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인공 ‘몰리’ 역 맡아 호연 펼치며 청순 매력 한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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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김범태 기자] 2013년 한국 뮤지컬계는 박지연이라는 걸출한 여배우를 얻었다.

그는 지난 9월 막을 내린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 짝사랑하는 남자 ‘마리우스’를 구하려다 바리케이드에서 정부군의 총에 맞아 목숨을 잃는 비극적 인물인 ‘에포닌’ 역을 맡아 탄탄한 연기력과 호소력 짙은 가창력을 선보이며 단박에 스타덤에 올랐다.

특히 ‘제7회 더 뮤지컬어워즈’와 ‘제19회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여자신인상을 휩쓸며 올해를 자신의 해로 만들었다. 그런 그가 이번엔 웨스트엔드 대작 뮤지컬 ‘고스트(GHOST)’에 ‘몰리’ 역으로 출연해 또 한 번 주가를 높인다. 원작 영화 ‘사랑과 영혼’에서 데미 무어가 맡았던 역이다.

24일 개막하는 본 공연을 앞두고, 지난 19일 열린 첫 프리뷰 공연에서 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매직컬’이라 불릴 만큼 현란한 이 대형 작품에서 전혀 주눅 들지 않고 당찬 역량을 펼쳐낸다. 무엇보다 절제와 균형을 통해 다른 배우들과 조화를 이뤄가는 방법을 터득했다. 그의 영리한 감정조절은 눈에 띈다.

‘샘’과의 보금자리를 꾸미는 첫 장면은 다소 부산스러워 언뜻 오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랑하는 이와의 달콤한 장밋빛 미래를 꿈꾸는 연인의 설렘과 흥분을 표현하는 신이기에 그의 계산된 연기력에 박수를 보내게 된다. 그의 호연에는 이런 적절한 감정 상태를 유지하는 밸런스가 밑받침되어 있다.

박지연의 진가가 확인되는 부분은 감성에 젖어 노래하는 장면이다. 보이스컬러가 이전에 비해 한결 감미롭고 성숙해졌다. ‘샘’과의 영원한 사랑을 경쾌한 멜로디와 아름다운 화음으로 빚어내는 ‘Here Right Now’도 좋지만, 아무래도 솔로곡에서 더 빛을 발한다. 특히 사랑하는 ‘샘’을 떠나보내고 그를 잊지 못하는 ‘몰리’의 절절한 아픔이 그대로 묻어나는 ‘With You’는 관객의 감정선까지 건드릴 만큼 슬픔을 극대화한다. 고음에서도 전혀 흔들림 없는 가창력은 깊이를 더했고, 객석의 시선을 오롯이 자신에게 응집시킬 수 있는 힘도 키웠다.

지난 10월 연습실 공개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OST를 들으며 몰리에 대한 이미지 메이킹을 많이 했는데, 그런 점들이 연기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던 바람이 음악적 감성으로 이어진 듯하다. 그의 목소리는 진실하고도 영원한 사랑의 판타지를 그린 이 작품을 더욱 도드라지게 한다.

뮤지컬 <고스트>의 협력 연출을 맡은 폴 그리핀은 “세계 여러 곳을 돌며 오디션을 봤지만, 한국 배우들의 실력은 영국과 미국 배우와 비교해도 결코 손색이 없다”고 평가했다. 이런 극찬의 중심에는 박지연이 서 있다. 그는 단연 한국 뮤지컬계 최고의 여배우가 될 ‘될성부른 나무’다. 박지연이 그려내는 청순하면서도 단단한 ‘몰리’의 매력을 만날 수 있는 뮤지컬 <고스트>는 24일부터 서울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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