑스 언론에서 보듯이 절대권력 앞에서는 언론도 별 수가 없다. 권력이 작심하면 뜻을 굽히거나 아니면 기껏해야 떠나는 것이 고작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을 아는지라 독자들은 독재 치하의 언론에 관대하다. 예컨대 ‘김대중’이라는 이름 석 자가 금기였던 유신시대 독자들은 지면 한 귀퉁이에 ‘유력한 재야인사’ 동정이 실리면 가슴 설레며 읽었지 ‘왜 이름이 없느냐’고 따지지 않았다. 어느 신문이 일제 때 ‘천황폐하께 충성을 다짐’(1936,1,1)했다거나 북한군이 서울에 입성하는 날(1950,6,28)‘김일성장군 만세’를 특보한 것을 야박하게 허물하지 않는다. 둘 다 본의가 아니라고 미루어 혜량하는 것이다. 세월이 달라졌다. 사회주의 국가를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 언론이 권력의 눈치를 보는 시대는 지났다. 특히 한국 언론은 ‘오히려 정부를 탄압한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무소불위다. 그런데 우리나라 언론의 신뢰도는 세계 최하위다. 더불어 기자를 ‘기레기’로 폄훼한다. 원인이 뭘까? (기자가) “본대로 들은 대로 쓰지 못하던 시절의 독자들은 행간의 숨을 뜻을 읽고 오히려 공감했지만 쓰고 싶은 대로 쓴 기사를 읽는 독자들은 기자를 불신한다” 오랫동안 언론민주화 운동을 해온 사람의 분석이다. ‘김일성 만세’를 부르고 ‘천황폐하께 충성다짐’에는 관대할 수 있어도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는 교육부총리의 빨간 넥타이를 가지고 딴죽을 걸고 ‘친일청산’ 얘기만 나오면 좌파들의 단골메뉴로 매도하는 데 대해서는 묵과하지 못하는 것이다. 언론자유가 만발한 시대의 언론불신은 정파에 치우치고 자사이익에 기울고 자기입지에 연연한 데서 나온다. 내면의 양심을 제 1독자로 설정하면 사정(私情)에 얽매이지 않는다. 그런 글이라야 당대에 만인이 공감하고 먼 후대에 사가(史家)들이 귀감으로 삼는다. 기원전 710년 사건을 다룬 공자의 한 줄 기사가 &lt;2월 봄, 정월 무신일에 송나라 독이 그 임금 여이와 대부 공보를 죽였다.二月春王正月宋督弑其君與夷及其大夫孔父&gt;가 그 좋은 사례다. 이 기사에서 피해자(공보)의 실명(공보)을 거론하는 것은 그에게도 문제가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그 곡절을 좌구명(左丘明)이 밝혔다. &lt;안으로는 가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밖으로는 백성들에게 원망을 사서 자신도 죽고 화가 임금에게까지 미치게 했다&gt;는 것이다. ‘가정을 다스리 못했다’는 말은 사건 후 범인이 공보의 아내를 취한 것을 두고 어떤 내막이 있음을 암시한 것이며 ‘백성의 원망을 샀다’ 함은 송나라가 10년 동안 11번의 전쟁을 치러 백성이 탈진했는데 당시 대사마(大司馬)로 군을 통괄했던 공보의 책임이 크다는 뜻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공보(孔父)가 공자의 6대조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모든 족보가 시조의 행장(行狀)이 칭송일변도인 것을 감안하면 2500여 년전, 직계 할아버지의 불미스러운 사건을 가감 없이 다룬 공자의 공평무사는 춘추가 왜 춘추인지를 말해준다.
