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미묘한 현대인의 심리, 어긋난 인간의 소통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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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이나영 기자] 교육위원회 위원장상, 통일부 장관상 등 굵직굵직한 상을 휩쓸었지만 대중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여성조각가 손인환(46). 사실 손 작가는 작품이 발표될 때마다 미술계의 이목이 집중될 만큼 학계에서는 실력자로 통한다. 그의 작품은 양재 아산 벤쳐타워, 풍납 아산병원, 송내 자이 아파트 등 무심코 지나쳤던 곳곳에서 만나 볼 수 있고 충무로에는 그가 만든 대종상 영화제 기념조형물이 서있기도 하다.

동국대학교 미술학과와 뉴욕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손 작가는 최근 강남 유나이티드갤러리에서 열린 17번째 작품전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역시 손인환’이라는 평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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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작품에 대한 다양한 실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는 대리석 작품이 주를 이루는 이번 전시회에서도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닥나무를 원료로 한 한지부조 위에 칼라동선을 사용한 것. 손 작가는 유학을 마치고 귀국해서부터 계속 한지를 이용한 작품에 공을 들여온 데에 대해 “(조각 작품에)남들이 쓰지 않는 전통 한지 공예 기법에 접목을 시켜 평면에는 아크릴, 수채화라는 생각하는 틀을 깨고 싶었다”고 밝혔다.

우아한 기품과 소탈한 성품을 느낄 수 있는 평소 모습과는 달리 타인에 대한 무관심한 무수한 다리들, 알을 품은 채 웅크리고 쓰러져 있는 목이 없는 여성 등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고찰을 보여주는 손 작가의 설치작품들은 스케일이 크고 다소 과격하기도 하다.

소통·삶과 죽음 등 ‘현대인의 초상’을 다루다

‘또 다른 세계로의 진입(Entering the another World)’이라는 제목에서도 느껴지듯이 그의 작품은 ‘인간의 소통’을 주제로 다룬다. 손 작가의 작품 중에는 계단과 아치형 문 앞에 남녀가 나란히 서있으나 시선은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는 작품이 있다. 같은 곳에 있지만 바라보는 곳은 다른 즉, 동상이몽을 하며 살아가는 현대인의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을 나타낸 것이다. 이같은 소통이라는 콘셉트를 나타내기 위해 그의 작품에 항상 문, 창문, 계단, 길 등 다양한 도구가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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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신의 작품을 ‘현대인의 초상’이라고 정의하며 “공간의 조율도 중요하지만 내면의 공감도 중요하다. 조금 감성적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싶은 작가로서의 욕심도 있고 작품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어 “언어적인 면도 중요하지만 작가는 작품으로 대중과 소통해야한다”며 “자신만의 세계를 강조하기 보다는 대중과 공감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덧붙였다.

손 작가는 강남 작품전과 동시에 정선(강원도)에서도 ‘삶과 죽음’이라는 주제로 작품 전시를 했다. 그는 이 작품전에 대해 작가로서 역량을 십분 발휘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고 만족했다. 특히 작가의 삶을 투영하기 위해 직접 자신의 신체를 본떠 만든 작품들은 그 또한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대표적으로 구를 안고 있는 손 작가의 형상을 나타낸 작품은 어머니의 잉태라는 의미를 담고자 했다. 윤회의 시간 속에서 다시 살아나는 역동적인 인간을 모습을 연상케 한다.

이러한 그의 열정적인 작품 활동은 치열함에서 나왔다. 자신의 분야에서 ‘즐기지 않으면 행복을 느낄 수 없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 그는 미국 유학 기간 동안 생긴 10여 년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매일같이 새벽 2, 3시까지 작업에 몰두하는 치열한 삶을 택했다.

손 작가는 “에너지는 하루아침에 나오는 게 아니다”라며 “은사님의 죽음에 받았던 충격, 유학시절 소통의 부재에 겪었던 어려움 등 작가의 길을 갈 수밖에 없었던 운명적인 요소들이 있었다. 어떻게 보면 작품 활동에 중독됐다는 말도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최고보다는 진정성있는 작가가 되고 싶다”며 열정을 드러냈다. 그는 최고의 자리에 오른 현재까지도 새벽 작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희열을 느끼고 있다.

“작가는 사회 문제에 화두를 던지는 역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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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진정성을 추구하는 작품 세계는 현대적 작품 이외에도 부디즘(buddhism)을 바탕으로 한 것에도 찾아볼 수 있다.

대학 재학 중 불교의 영향을 받은 손 작가는 동자승과 관련된 조각을 많이 하기로도 유명하다. 그는 버려지고 소외된 아이들이 동자승 수행생활을 하기도 한다며 그동안 동자승을 주인공으로 다룬 책과 영화들도 있었지만 조각으로도 사회적 화두를 던지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2009년 인사아트센터에서 연 전시회에서도 가부좌를 한 채 명상하는 인물, 다른 아이들과 다르지 않게 평범하게 놀고 있는 동자승들 등 전형적인 부디즘이 아니라 현대와 동자승의 조화를 보여주는 작품을 선보여 종교를 초월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사회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환으로 결식아동돕기 조각전 등 직간접적인 사회 환원 활동에도 힘쓰고 있는 손 작가는 “좋은 의미로 마음을 모아서 하는 일은 드러내지 않고 하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쑥스러워하며 “보여주기 식보다는 현장에서 어려움을 함께 느끼며 힘든 과정을 겪은 것이 진정성이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을 아꼈다.

