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인재(人材) 발생으로 곤욕을 치르던 코레일에 또다시 악재가 터졌다.
12일 오전 0시 50분께 경북 의성군 비봉 역 인근에서 울산 장생포에서 출발해 강원도 만종 역으로 가던 화물열차가 탈선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 사후 대처가 빨라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코레일의 안전불감 주의를 엿볼 수 있는 단면이었다.

이번 탈선 사고 원인에 대해 최근 발생한 철도 노조의 파업으로 인한 여파가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막대한 인력이 파업에 동참하면서 발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파업 여파로 12일 새벽 6시 기준 화물열차는 평소 대비 30%의 운행률을 보이고 있으며 새마을호와 무궁화호의 운행률도 평시대비 54%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연말 물류·여객 대란 발생에 대한 우려마저 깊어지고 있다. 자칫하면 즐거운 연말이 지루하게 철도를 기다리는 연말로 변질될 수도 있다.

철도 노조는 철도 민영화 반대를 이번 파업의 구실로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수서발 KTX 법인 설립이 철도 민영화의 서곡이 될 것이라는 게 이번 파업의 핵심적 명분이다.

연말 물류·여객 대란 발생까지 불사하면서 철도 민영화를 반대하는 철도 노조의 행보에 대해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다. 공공사업의 민영화에 대한 폐단은 이미 세계 여러 각국에서 나타난 바 있고 한국 역시 경험한 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철도 노조 파업의 배경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러한 사례들과는 양상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서발 KTX 법인 설립은 코레일의 고질적 문제인 부채누적과 방만 경영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고안됐다.

정부는 코레일의 고질적 병폐가 경쟁 없는 시장의 부작용으로 인해 유발된 것이라 보고 독립성을 갖춘 법인을 설립해 코레일과의 경쟁 구도를 구축한다는 방안을 세웠다. 경쟁 체제로 철도를 운영하고 있어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는 선진국 독일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그러나 수서발 KTX 법인 설립에 코레일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코레일 지분 30%, 공공기금 즉 정부 70%의 지분구조로 가닥이 잡혔다. 하지만 이마저도 코레일 측의 요구를 들어주다 보니 코레일 지분 41%, 정부 69%의 지분으로 최종 결정됐다.

결국, 별도의 법인을 설립해 국내 철도 시장에 경쟁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하지만 철도 노조는 점입가경(漸入佳境)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철도 노조는 정부가 69%의 지분을 갖고 있어 언제든지 해당 지분이 민간에 넘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해 이번 수서발 KTX 법인 설립이 민영화의 사전 단계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조항은 수서발 KTX 법인이 심각한 경영 위기에 봉착했을 시에만 실현 가능성 있는 조항일 뿐이다. 이것을 보며 철도 민영화의 서곡이라 주장하는 철도 노조의 주장에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철도 노조는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일찍부터 걱정하고 있는 기우(杞憂)를 하고 있는 것이다.

로마의 위대한 정치가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보고싶어 하는 현실 밖에는 보지 않는다.'라는 명언을 남긴 바 있다.

철도 노조의 파업 모습을 보면서 이 명언이 떠오르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일까?

그들만의 명분 있는 파업을 선언한 철도 노조는 서민의 불편이라는 현실은 보지 않고 자신들의 불편이라는 보고싶어하는 현실만 보고 있는 듯 하다.

파업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선택한 것을 보면 철도노조에는 사측의 운영방향을 지키는 선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는 유연한 태도가 결여된 것 같다. /光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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