  • [전문가포커스] 4.15총선, 정치와 정치지도자를 생각한다
  • 류석호 교수|2020-04-07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가 세계 질서를 바꾸어 놓을 것이며, 글로벌 무역과 자유로운 이동을 기반으로 하는 시대에서 시대착오적인 ‘장벽(障壁)의 시대’가 되살아날 수 있다.” 미국 외교의 거두로 통하는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이 지난 4일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진단한 내용이다. 또한 뉴욕타임스(NYT) 유명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세계는 이제 코로나 이전인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구분될 것”이라고 갈파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코로나 사태’가 다방면에 걸쳐 세계적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전쟁 같은 와중에 대한민국은 일찍이 유례를 찾기 힘든 선거를 치른다. 탈도 많고 말도 많은 그 ‘4.15총선(總選)’이 마침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코로나 19 사태’로 그 어느 때보다 나라 안팎에서 전 분야에 걸친 복합적 위기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어수선하고 침체된 분위기에서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역설적으로 그러기에 더욱 중요하다고 하겠다. 역사상 유례없는 위기상황인 만큼 후보자나 유권자 모두 비상한 각오와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과감한 현실론(現實論)으로 나라를 지킨 병자호란(丙子胡亂)의 명재상 최명길(崔鳴吉) 같은 정치지도자는 찾아볼 수 없는가. 청(淸)나라의 막강 대군이 쳐들어왔을 당시 조정의 대세는 존명사대주의(尊明事大主義)에 빠져 척화(斥和)가 우세했다. 그럼에도 최명길은 싸울 힘이 없을 때는 국토를 보존하고 왕을 지키며 백성이 어육이 되는 것을 막는 것이 우선이며, 그 길은 주화(主和)뿐임을 내세워 청과 담판을 짓고 전쟁을 종식시켰다. 그의 이런 신념과 판단에는 명분론에 매몰된 도식적인 성리학(性理學)의 틀에서 벗어나 유연한 사고로 실질과 현실을 중시하는 양명학(陽明學)적인 바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시대의 흐름과 정세(情勢)를 바로 보고 현실을 받아들여 실리(實利)를 택할 줄 아는 용기와 책임감을 가진 인물이 진정한 정치가이다. 일찍이 일본이 낳은 세계적 석학인 경제학자 모리시마 미치오(1923~2004)는 명저(名著) ‘왜 일본은 몰락하는가?’에서 정치의 중요성을 갈파했다. “아무리 훌륭한 관료, 기업인, 문화인이 배출된다고 해도 정치가 3류면 그 나라의 장래는 없다”라며, 이른바 ‘3무(無)의 정치’를 거론했다. 소신(Conviction), 정책(Policy), 책임(Responsibility)이 없는 ‘3N’. 다른 모든 것이 잘 되어도 정치가 잘못되면 무의미하고 끝장이라는 것을 이번 선거에 나선 선량(選良)과 유권자(有權者) 모두가 절실하게 깨닫고 실천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lt;류석호 강원대 외래교수&gt; 필자 약력 △강원대 외래교수 △전 조선일보 취재본부장 △변협 등록심사위원
  • [김태혁 칼럼] “단일화로 민주당 잡는다”...미래통합당 '일 대 일' 구도로 과반의석 기대
  • 김태혁 부사장|2020-04-06
  • 4,15 총선을 10여일 앞두고 단일화 바람이 불고 있다. 야당인 미래통합당은 “21대 국회에서 150석 가까운 의석으로 제1당을 차지할 것”이라고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과반의석을 차지해 입법과 정부 조직 개편, 의료보험 체계 개편 등을 통해 ‘국가 감염병 방어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또 김 위원장은 “온 국민이 고통을 겪고, 그 고통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전쟁과 다름없는 제3차 세계대전”이라고 선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미래통합당은 ‘무소속 당선자 복당 불허’ 방침을 천명했다. 통합당 공천 결과에 반발해 탈당한 일부 무소속 후보자들에 대한 일종의 선전 포고 형식이다. 특히 황교안 대표가 강경대응에 나선 것은 홍준표 전 대표와 권성동 윤상현 의원 등 일부 통합당 출신 무소속 후보자들 때문에 보수 진영의 표심이 분열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러한 영향으로 보수 야권 중심으로 단일화 경선이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 신경민 민주당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서울 영등포을도 박용찬 통합당 후보와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정현 의원의 단일화 협상이 진행 중이다. 어기구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인 충남 당진에선 김동완 통합당 후보와 정성재 무소속 후보 간 단일화가 논의되고 있다. 인천 서구을에서도 통합당 공천을 받은 박종진 후보와 이행숙 무소속 후보가 경선으로 단일 후보를 결정하기로 했다. 강 후보와 이 후보는 모두 자유한국당당협위원장 출신으로 통합당 공천 심사에서 배제된 뒤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통합당 '텃밭'인 대구 수성갑은 당초 공천에 반발, 무소속 출마했던 이진훈 후보가 사퇴하면서 통합당 주호영 의원으로 단일화 됐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간 일 대 일 대결구도가 됐다. 문제는 일부 무소속 후보들의 반발이다. 홍준표 전 대표는 황 대표의 '무소속 출마자에 대한 영구 입당 불허' 발언에 시하게 반발하고 있다. 홍 전 대표는 "당 대표라는 자리는 종신직이 아니라 파리 목숨이라는 것을 아직 잘 모르고 그런 말을 하는 것 같다. 탄핵 때 당을 배신하고 나갔던 분들도 모두 복귀하고 공천도 우대받았다. 그것이 정치"라고 했다. 윤상현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황 대표는 잘못된 공천에 사과부터 하는 것이 당원들에 대한 도리"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이기는 공천을 해야 한다는 수 없는 공언을 뒤엎고 지는 막천으로 문재인 정권을 돕고 있는 사람이 바로 황교안 대표"라고도 꼬집었다.
