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척회사 인수 때 회계법인에 압력"

[투데이코리아=박대호 기자] 검찰이 지난 21일 KT 이석채 전 회장(68·사진)의 배임 혐의를 입증할 정황을 확보한 사실이 한 언론 보도에 의해 알려졌다.

해당 언론은 서울중앙지검 조사부(양호산 부장검사)가 최근 KT의 사이버MBA(현 KT이노에듀) 인수에 관여한 관계자들을 상대로 한 소환조사에서 KT가 인수 대상 업체의 가치를 평가하는 회계법인에 부적절한 주문을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사이버MBA는 이 전 회장의 8촌 친척인 유종하 전 외무부 장관이 설립한 회사로 KT는 지난해 7월 이 회사의 주식 50.5%를 77억7500만원에 매입했다. 이 과정에서 KT는 사이버MBA에 대한 재무실사와 세무실사, 가치평가를 ㄱ회계법인에 맡겼다.

검찰은 KT가 ㄱ회계법인에 사이버MBA에 대한 인수 계획을 밝히며 두 가지 조건을 걸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먼저 '실사 금액 135억원선에서 사이버MBA의 가치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했고 나머지는 '지난해 ㄴ회계법인에서 낸 보고서와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작성되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첫번째 조건과 관련해 현행으로는 외부 회계법인의 가치평가에 따라 인수 대상 기업의 가격을 정하면 "기업을 적정한 가격으로 인수했다"는 평가를 얻을 수 있다.

ㄱ회계법인은 이런 주문을 받은 뒤, 지난해 6월 사이버MBA 주식 인수에 60억원, 신주 발행에 20억원을 투자하는 80억원대의 인수 계획 초안을 작성했고, KT는 결국 지난해 사이버MBA를 인수했다. KT가 인수하기 전 이 회사는 2009년 5억여원, 2010년 2억여원의 적자를 냈다. 2011년에는 이익이 났지만 1억여원에 그쳤다. 2010년 기준 이 회사 보통주의 액면가는 500원이었지만 KT는 주당 4655원에 주식을 매입했다.

KT가 사이버MBA의 지분 절반가량(50.5%)을 인수해 계열사로 편입한 데 든 금액 77억7500만원은 KT가 ㄱ회계법인에 사이버MBA의 실사를 맡기며 주문한 가치평가 금액 '135억원'의 절반가량과 거의 같다. 또 KT는 사이버MBA의 실사를 당초 2011년 ㄴ회계법인에 맡겼는데, 이곳이 작성한 평가보고서는 채택하지 않고, 다음해 ㄱ회계법인에다시 실사를 맡겼다.

사이버MBA 인수 이후 배임 논란이 일자 KT 측은 "인수 과정에서 ㄱ회계법인의 객관적 평가에 의해 지분가치를 산정해 주식을 매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월 참여연대는 사이버MBA와 자회사 KT OIC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137억원대 손실을 끼친 혐의가 있다며 이 전 회장을 고발했다. KT OIC도 유 전 장관이 설립한 회사로 인수 당시 KT 윤리경영실의 반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와 관련, KT OIC의 황모 대표를 소환조사한 바 있다.

검찰은 관련자 소환조사와 자료 분석을 마친 후 빠르면 이달 안에 이 전 회장을 소환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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