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응원도구 강제철거하고 일본정부 공식반응에도 무대응으로 일관

GKSDLF.jpg
▲사진=28일 한·일전에 선보인 욱일승천기와 이순신 성웅과 안중근 의사의 대형 걸개 [출처=KBS 방송화면 캡쳐]

[투데이코리아=강정욱 기자] 특정 주체를 따로 표기하지 않은 문장을 보고 분노하는 것을 우리말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바로 '도둑이 자기 발 저린다'라는 것이다. 무언가 잘못했을때 발끈하는 것, 지금 일본 정부의 행태가 딱 이러하다.

지난 28일 펼쳐진 숙명의 한일전, 우리는 분명 패했다. 반드시 이겨야 할 건곤일척의 싸움이었지만 지고 말았다. 하지만 집중조명되는 것은 경기내용이 아니었다.

경기장 밖 스탠드에 한때 내걸렸던 응원도구에 대해 일본이 트집을 잡은 것.

일본정부는 우리 측 붉은 악마 응원단이 내걸은 "역사를 잃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란 대형 현수막과 이순신 성웅과 안중근 의사의 걸개에 공식적으로 유감이라는 의사를 표명했다.

하지만 해당 현수막의 내용은 한국 측에도 포함되는 내용이었다. 최근 역사교육 부재에 관련된 논란이 사회 각계에서 터져나온 바 있기 때문이다.

이순신 성웅과 안중근 의사의 걸개도 필승의 의지를 표현 한 것이라고 해명하면 될 만한 도구였다. 일본을 상대로 강한 면모를 과시했던 것이 두 위인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지난 2002년 월드컵 한국VS이탈리아 전에 내걸었던 'AGAIN 1966'과는 다른 중의적 표현의 현수막이었다. 당시에 걸렸던 현수막은 지난 1966년에 북한에게 당한 패배를 회상시켜 이탈리아 측을 도발시킬 여지가 충분했다.

결국 이번 논란은 가만히 있으면 조용히 지나갈 일을 일본 측이 굳이 건드린 모양새가 됐다. 이런 스포츠 경기에서의 작은 헤프닝을 가지고 공식 입장을 발표하는 일본을 보면 웃음만 나올 뿐이다.

일본정부가 우리 측 응원단의 한낱 응원도구를 문제삼으려면 먼저 자신들의 과오에 대해 입장표명을 하는 게 이치에 맞다.

중의적인 의미의 현수막을 내걸은 우리와 달리 일본은 국제경기에서 대놓고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인 '욱일승천기'를 자주 내걸었기 때문이다. 이번 경기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욱일승천기는 유럽에서 금기시되는 나치의 상징 '하켄크로이츠'와 맞먹는 의미를 가진다. 그 자체가 아시아의 공적이었던 일본 제국주의의 과거를 떠올리며 추억하는 의미이다.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을 이룩했지만 일본은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연합군에 덤볐다가 히로시마, 나가사키 등에 원자폭탄을 맞고 치욕적인 백기 투항을 한 패전국이다.

세월이 오래 지난만큼 일본은 그 사실을 잊은 듯 하다.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된 대한축구협회의 대응은 더욱 가관이었다. 대한축구협회는 해당 현수막과 이순신 성웅과 안중근 의사의 걸개를 강제철거했다.

대한축구협회가 응원도구를 강제철거하자 한국의 공식 응원단인 붉은 악마는 사상최초로 후반전 응원을 보이
콧했다.

게다가 대한축구협회는 일본의 불만섞인 반응에도 무대응으로 일관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지난 28일 잠실 경기장에는 두 국가의 축구협회가 존재한 것이 아니라 오직 한 국가의 축구협회만 존재하는 듯 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