  • [김성기 칼럼] 돈만 뿌린다고 경제가 살아나나
  • 김성기 부회장|2020-04-03
  •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 국민건강은 물론 경제 전반을 위협하는 위중한 지경에 이르자 돈 살포를 앞세운 단기대책이 속출하고 있다. 이달 총선까지 겹쳐 일정이 다급해진 정부와 여당은 소득하위 70% 가구를 대상으로 4인 가족 기준 가구당 100만원 씩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경기도와 서울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들의 재난기본소득 제공 방침으로 봇물이 터진 지원대책에 정부가 나서 큰 그림을 제시하는 형식을 취했다. 재정파괴 수준 ‘월 60만원 기본소득’까지 정부가 지원금 대상이 되는 소득하위 70%의 기준을 별도로 밝히겠다고 미뤘다가 3일 3월분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하겠다고 공개했으나 구체적인 지급대상자 선정방안을 놓고 논란이 여전하다. 지자체가 분담하기로 책정된 재원 20%에 대해서도 중앙과 지방 간 이견이 많다. 게다가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위성 정당으로 총선을 앞두고 급조된 더불어시민당은 모든 국민에게 매달 60만원씩 기본소득으로 제공하겠다는 공약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했다. ‘시민재분배 기여금’ 등 증세를 전제로 연간 360조원이 들어가는 재정 파괴 수준의 기본소득 공약이 논란을 빚자 시민당은 행정착오라고 철회했지만 불붙은 돈선거 논란은 더욱 확산되는 추세다. 코로나 19 대유행으로 세계경제가 극도로 위축되면서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는 생산과 소비 투자 등 모든 영역에 걸쳐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폐업하는 자영업자와 실직자가 늘고 항공 운수 여행 등 서비스업은 물론 자동차와 전자, 가구 등 제조업과 금융분야에서도 조업 단축과 감원 휴폐업이 급증하고 있다. 상황이 워낙 위중하다 보니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선 비상대책의 필요성을 정부와 민간에서 서둘러 거론해왔다. 정부가 제시한 재난지원금이나 기업을 위한 재정·금융 지원은 폐업과 실직, 소득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을 돕고 위기에 처한 기업을 일단 살려야 한다는 취지에서 필요한 대책으로 꼽힌다. 그러나 코로나 위기가 앞으로 얼마나 지속될 지 아직 속단하기 어렵다. 위기가 이제 시작단계라는 시각에서 보면 향후 몇 차례 긴급지원대책이 더 요구될 가능성이 높다. 국제통화 달러를 찍어낼 수 있는 미국과는 우리 형편 다르므로 재정을 효과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곳에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그래야 국가부채가 대책 없이 급증해 위기대응 능력을 약화시키고 민생을 파탄으로 내모는 비극을 피할 수 있다. 재난지원금을 소득하위 70%에 제공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보수 성향이 강한 상위 30% 고소득층을 제외한 나머지 계층에게 모두 지원을 대겠다는 소리로도 들린다. 막연한 구분이 아니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좀 더 명확한 지원기준과 세밀한 지침이 요망된다. 돈을 뿌리는 식의 긴급지원은 경제회생을 위한 근본대책이라기보다 급한 환자의 열부터 내리게 하는 응급 해열제에 가깝다. 우선 위중한 환자의 열부터 떨어뜨릴 수 있는 해열제가 필요하겠지만 해열제만 쓴다고 병에서 회복되는 건 아니다. 해열제를 쓰고 진단에 맞는 치료제 등 처방을 함께 해야 근본적인 회복이 가능하다. 정부가 코로나 19를 겪으면서 지금까지 제시한 대책은 돈을 뿌리는 해열제 일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돈 뿌려 민심 얻고 급한 불을 끄되 집권 당시 제시했던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이나 주 52시간 근무제, 탈원전 등 주요 정책은 건드리지 않고 가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정부와 여당은 망가진 경제를 코로나 위기의 영향으로 돌려 야당이 제기한 실정(失政) 공세를 무디게 했다고 쾌재를 부를지 모르겠으나 코로나의 영향을 받기 전인 지난해 이미 바닥에 떨어진 각종 경제지표와 민간기업의 실적이 논란의 진상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돈을 뿌려 파국을 늦출 수는 있겠지만 경제회복은 요원하다. 위기에 빠진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절박한 목표가 있다면 당장 기업의 의욕을 꺾어 민간부문의 활력을 저해하고 시장을 위축시키는 규제를 뽑아버려야 한다. 기업들은 소주성과 경직된 주 52시간 근무제, 탈원전 정책을 규제로 기운 대표적인 사례로 꼽는다. 4차산업 시대에 걸맞는 규제 개혁과 새로운 산업 육성 정책이 절실하다. &lt;투데이코리아 부회장&gt; 필자약력 △전)국민일보 논설실장, 발행인 겸 대표이사 △전)한국신문협회 이사(2013년) △전)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 조은경 작가의 귀촌주부다이어리
