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당혹" - 민주당 "예고된 참사"

[투데이코리아=강정욱 기자] 대통령의 대변인이 9일(현지시간) 해외 일정 수행 중, 전격 경질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불명예스러운 경질의 주인공은 윤창중 대변인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변인이 경질된 원인으로는 성추행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은 오늘 오후 3시(한국시간), 9일 오전 11시(현지시간)에 로스엔젤레스에서 브리핑을 통해 "윤창중 대변인이 수행기간 중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됨으로써 고위공직자로서 부적절한 행동을 보이고 국가의 품위를 손상시켰다"면서 윤 대변인을 경질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윤 전 대변인은 지난 7일(현지시간) 밤 미국 워싱턴 D.C.의 숙소 인근의 한 호텔 바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업무수행을 돕던 주미 대사관 인턴 여직원과 술을 마시다 허락없이 신체부위를 만지는 성추행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주 최대 여성 커뮤니티 사이트인 미쓰유에스에이 게시판에 9일 오전 6시8분 경 "청와대 대변인이 박대통령 워싱턴 방문 수행 중 대사관 인턴을 성폭행했다고 합니다. 교포 여학생이라고 하는데 이대로 묻히지 않게 미씨님들 도움이 필요합니다. 이번 행사 기간 인턴을 했던 학생이라고 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와 급속히 확산되었는데 윤 전 대변인이 이에 관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

주미 한국대사관은 윤 전 대변인과 관련된 성추행 의혹에 대한 자체조사에 착수했으며 청와대도 사실이 밝혀지는 대로 밝히겠다고 전했다.

공교롭게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 자리에서 성폭행은 '엄단해야 한다'는 발언을 한 직후 벌어진 사건이라 국가 위상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까지 사건의 진상이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의혹제기만으로도 박근혜 대통령이 쌓은 국격에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최연희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사무총장, 정두언 전 한나라당 의원,강용석 전 한나라당 의원 등이 정치권 성추행 파문으로 물의를 빚었지만 대통령 공식 대변인의 성추행 파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새누리당은 이번 사건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민현주 새누리당 대변인은 의혹이 생긴 것에 유감을 표하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또한 한 명의 개인적인 실수가 박 대통령의 방미 성과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심정을 나타냈다. 그래도 청와대의 윤 전 대변인의 신속한 경질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예고된 참사"라며 진상조사 및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김관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점은 매우 유감"이라며 "이번 사건은 예고된 참사로 그동안 불통인사, 오기인사의 전형이라 비판 받아온 윤 대변인이 업무뿐 아니라 인격 면에서도 자격미달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준 사건"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책임자 처벌, 피해자에 대한 사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질된 윤 전 대변인은 언론인 출신으로 한국일보, 세계일보, 문화일보를 거친 보수논객이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대변인으로 발탁됐을때부터 자격논란이 제기됐던 인물이기도 하다. 윤 대변인은 지난 대선 기간 동안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를 지지한 사람들을 '정치적 창녀'라고 말하는 등 수준이하의 막말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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