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 밖, 대형현수막과 대형걸개로 '체면치레'


▲사진=한일전 실점 장면과 붉은악마가 내걸은 이순신 성웅과 안중근 의사의 대형 걸개 [출처=KBS 방송화면 캡쳐]

[투데이코리아=박태환 기자] 통한의 패배였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A대표팀이 숙적 일본에게 졌다.

축구대표팀은 지난 28일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서 벌어진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2013 동아시안컵' 남자부 마지막 경기에서 0-1로 뒤지던 전반 33분 윤일록의 통렬한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동점골을 뽑아냈지만 후반 추가시간 선제골을 넣었던 가키타니 요이치로에게 결승골을 얻어맞고 1-2 석패했다.

이로써 대표팀은 2무1패를 기록하며 1무2패에 그친 호주에 앞서 3위로 대회를 마쳤다. 한국을 꺾은 일본은 2승1무의 전적으로 동아시안컵 출범 후 첫 우승을 차지했고, 중국은 앞서 벌어진 경기에서 호주에 4-3으로 이겼지만 1승 2무에 그치면서 준우승에 그쳤다.

대표팀은 호주전에 나섰던 선발 라인업을 그대로 들고 나왔다. 정성룡은 계속 골문을 붙박이로 지켰고 로리 델랍을 연상시키는 스로인 능력을 지닌 김진수와 김창수를 좌우 풀백으로 세웠다. 홍정호와 김영권은 중앙 수비를 지켰다.

이밖에도 원톱 김동섭을 비롯해 윤일록과 고요한 좌우 미드필더, 하대성과 이명주 수비형 미드필더, 이승기까지 포지션까지 그대로였다.

경기는 잘 풀어갔다. 볼 점유율은 대표팀이 높게 가져갔다. 강한 허리를 자랑하는 일본을 상대로 미드필드에서 우위를 지키면서 전반 15분까지 경기를 지배했다. 전반 4분 왼쪽에서 넘어온 크로스를 고요한이 오른발 발리 슈팅으로 연결한 데 이어 전반 7분에는 김동섭의 슈팅이 나왔고 전반 14분에도 이승기, 고요한을 앞세운 공격으로 일본 수비를 괴롭혔다.

하지만 역시 이번에도 수비불안이 발목을 잡았다. 수비수와 골키퍼 사이의 공간으로 떨어지는 절묘한 공간패스에 우리 수비진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졌고 정성룡 골키퍼가 일대일로 막아섰지만 역시 골을 허용했다.

선제골은 허용했지만 한국은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하지만 될듯 될듯 안되는 안타까운 상황만이 이어졌다.

후반 25분이 되면서 홍 감독은 결단을 내렸다. 분투한 김동섭을 빼고 조영철을 투입했다. 사실상의 제로톱 전술을 시도했으나 이번에도 일본의 역습에 당하고 말았다.

이번 경기에서 당초 한국의 근소한 우위가 점쳐졌으나 한국과 일본 두 감독의 지략대결에서 완패한 것이 승패의 명암을 가르게 했다.

한국팀의 약점을 고려해볼 때 전체적인 라인을 올린 것은 패착에 가까웠다. 홈경기이며 부임 후 첫 경기이며 최근 한·일전 결과가 좋지 않다는 여러 요인이 홍 감독을 지나치게 부담스럽게 한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경기 초반 침착하게 경기 운영을 하면서 일본을 초조하게 만들었다면 우리에게 가능성이 있었다.

일본 팀의 자케로니 감독은 초보 홍 감독의 수를 정확히 알아보고 역습위주의 전술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수비진의 발이 느리고 협력수비가 안되며 골키퍼의 역량도 부족한 한국 팀은 역습 전술을 시험할 좋은 먹이감에 지나지 않았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 또다른 주인공은 우리측 응원단 붉은악마였다. 붉은악마 측에서 이순신 성웅님과 안중근 의사의 대형 걸개를 전면에 내세운 것. 게다가 일본을 직접 겨냥한 것으로 여겨지는 "역사를 잃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대형 현수막도 내걸었다.

이는 그동안 일부 일본 응원단이 국제경기에서 욱일승천기를 들고 왔던 것에 대한 화끈한 보답이었다. 참고로 욱일승천기는 일본 제국주의 시절 '대동아공영권'과 함께 사용됐던 깃발로써 그 자체가 호전적인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한다.

하지만 일본언론 측은 우리측 응원단의 걸개를 보도하면서 FIFA의 "응원시 정치적 주장을 금지한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다"며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한 번의 축구경기에서 벌어진 단순한 헤프닝이 양국간의 외교적 마찰까지 번질 수 있을지 향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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