  • [조은경의 귀촌주부 다이어리]2-16
  • 조은경 작가|2020-03-30
  • 발전과 확대를 거듭해 가던 인간 문명이 한낱 바이러스의 침공을 맞아 처참하게 쪼그라들고 있다. 때는 21세기인데 14세기의 흑사병 시기의 감염이나 가까이는 20세기 초 1차 대전 시에 발병했던 스페인 독감과의 비교가 종종 이루어진다. 아이러니컬하게도 1차 대전에 참전하지 않았던 스페인의 언론이 전선에서 발병한 이 독감에 관해 계속 보도함으로써 스페인 방송을 들은 병사들이 그 병을 스페인 독감이라고 불렀고 그 명칭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전쟁에서 사망한 병사 및 민간인들의 숫자가 2천만 명인데 그 독감으로 사망한 인명이 전 세계적으로 5천만 명에 달했다고 하니 가히 질병의 위력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흑사병 또한 인구가 적었던 14세기에 3년에 걸쳐 2천만 명의 희생자를 낸 엄청난 재난이었다. 그 외에도 서구 열강이 아메리카 대륙에 발을 디딜 때 그들이 가져온 전염병이 면역을 갖지 않았던 원주민들을 초토화시켜 정복을 손쉽게(?) 했다는 견해도 있다. 그렇듯 대단한 인명의 손상을 가져온 그 병들에게서 경험을 얻어 현재는 예방 조처와 진단과 치료 등, 과학의 발전으로 사망률은 현저하게 줄고 있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라 할 것이다. 그래도 과학이 발달했다 해 놓고 어찌 이 바이러스를 잡지 못 하나, 원망이 생긴다. 물론 인류는 결국 이 바이러스를 퇴치하고야 말 것이지만 문명과 문화의 접점에서 많은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이 코로나 19의 원인으로 실험실에서 고의 또는 사고로 유출되었을 것을 의심하고 있다. 이 추정이 사실이든 아니든 이젠 더 이상 문제가 아니다. 또 지구상에서 인구가 더 이상 증가하는 것을 우려하는 어떤 집단(?)의 음모라고 하는 견해도 있는데 그 것 또한 더 이상 문제가 아니다. 지구별에서의 문명의 발달은 결과적으로 인구 감소 쪽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더 이상 기업에서의 노조와 같은 집단행동은 사라지게 될 지도 모른다. 인간을 대신하는 AI가 인간의 자리를 점차 꿰차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과학의 급격한 발달을 경고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지만 지금과 같은 바이러스의 창궐은 과학의 발달 때문에 생긴 나쁜 결과라고 보기는 어렵다. 차라리 과학 또는 의학의 발달이 인류를 살리는 구세주로 등장했다고 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코로나 19의 백신 약 또는 치료약을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 이 병의 발발은 지구촌 전체의 문화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첫째, 개인위생 문제이다. 서구인들이 즐겨하는 인사인 키스와 포옹 및 악수는 점차 사라지고 동양식 절이나 기타 다른 접촉으로의 인사 문화가 자리 잡을 것 같다. 악수는 처음 생길 때 손에 무기가 없는 것을 보여주는 의미였다고 하지만 이제 감염의 제 1 원인으로 기피되어야 할 존재가 되었다. 둘째, 격리 문제이다. 자가 격리에 따르는 고독을 경험함으로써 이제까지의 함께 하고 함께 즐긴다는 –함께-의 미덕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나타나게 되었다. 고독이 인간 고유의 특징이자 인문학의 근원으로서 향유해야 할 덕목으로 전면에 나서게 되었다, 고독 속에서 건져 올린 문학과 철학의 사유가 깊게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실례로 서구 소설의 연원이라 할 –데카메론-도 흑사병 시절에 출현하지 않았는가. 셋째, 경제 문제이다. 유례없는 공포와 격리의 생활 속에서도 인간은 먹어야만 하는 존재이므로 농업의 굳건한 실체를 재확인시켜 주었다. 아울러 농촌 생활까지도 재조명되었다. 도시에서 살다가 자가 격리를 위해서 가까운 친인척들이 사는 시골로 거처를 옮긴 사람들이 많다. 농촌은 상대적으로 인구 밀도가 조밀하지 않고 맑은 공기 속에 있으므로 이번 질병과 같은 호흡기 및 폐 질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고, 사실 그러하다. 옛날 페스트 시절에는 위생조건이 열악한 시골에도 발병이 많았다고 하지만 지금의 농촌 지역은 도시 못지않게 위생 조건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깨끗한 대기 질 뿐 아니라 비타민 D가 풍부한 태양의 빛과 열이 면역력에 도움을 준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라고 믿는 많은 사람들의 염원대로 아마 이 질병은 지나갈 것이고, 이 후에도 인류의 문명은 계속해서 발전할 것이다. 대기 질에 미세하게 펼쳐져 있는 바이러스보다도 더 작은 나노의 물질들이 전파라는 이름을 타고 세계를 좁혀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질병을 극복한 경험을 바탕으로 의학과 과학의 세계는 한층 더 미지의 세계를 파고들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인류는 ‘잠깐 멈춤’의 이 시기를 통하여 자연에 대하여 숙고할 시기를 가졌다는 것이다. 