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이 김정일, 김대중, 노무현 좌파 3각편대의 출격에 의한 ‘대선사변’이라면 저들이 말하는 평화는 위장된 거짓평화다. 평화가 목적이 아니라 평화를 깨트리기 위한 평화전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평화의 이름으로 평화를 소멸시키기 위한 전형적 좌파의 ‘평화투쟁’인 것이다.

왜 그런가? 역사로 돌아가 보자. 평화의 반대개념은 전쟁이다. 그런대 전쟁과 평화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는데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마르크스-레닌주의는 모든 전쟁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연속이라고 규정했다.

예컨대 1917년 10월의 볼세비키 승리는 본질적으로 정치적인 현상의 군사적 측면일 뿐이었다. 그들은 혁명의 전야에 23,600명의 혁명전사로 1억 인구의 짜르체제를 타도하고 전복했다. 그들이 러시아 혁명의 아버지 헤르쩬이 말했듯이 “임박한 폭풍속의 젊은 키잡이들” 이었던 것이고, 볼쉐비키는 민중에게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쳤던 것이다. 이것이 러시아 혁명이다.

세계변혁을 꿈꾸었던 그들의 혁명사상은 파괴는 창조, 폭동은 예술, 전쟁은 신의 행군이라고 바라보는 마르크스-레닌주의적 ‘정치군사관’으로 이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저들이 규정하는 평화를 위한 물리적 수단은 언제나 정당화 되었고 마르크스-레닌주의에서 그것은 도덕적으로 정의의 전쟁으로 간주되어 왔던 것이다.

돌이켜 보면 마르크스는 전쟁의 원인을 유물론적 계급사관에 바탕한 경제위기에서 구하고자 했다. 레닌 역시 계급투쟁으로 계급관계를 청산하지 않는 한 평화는 불가능하다고 보면서, 평화를 달성하기 위한 투쟁이 인민전쟁이고 인민전쟁의 참모부가 곧 공산당이라고 규정했었다.

자본주의 소멸 때까지 인류의 근본적 평화는 불가능하다고 보았던 그들이다. 이것이 마르크스-레닌이스트들의 ‘영구평화론’이다. 저들의 평화와 우리들의 평화가 다른 이유다. 한반도에서 남북 좌파세력이 평화의 기치를 올리고 대선에 개입한다면, 우리는 저들의 평화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한반도 평화를 읊조리는 북한은 어떤가?

북한의 전쟁과 평화의 개념은 유물론적 사유체계 속에서 마르크스-레닌주의의 혁명적 관성을 그대로 전수받았다. 이미 북한은 김일성없는 ‘김일성의 나라(Land of Kim)’에서 김일성은 신격화 되었고, 김일성주의는 그들의 경전이 되었으며, 노동당은 그들의 사제단이 되었다.

그러나 보라! 사람이 모든 것의 주인이며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주체사상의 품안에서 북한인민은 그 사회의 주인이 되지도 못했고 모든 것을 결정할 권리도 갖지 못했다. 오직 복종과 체념의 순응만이 존재한다. 이를 평화라 말할 수는 없으며 자유와 평등이라 볼 수 없다.

소위 말해 주체의 지상낙원을 스스로 걸어서 탈출할 수 밖에 없도록 자초하지 않았던가? 참혹한 굶주림의 아사로 나타났고, 정치범 수용소를 만원으로 만들었으며, ‘주체의 지상낙원’을 스스로 걸어서 탈출 할 수밖에 없도록 자초했다.

북한은 이제 자기기만을 그만두어야 한다. 우리는 자유민주주의가 베푸는 평화를 희망하는 것이지, 자본주의를 소멸시켜 타도한다는 무산계급의 혁명, 즉 프롤레타리아계급의 평화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반역의 평화물결과 태극기 물결

대선을 앞둔 당면의 우리사회가 진보와 보수의 싸움이라고 본다면 그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좀 더 솔직히 말한다면 진보와 보수의 싸움이라기보다, ‘혁명의 정치학’을 가슴속에 은밀히 묻어 왔을 남북좌파와의 한판 싸움이다. 북으로부터 남조선혁명의 과녁이 포기되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열린사회에서 사상의 편린과 방황은 이해될 수 있지만 사회의 뿌리를 송두리째 뽑아버려 역사의 박물관으로 보낸다는 편집된 사상과 증오의 계급의식이 가슴속에 녹아 남아 있는 한, 그것은 재앙일 뿐이다.

진정 역사의 박물관으로 가야할 자들이 있다면 마르크스-레닌주의와 주체사상의 희미한 잔영을 부여잡고 진보의 이름으로 사회변혁을 꿈꾸는 자들이다. 그들이야말로 돌이킬 수 없는 수구좌파다.

늘 그랫듯이 좌익의 신화는 항상 진보의 신화를 전제조건으로 삼았던 역사의 진실을 이번만은 놓치지 말자. 남과 북의 평화, 21세기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 그래서 민족적 재앙을 막으려 한다면 위선과 거짓과 허위로 가득찬 저들의 ‘평화대공세’에 분연히 맞서야 한다. 이 일을 누가 할 것인가?

평화의 탈을 뒤집어쓰고 평화의 이름으로 평화를 깨트리려는 민족적 죄악은 저지 되어야 한다. 그래서인지 서방세계를 향해 “민주주의가 멸망할 때까지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민주화투쟁을 전개하라”는 스탈린의 선동이 섬짓하게 느껴진다.

이제 우리는 반역의 평화물결을 태극기 물결로 덮어 버려야 한다!

백병훈/국가연구원장,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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