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에 대한 법률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법조인의 수를 대폭 늘이고, 국내 법률시장을 하루 빨리 개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금처럼 법조인의 수도 적고, 법률시장 마저 개방되지 않은 상태에서 법률 서비스의 개선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로스쿨 (법학전문대학원)의 정원 논쟁으로 나라 안이 시끄럽다.

교육인적자원부는 내년 3월 개원하는 로스쿨의 정원을 1천5백 명으로 한다는 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했다가 “정원이 적다”는 이유로 거부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로스쿨을 준비해온 대학들도 로스쿨 정원이 3천명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와 대학이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법조계는 정원이 너무 많다고 야단을 떨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로스쿨의 정원은 대학이 주장하는 대로 3천명은 되어야 한다. 법조계는 정원이 너무 늘면 법률 서비스의 질이 떨어진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는 '밥그릇'을 내주지 않겠다는 이기주의적 발상이다. 법조인이 많으면 왜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김신일 교육부총리는 17일 로스쿨 정원을 1천5백 명으로 시작해 5년 후인 2013년에 2천 명으로 늘이겠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국회 교육위원들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국민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퇴자를 놓았고 김 부총리는 오는 26일 다시 보고하겠다고 했다.

법학교수회 등으로 구성된 로스쿨비상대책위원회는 교육부 안에 강력 반발하고 정원이 최소 3천명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률 서비스 개선을 위해 필요한 법조 인력이 5만4천명에 달한다며 이를 위해 매년 3천명씩 20년간 변호사를 배출해야 된다고 맞섰다.

현재 강원대 경기대 고려대 경북대 배재대 서울대 연세대 전북대 제주대 청주대 등 47개 대학이 로스쿨을 유치하기 위해 2천억원 이상의 막대한 돈을 시설투자와 교수확보에 투입한 상태다. 교육부의 생각대로 로스쿨 정원을 1천5백 명으로 할 경우 47개 대학 중 30여 대학이 로스쿨에서 탈락돼야 할 판이다.

문제가 이렇게 복잡하게 된 데는 교육부의 밀실, 탁상 행정이 주범이라고 할 수 있다. 법조인 양성과 같은 중요한 과제를 다루며 공청회 등 국민적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고 교육부총리가 고작 법무부장관, 법원행정처장 등을 만아 의견을 들었다니 한심할 뿐이다. 주먹구구식으로 정원을 책정한 관리는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1천5백 명으로 결정한 게 장관의 생각이라면 장관이 책임을 면할 수가 없다.

법조인이 많아야 할 이유는 간단하다. 국민들에 대한 법률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다. 변호사가 1년에 3천명씩 배출되면 물론 그들 간에 생존경쟁이 치열할 것이다. 도태되는 변호사도 있고, 다른 길을 택하는 변호사도 있을 것이다. 변호사가 치열한 생존 싸움을 벌일수록 법률서비스는 좋아진다는 것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법조인의 수가 대폭 늘어나면 변호사의 손이 달린다는 이유로 사무장이 변호사처럼 행세하는 일은 최소한 없을 것이다. 비싼 변호사 수임료도 내려야 하는데 이런 문제도 법조인 수를 늘려야만 가능하다. 지금처럼 법조인의 수가 적어서는 수임료를 내리기는커녕 오히려 올려야 할 판이다.

일부에서 법조인이 너무 많으면 나라 안이 온통 송사에 휘말린다고 하지만 그것은 그때 가서 해결할 문제다. 현재로서는 법조인 수를 대폭 늘이는 게 서비스 개선의 지름길이다. 아울러 국내 법률시장의 개방도 빨리 이뤄져야 한다. 지난 4월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되었지만 국내 법률시장의 개방을 미룬 게 잘못됐다는 지적을 받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법조인의 수도 늘이고, 시장도 개방할 때만 법률 서비스는 개선될 수 있다.

이는 마치 의사의 수가 많아야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과 같다. 전철역 앞에 병원이 2~3개 있을 때는 의사가 힘을 주지만 10개의 병원이 생기면 의사들의 태도가 달라지는 것과 같다. 병원도 잘 꾸미고, 간호사도 친절하고, 의사도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더 다정하게 성의 있게 하는 것과 같다. 법조계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법조인의 수를 늘이는데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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