이 세계가 모두 ‘자연으로 돌아가라’ 라는 뜻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인간이 자연 속에서 생로병사를 경험하고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인식할 시간을 가졌다는 것이다. 바이러스나 나노와 같은 마이크로의 세계를 무시할 수 없겠지만 기본 생명을 유지시켜 주는 식품, 그 식품을 생산하는 자연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인식을 새로이 한 것이다. 문명의 ‘잠깐 멈춤’의 시간에서도 생명은 그대로 흘러가며 그것은 자연에 기초한다는 것 말이다. 자연은 잠깐이라도 멈추지 않았고 때는 바야흐로 봄이라 천지에는 온갖 꽃들이 만발한다. 그러므로 넓은 들이 펼쳐져 있고 산도 가까이 보이고, 아침에 뜨는 태양과 저녁에 지는 석양을 매일같이 친구처럼 대면하고 있는 시골 사람으로서 코로나 19 라는 질병의 만연은 도시 문명에 대한 경종으로 비쳐진다. 그렇게 부러워 마지않던, 도시에 밀집한 고층 아파트의 문명 생활도 그 어떤 위험에 대해서는 취약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되던 우려가 현실화 되었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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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 [기자수첩] 건설현장에 부는 ‘스마트 안전’ 훈풍
  • 김태문 기자|2020-04-07
  • 건설현장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첨단장비 도입이 확대되면서 4차 산업혁명 기술로 대변되는 ‘스마트 안전 기술’이 급부상하는 모양새다. 덩달아 이 기술들을 개발해온 국내 중소기업들도 함박 웃음을 짓고 있다. ‘건설기술 진흥법(건진법)’ 하위법령 개정안이 지난달 18일부터 시행되면서다. 최근 몇년 사이 각 정부 부처의 보도자료에선 ‘4차 산업혁명’이니 ‘스마트(smart)’니 하는 단어가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그러나 기자가 취재 현장에서 느낀 건 그렇게 똑똑한 기술들이 정작 건설 현장에선 찾아볼 수 없거나, 있더라도 걸리적 거리는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스마트한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상품으로 내세운 중소기업들은 정작 영세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사업 기로에서 허덕이고 있다. 이번 건설기술 진흥법 시행규칙 개정안은 스마트 안전장비 도입을 위해 안전관리비 항목을 확대하고, 입찰과정에서 품질관리비에 낙찰률 적용을 배제하는 등 적정 공사비 반영을 규정한 것이 골자다. 특히 건설현장에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스마트 안전장비 도입 등 첨단기술 활용 근거가 마련된 점은 고무적이다. 안전관리비 항목에 무선통신 및 설비를 이용한 안전관리체계 구축·운용비용이 추가됐고, 민간공사도 스마트 안전장비를 사용하는 경우 발주자가 비용을 지불하도록 근거를 마련한 점이 눈에 띈다. 이와 관련해 산업계가 주목하는 건 건진법 시행령의 60조 안전 관리비 내용이다. 건설공사의 안전관리 비용을 규정한 것으로, 무선설비 및 무선통신을 이용한 건설공사 현장의 안전관리체계 구축·운용 비용 등이 새로 포함됐다. 건설현장에서 사용되는 스마트 안전장비의 종류로는 개인안전보호구, 건설장비 접근 경보시스템, 붕괴위험경보기, 스마트 터널 모니터링 시스템, 스마트 건설 안전통합 관제시스템 등이 있다. 좁게는 건설 현장의 작업자 안전에서부터 넓게는 작업인원 및 장비의 원격관제를 통해 건설 현장 자체를 보호하는 수단들이다. 모두 원격 무선설비·무선통신 등을 근간으로 하는 것들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현장 사고 사망자는 428명으로 1999년 사고 사망자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여전히 연간 400명 이상의 사망자가 건설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만큼 사고 감소세를 이어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비록 늦은 감이 있지만 이번 개정으로 건설 현장의 안전 관리에 보다 효율적인 수단을 도입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은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최근 몇년 사이 보도자료에서 ‘4차 산업혁명’이니 ‘스마트’니 하는 단어들이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것처럼, 이번 건진법 개정안도 단지 선언적인 의미로만 치부돼서는 안 될 것이다. 스마트한 장비를 진짜 똑똑하게 써야할 시기가 도래한 셈이다.
  • [기자수첩] 온라인 원격 수업, "졸속행정, 궁여지책" 비판 피할려면...
