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달아 발생한 사건 사고로 조직 장악력 도마 올라

[투데이코리아=강정욱 기자] 한국전력 조환익 사장의 조직 장악력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한전 사장단 교체 잔혹사의 역사가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전력은 김쌍수 사장을 끝으로 전문성 갖춘 인재보다는 외부 분야에서 영입되는 인사들이 연달아 사장에 올랐다. 김쌍수 사장 사퇴 이후, 이명박 정권의 비호로 김중겸 전 사장이 부임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사퇴했다.

김중겸 전 사장의 퇴임 원인으로는 전기료 인상 문제, 보정 계수 문제, 적자 산적 등 해답을 찾을 수 없는 현안이 쌓여 경영자로서 무력감을 느낀 것이 꼽혔다. 전 정권이 레임덕에 시달리던 것도 사임과 무관하지는 않다는 말도 떠돌았다.

이후 후임으로 임명된 게 조환익 현 한국전력 사장이었다.

조환익 사장은 서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8회 행시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한 인사로 부임 초기부터 전문성 부재를 우려하는 의견이 많았다.

이 때문에 세간의 평가도 장기적 계획을 세워 한전을 구할 '구원투수'가 아닌 단기 간 업무를 수행하고 신임 사장에 바통을 이어줄 '미봉책(彌縫策)'으로 보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당초 예상대로라면 조 사장은 현 정부 출범 초기에 교체되었어야 했지만 정국이 혼란해지면서 공기업 사장단 인사가 미뤄졌다.

하지만 최근 여러 공기업 인사가 단행될 조짐이 보이면서 조 사장의 교체도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한전 내부에서는 조직 장악의 부재를 드러내는 듯한 여러 사건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조직의 최고 수장인 조 사장이 책임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종찬 한국전력 해외부문 부사장이 원전 부품의 시험 성적서 위조 공모 사기 혐의로 지난 8월 검찰에 체포된 것만 봐도 한전의 조직 기강 해이 실태가 여실히 드러난다.

단순 사기에 가담한 혐의로 처벌받은 것도 조직 기강 해이 차원의 문제지만 그보다 더욱 큰 문제가 발생했다.

이 부사장의 체포 구명을 위해 한국전력 협력사 직원들이 동원되는 일이 발생한 것. 한국전력의 협력사인 시공업체들은 한전이 이 부사장 규명을 위한 탄원서 제출을 강요하면서 구체적인 양식과 방법까지 일러줬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전 측은 이 부사장과 친분이 있는 한전 직원들과 전 직원들에게만 탄원서가 전달됐으나 절차상 문제로 전해지게 된 것 같다는 해명을 했다.

한전의 해명이 사실이라면 남은 것은 조직 기강 해이뿐이다. 조직의 기강이 바로 섰다면 이 같은 돌발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장기화되고 있는 밀양 송전탑 건설 문제에서도 조 사장은 현안과 맞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발로 뛰는 리더십만을 표방해 밀양 지역을 25번 방문 한 것.

하지만 밀양 송전탑 문제는 아직까지 해결을 보지 못해 외부단체로 구성돼 비폭력 시위를 축구하는 희망버스가 해당 지역을 방문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최근 왕십리 변전소 화재로 인한 서울 성동구 대규모 정전사태도 한전의 해이해진 조직 기강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30일 오후 10시 37분께 서울 성동구 마장동에 있는 왕십리 무인변전소에서 불이 나 28분 만에 꺼졌다. 이날 화재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성동구 금호동, 마장동, 도선동 등 성동구 중부와 동부 일대 4만2000여 가구가 정전되는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해 일부 시민들이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등 불편과 피해를 겪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현재 변전소의 기기 이상으로 내부 절연유에 불이 붙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변전소의 기기 이상이 정전의 원인으로 규명될 경우 한전에 관리 소홀 비난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최근 한전의 조직 기강 해이가 명백히 드러나면서 새 인물 등용 필요성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강력한 조직 장악력을 갖춘 새 인사가 부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 동시에 전문성을 갖춘 인재의 등용이 어느 때보다도 요구된다. 한전에 시급히 처리해야 할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 만큼 지난 대선 승리 공신들의 논공행상 식보다는 전문가 위주의 실리적 인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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