왈가닥 여대생 ‘여일’ 역 능청연기로 눈도장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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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배우 김슬기

[투데이코리아=김범태 기자] 이 배우 참 잘한다. 신예지만 여간내기가 아니다. 무엇보다 열심히 한다. 그 열연의 열기가 무대에서 객석까지 오롯이 전달된다. 그래서 관객 입장에서는 정말 예쁘다.

故 김광석 탄생 50주년기념 뮤지컬 ‘디셈버: 끝나지 않은 노래’에 출연하는 배우 김슬기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는 지난 16일 막을 올린 이 작품에서 주인공 ‘지욱’을 짝사랑하는 ‘여일’ 역으로 출연한다. 학교에서는 애교만점으로 남녀 모두 좋아하지만, 마음속엔 오직 ‘지욱’만 있을 뿐, 다른 사람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는 왈가닥 여대생이다.

항상 자신만을 바라보는 ‘성태’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한 채 ‘지욱’과 삼각관계 아닌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욱’의 마음을 얻기 위해 주변사람들을 포섭해 밀어붙이지만, 좌절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한 남자만을 마음에 담고 씩씩하게 ‘진격’한다. 그 모습이 애잔하기도 하고, 풋풋하기도 하다.

그의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그래! 그때 그 시절, 우리 주변엔 저런 친구 하나씩은 꼭 있었지’라며 무릎을 탁 칠만큼 공감이 생긴다. 그만큼 캐릭터 소화력이 뛰어나다. 선을 지키는 적절한 오버는 좌충우돌 극성스런 ‘여일’의 성격을 그려내며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기대이상의 가창력도 그의 매력을 한껏 도드라지게 한다. 지난 18일 방송된 ‘MBC 황금어장 – 라디오스타’에서 자우림의 ‘샤이닝’을 열창하며 보여준 노래 실력은 보는 이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의 연기력을 인정하며 “믿고 캐스팅했다”는 장진 감독의 선택이 탁월했음을 입증한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서도 전혀 주눅 들지 않는 능청스런 연기는 이 젊은 배우가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 것인지 기대를 갖게 한다. 그는 다소 무거운 스토리의 이 작품에서 요소요소에 배치돼 장진식 코미디를 능숙하게 버무려낸다. 그의 등장은 그나마 관객이 쉬어갈 수 있는 웃음 포인트다.

자신의 사랑을 눈치 채지 못하는 ‘여일’이 야속해 갑작스럽게 울음을 터뜨리는 ‘성태’의 모습을 받쳐주는 장면은 그의 호연이 있었기에 개연성을 갖출 수 있었다. 느닷없는 ‘성태’의 심경변화에 관객마저 당혹해 할 즈음, 발군의 연기력은 빛을 낸다. 김슬기의 연기마저 어색했더라면, 이 상황은 극의 재미를 반감시키며 썰렁하기 그지없었을 것이다.

뮤지컬 연출가로 성공한 ‘지욱’과 실내포장마차에서 떠들썩하게 재회하는 장면이나 그의 초청으로 남편 ‘성태’와 함께 공연장을 찾은 2막 후반의 신은 극장 전체에 웃음폭탄을 안긴다. 객석에 난입해 관객에게 “여기가 우리 자리”라며 우기던 중 ‘성태’가 날짜를 착각한 것을 뒤늦게 알고는 “이혼해!”라고 말하는 장면은 짧지만 맛깔스럽다.

2011년 장진 감독의 연극 <리턴 투 햄릿>으로 데뷔한 김슬기는 이번이 장 감독과의 세 번째 인연. 장 감독이 제작한 연극 <서툰 사람들>의 무대에 올랐고, tvN 에 출연해 인상적인 콩트 연기로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난 6월 뮤지컬 <투모로우 모닝>에서 결혼 하루 전 설렘과 불안을 동시에 견뎌야 하는 ‘캣’ 역을 맡아 뮤지컬 배우로서도 합격점을 받은 그에게 이번 작품은 확실한 필모그래피가 될 듯하다. 이제 의 ‘국민 욕동생’은 잊어라. 단언컨대 김슬기는 뮤지컬 ‘디셈버...’가 남긴 최고의 히트상품이 될 것이다.

故 김광석의 음악으로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 ‘디셈버...’는 내년 1월 29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김준수, 박건형, 오소연, 박호산, 임기홍, 김대종 등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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