  • 김성민 기자|2020-04-04
  • 투데이코리아=김성민 기자 | 최근 코로나 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일명 우한 폐렴) 확산 여파가 지속되면서 정치, 의료, 경제계를 비롯한 모든 분야가 재난을 극복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감염을 우려한 기업들은 재택근무에 나서 비대면 업무를 실시했고, 학교는 영상회의 플랫폼을 통해 원격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오는 9일부터 개학하는 학생들은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이 배포한 원격수업 지침을 바탕으로 온라인 수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른바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교육부는 ▲카카오톡 ▲밴드 ▲구루미 ▲Zoom(줌) ▲팀즈 등을 학교의 여건에 맞게 선택할 것을 권고했다. 또 “과제를 내거나 학습 자료를 확인하는 건 e학습터, 위두랑 등을 쓰고 실시간 공지와 소통은 기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단톡방’을 활용하라”고 전했다. 이와 같은 원격수업이 교육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지난 2일 교육부는 중소벤처기업부와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민간 분야의 다양하고 좋은 콘텐츠를 교육 현장에 전달함으로써,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원격교육이 새로운 배움의 형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19로 이뤄진 대책이지만 어릴 적 바라던 ‘집에서 (학교)수업하는 세상’이 성큼 다가와 새삼 놀랍기도 하다. 하지만 개학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궁여지책’이라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원격수업으로 인한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외신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화상회의 서비스 줌으로 수업을 진행하던 중, 학생이 아닌 이용자들이 접속해, 화면 중앙에 음란물 이미지를 띄우는 사건이 FBI로부터 보고됐기 때문이다. 또 국내에서는 교육부가 권고한 원격수업 플랫폼을 테스트해 본 결과, 수업을 진행하는 동안 학생들이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즐겨도 화상카메라 앵글에서 벗어나면 교사는 알 수가 없다. 게다가 원격수업 중인 PC로 웹서핑을 하거나 유투브를 시청해도 모른다. 실시간 쌍방향 수업 중 교사가 학생의 수업 참여도를 분석하기가 어렵다는 점에 대해 교육부 이러닝 부서는 “새로 개설된 부서라 수업에 집중하지 않고 있는 학생들에 대한 대책 방안이 있는지 알아보고 연락주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앞으로 원격 회의 방식은 여러 분야로 확대 적용될 것으로 보이지만 실효성에 대해선 의구심을 떨칠 수 없는게 현실이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회의에 참여하는 개인들이 허락한다면, 원격제어를 통해 작업창을 들여다보면서 참여도를 분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코로나 19 확산 속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면서 원격 회의라는 최선의 방식을 선택했지만, 지속 가능성은 개개인의 참여도가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 [기자수첩]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딜레마’
  • 오 윤 기자|2020-03-26
  • 투데이코리아=오 윤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야권으로부터 공격받고 있다. 기자 취재에 따르면 일부 비문계 의원들은 이 대표의 행보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 대표는 최근 열린민주당과의 신경전으로 골머리를 썩고 있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지난 25일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정당은 `더불어시민당`이라고 노골적으로 밝혔다. 이 대표는 열린민주당에 대해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를 참칭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친문재인’, ‘친조국’ 색깔을 거리낌 없이 보인 열린민주당에 견제구를 날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열린민주당 비례 2번인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이 대표의 발언에 "'참칭'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라며 "감히 '미래'와 '통합', '한국'을 참칭하다니"라고 했다. 같은 당 김성회 대변인도 논평에서 "이름을 팔고 다닌다는 뜻의 '참칭'까지, '민주당'이라는 이름을 공유하는 동지로서 안타깝다"고 했다. 청와대도 열린민주당에 대해 거리를 두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청와대 관계자는 “열린민주당에 출마한 청와대 인사들은 개인적인 행보다. 청와대와 연관 없다”며 “문재인 대통령을 언급하는 게 솔직히 편하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이 대표로서는 머리가 아픈 상황이다. 견제구를 날리며 연일 비판한다고 해도 열린민주당은 거침없는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26일 리얼미터의 총선 비례대표 정당투표 조사에서 열린민주당 지지율은 11.6%를 기록했다. 더불어시민당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9.1%포인트 하락한 28.9%였다. 정치권은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에 위기가 온 것이 아니냐고 분석이 나오고 있다. 비례정당인 시민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에 더 큰 분열이 올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더불어민주당 한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총선에서 압승을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표하는 사람들이 많다. 솔직히 열린민주당과 함께 한다면 지지율로 봤을 때 ‘천군만마’를 얻은 것이나 마찬가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문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친문 순혈주의’를 강조하는 이 대표의 행보를 달갑게 여기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이른바 ‘금태섭 사건’ 때문이다. 앞서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울 강서갑 경선에서 신인인 강선우 전 민주당 부대변인에게 패배했다. 이를 두고 야권에서는 민주당 ‘친문 벽’에 막힌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금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 몇 안 되는 ‘소신파’로 평가받던 인물이다. 그는 당내 검찰 개혁의 핵심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에 반대하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민주당 당원들은 금 의원에게 출당을 요구했고 ‘비문’이라는 낙인이 찍히게 됐다. 비문계 의원들의 따가운 시선과 열린민주당이라는 암초가 더불어민주당의 분열이 될 것이라는 정치권의 관측이 제기되면서 이 대표가 사실상 ‘딜레마’에 빠졌다는 평가다.