또 손 작가는 대학에 강단에 서며 후배 양성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가 출강 중인 학교인 공주 교육대학교, 충북 대학교는 서울에서 거리가 멀다는 문제가 있었지만 손 작가의 열의를 막을 수는 없었다. 그는 “학연, 지연을 떠나 단지 학생들에게 에너지를 나눠주고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선생다운 선생의 역할을 하고 싶었다”고 겸손한 대답을 할 뿐이었다.

아울러 “작품 활동만 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이 알아줄 수는 없다”며 “타인의 공감을 얻기 위해서도 (강의는)필요한 과정이다”라고 말했다. 특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교수의 위치가 아니더라도 배우는 학생들이 강사의 진정성을 보게 된다면 그들도 후배를 위해 노력을 하게 되는 파급효과가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강단에서면서 “인간적인 모습, 선생으로 덕목을 갖춘 사람이 돼 학생들이 닮고 싶은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는 포부를 전한 그는“자신은 항상 현재 진행형이라며 다시 태어나도 작가로 살고 싶다”는 조각을 향한 남다른 애정 역시 숨기지 않았다.

[손인환 작가의 걸어온길]
뉴욕대학교 대학원 졸업.동국대학교 미술학과 졸업

[심사 및 경력사항]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 (2010,2005 ),단원미술대전(2005).소사벌 미술대전 운영위원(2005),서울시 미술장식품 심의위원(2009~2012).서울시 공공디자인 심의위원(2008~2010),서울시 상암DMC자문위원(2008~2010).4대강 조형물 심사(대전),서울시 상암 DMC심사.서울시 영등포구 도시디자인 심의위원.( 2009~2012 ).동국대학교 미술학부 강사,동국 대학교 일반대학원 강사.한국미술협회 이사,서울미술협회 이사,한국조각가협회 감사 등 역임.

[개인전 및 초대전 등 16회]
2012 손인환 개인전-Entering the another world(코사스페이스 갤러리,서울).2011 ISF 국제조각 페스타(예술의 전당,서울).2009 손인환 개인전-Entering the another world (인사아트 센터,서울).2008 Beijing Olimpic Art Fair (Beijing,China).2007 손인환개인전-우림갤러리 기획 초대전(갤러리 우림,서울).2005 뉴욕 중앙일보 창간30주년 기념 초대전 (LongIsland,New York).2005 Osaka International Art Fair (아시아 태평양무역센터,일본).2005 손인환개인전-우림갤러리 기획초대전(갤러리 우림,서울).2004 Manif Seoul(Seoul Art Center).2004 한용진 미술상 수상기념 초대전(Space World Gallery,New York).2004 손인환개인전(인사아트 센터,서울).2003 손인환 귀국전(공평아트 센터,서울).1996 14 Sculptors Gallely(New York).1996 플리디스 갤러리(브로드웨이,뉴욕).1995 14인의 조각가의 갤러리 (뉴욕).1995 와싱톤이스트 갤러리(뉴욕). [단체전 등 120회] 2012 한국 조각가 협회전(서울 시립 미술관)외 다수.2011 한국미술협회전 및 임원전(Setec,학여울) 외 다수.2010 부산비엔날레(부산 문화회관)외 다수.2009 Spain Peace Cup Art Festival (스페인)현대미술 독일전'마지막 장벽 그 꿈과 희망'(독일 본 여성 미술관) 외 다수.2008~2003 '결식아동돕기 조각50인전'(로즈 타워 특별전시전,한국 조각가협회) 한국미술협회전 (예술의 전당) 외 다수.

[수상경력]
국회 부의장상,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상,통일부 장관상(2005).오사카 아트페어 우수 작가상 (일본)한용진 미술상 수상 (뉴욕).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1회(2003),입선2회(2004,1991).중앙미술대전 입선(1991),목우회전 입선(1991),현대조각대전 입선(1991)..MBC구상대전 입선(1991),청년미술대전 입선(1990). 퍼블릭 콜렉션 자이 아파트-또다른 세계로의 진입(송내 자이2009).뉴욕 중앙 일보 (롱아일렌드 뉴욕,2005).힐튼 호텔 (포트리 힐튼,뉴저지2005).대종상 영화제 기념조형물(충무로 서울,2004).아산 벤쳐타워(양재동, 서울2004).주코백화점(의정부,경기도2004).아산병원(풍납동,서울1991)

[현 재]
서울 상암DMC 자문위원,인천시 미술작품 심의위원.(사)한국 조각가 협회 이사,(사)한국 기초조형학회 상임이사.(사)서울미술협회회원,한국미술협회 회원,ANBD회원.동국조각회 회원,한국 구상 조각회회원,한국여류조각회 회원.공주 교육대학교,충북 대학교 강사,동감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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