  • [기자수첩] 껍데기는 5부제, 알맹이는 예약제
  • 편은지 기자|2020-03-22
  •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일명 우한폐렴)가 국내에 창궐한 지 벌써 한 달이 넘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점점 감소세를 보이며 ‘잡혀가고 있다’는 말이 나오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느낌이 더 드는 요즘이다. 여전히 마스크는 품절이고, 손소독제는 비싸고, 이제는 체온계까지 재고가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구하기 어려워진 생활용품은 단연 마스크다. 한 묶음에 3000원, 한 장에 30원 꼴로 판매되던 필터도 없는 일회용 마스크는 이제 장당 1000원이면 저렴하다는 말을 듣게 됐다. 마스크 가격은 전례없이 치솟았고, 마스크 몇 장을 손에 쥐기 위해 약국 앞에 줄을 길게 늘어서 몇 시간이고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은 꽤 익숙한 풍경이 됐다. 마스크 수급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정부는 ‘마스크 5부제’라는 대책을 내놨다. 출생연도에 따라 일주일에 한 번, 한 명당 2장만 살 수 있다. 추가적으로 마스크가 더 필요한 사람은 공적마스크가 아닌 민간 사업자의 마스크를 살 수 있도록 했고, 가격이 너무 오르지 않도록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다. 그러나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되면서 갖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허울좋은 대책'이라는 쓴소리가 나온다. 우선 마스크 5부제를 시행하면서 민간 사업자들이 판매하는 마스크 가격이 더 올랐다. 기존 마스크 5부제 시행 전만 해도 4000원 선에서 팔리던 KF마스크는 온라인 상에서 최고 1장당 7000원까지 치솟았다. 공적마스크 구매 수량이 2장으로 제한되자 오히려 민간마스크 가격이 더 오른 것이다. 이 때문에 국민들은 일주일에 이틀(평일 하루·주말) 간 공적마스크를 구하지 못하면 울며 겨자먹기로 장당 7000원을 호가하는 마스크를 사야한다. 또 당초 마스크 필터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매일 바꿔 써야 한다고 했던 정부는 결국 ‘마스크 재사용 가능’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내놓은 것이나 다름없게 됐다. 마스크를 일주일에 2장만 살 수 있게 수량을 제한한 이상, 적어도 3일은 마스크를 재사용해야 한다. 정부는 최근 두 달간 마스크 재사용을 놓고 말을 수차례 바꿨다. 코로나19 창궐 초반만 해도 마스크 필터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하루에 한 번 바꿔써야 한다고 했다가, 갑자기 건강한 사람은 마스크 착용이 필수가 아니니 양보하는 미덕을 가지라고 했다. 마스크는 똑같은데 재사용 여부는 가능해졌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마스크 5부제 이후 예약받는 약국이 늘면서 정작 당일에 구매가 가능한 사람들이 못사는 경우가 늘었다는 것이다. 일주일 중 평일 단 하루만 구매가 가능해지면서 며칠 전부터 예약을 받는 약국이 늘었고, 사람들은 약국에서 예약을 받아주자 다음 주, 그 다음 주까지 예약을 미리 해놓고 정해진 요일, 원하는 시간에 수령해 가고 있다. 때문에 많은 구매자들은 수요일이 구매 요일이라고 해서 수요일에 갔더니, “어제 예약이 다 찼다”는 말을 듣고 발걸음을 돌린다. 결국 마스크 5부제가 아니라, 마스크 예약제인 셈이다. 식약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마스크 예약제는 약국에서 알아서 하는 일이니 문제없다”고 답했다. 예약이 다차서 당일에 살 사람이 못 사면 다른 약국을 가면 된다고 말했다. 과연 식약처 관계자는 마스크 2장을 사려 출근 시간 1시간 전부터 나와 약국 오픈시간까지 기다렸다가 예약이 꽉 차 구매하지 못하고, 다른 약국에 가서 또 줄을 서야 하는 느낌을 느껴본 적 있을까. 아니, 애초에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이나 서본 적이 있을까. 마스크 5부제는 결국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 집을 오래 비울 수 없는 육아를 하는 부모들을 비롯한 ‘예약’이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쓸모없는 대책이나 다름없다. 스마트폰에서 약국 전화번호를 찾아 예약이 가능한지 묻는 일도, 마스크 알리미 앱을 설치해 확인하는 일도 모두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사람, 앱 사용이 자유자재로 가능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다. 이렇게 되면 당초 “꼭 필요한 사람에게 마스크가 갈 수 있도록 배려하자”고 외친 정부는, 오히려 ‘스마트폰에 익숙한 사람들이 마스크를 다 사갈 수 있는’ 대책을 내놓은 셈이다. 식약처 관계자가 마스크를 사러 한 번이라도 약국에 들러봤다면, 마스크 단 2장을 구매하는 게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를 안다면 마스크 5부제를 이렇게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라 본다. 대책은 만든다고 다가 아니다. 국민들의 입에서 “마스크 구하기가 편해졌다”는 말이 나오려면, 마스크 구하기가 어려워 지하철 역사에서 나눠준 부직포 마스크 한 장을 한 달 동안 착용하고 있는 어르신들이 없어지려면, 정부는 조금 더 유심히 살펴보고 이 안에서 생겨나는 미비점을 끊어내기 위해 계속해서 애써야 한다.
  • [기자수첩] 한 달 뒤 타다가 멈춘다
  • 유한일 기자|2020-03-11
  • “타다 베이직 서비스는 한 달 후인 2020년 4월 10일까지 운영하고 이후 무기한 중단할 수 밖에 없게 됐습니다.” - VCNC 박재욱 대표 한 달 뒤 타다가 멈춘다. 정부·국회에 눌리고, 택시업계에 치이던 타다가 1년 5개월이라는 짧은 역사를 뒤로하고 도로에서 사라진다. 지난 2018년 10월 8일 VCNC가 타다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 열었던 미디어데이 기사를 다시 찾아봤다. 당시 박 대표는 “타다를 통해 새로운 이동 플랫폼을 제공하면서 시장의 문제점을 해결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세계적 추세인 모빌리티 혁신을 국내에서도 이뤄내겠다는 젊은 사업가의 꿈은 허망하게 짓밟혔다. 타다 사태는 우리 사회에 많은 시사점을 남겼다. 타다라는 신산업과 택시라는 구산업이 조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빚어진 마찰은 신문의 산업면, 사회면, 정치면을 넘나들며 대중들에게 전해졌다. 그만큼 타다는 수많은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고립된 채 아슬아슬한 주행을 이어왔다. 타다가 멈추는 이유는 가장 큰 이유는 얼마 전 국회를 통과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 이른바 ‘타다 금지법’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개정안은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 승합차 대여 시 기사 알선 범위를 관광목적으로 6시간 이상, 대여·반납 장소를 공항이나 항만으로 제한하는 게 골자다. 주로 도심에서 단시간 이용하는 타다 베이직은 불법에 해당한다. 이 법이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이유다. 또 플랫폼 운송사업자는 운행 차량 대당 일정 기여금을 내야한다. 국토부가 구상한 기여금 규모는 개인택시 면허 시세, 이른바 ‘넘버값’인 8000만 원쯤으로 알려졌다. 타다가 현재 운용 중인 차량은 1500대 수준이다. 변수가 있겠지만 단순 계산으로 해본다면 1200억 원이 필요하다. 지난해 매출액이 300억 원에 불과한 타다에게 ‘돈 없으면 나가라’는 뜻이다. 국회 본회의에 오른 타다 금지법은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통상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벽을 넘은 개정안은 본회의에서 대다수 의결되는 걸 알고 있었지만, 막상 타다 금지법이 통과됐을 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첨예한 갈등과 압박에도 혁신이라는 의지로 버텨온 타다의 바퀴가 빠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정부와 국회는 이 개정안이 타다 금지법은 아니라고 한다.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은 “이 개정안은 타다 금지법이 아니라 플랫폼 운송사업이라는 개념을 완전히 새로 도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박 의원 역시 “타다 금지법이 아니라 택시 혁신 촉진법”이라고 했다. 정부와 정치권의 주장이 어느 정도 일리가 있을 순 있다. ‘타다는 합법적 서비스’라는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 모빌리티 업체들이 너도나도 택시면허 없이 승합차(렌터카)를 활용해 운송행위를 하게 된다면 우리 사회에는 타다 사태를 넘어선 대혼란이 올 수 있다. 이 혼란을 법 개정으로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이러한 결단을 내린 시기가 찜찜하다. 애초에 당국의 정책 조율로 해결할 문제였던 타다 사태는 우왕좌왕하는 정부의 무능으로 사법당국까지 넘어갔다. 법원이 타다의 손을 들어주자 정부와 국회가 힘을 합쳐 법 개정에 나섰다. 총선을 약 한 달여 앞두고 말이다. 타다와 택시업계가 충돌하던 지난해 초 뒷짐만 쥐고 있던 정부가 갑자기 ‘일’을 하겠다며 나섰다. 한 언론에 따르면 타다 금지법이 본격 논의되자 국토부 차관은 국회를 찾아 ‘로비전’을 했다고 한다. 총선을 약 한 달여 앞두고 말이다. 타다 금지법 국회 통과로 정치인들은 택시업계 표심에 눈이 멀어 국민 편의를 내동댕이쳤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눈앞의 25만 택시표와 60만 택시가족표(통계청 평균가구원수 2.4명)를 탐내온 정치인들이 타다 금지법을 서비스 질 개선과 혁신 촉진으로 포장한 채 타다를 좌초시켰다. 타다 사태가 선거철을 피해 일어났어도 똑같은 결과가 나왔을지 그들에게 묻고 싶다.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은 타다를 지지하고 있었다. 이들에게 타다의 혁신 여부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세계적 흐름인 모빌리티 산업을 막았다는 것보다 난폭운전, 승차거부 등 불친절한 택시를 타지 않을 대안이 사라졌다는 아쉬움이 클 수 있다. 타다 금지법이 과연 소비자들의 이동 편의와 택시 서비스 질을 제고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겠다. 박 의원의 말대로 타다 금지법이 ‘택시 혁신 촉진법’이 될 수 있을지. 정부·국회가 그리는 이상적 그림이 현실로 이뤄진다면 차라리 다행이다. 결과적으로 한 달 뒤 타다는 멈춘다. 다만 타다 금지법을 기획하고 구상하며 찬성표를 던진 이들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 모빌리티 업체들에게 기여금을 받아 택시업계를 달래며 기득권을 공고히 하는 게 진짜 혁신이라고 생각하진 않길 바란다. 혁신은 기존의 관습 등을 바꿀 때 생긴다. 국어사전에도 나와 있는 얘기를 애써 포장하는 행태는 불신을 키우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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