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파병 연장과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등은 이 땅에서 누가 대통령을 도와 일하는 여당이고, 누가 야당인지 헷갈리게 한다.

23일 노무현 대통령이 당초 연말로 돼있는 이라크 파병 자이툰 부대의 철군을 내년까지 1년 더 연장하기로 하자 여당인 통합신당에서 이를 반대하고 야당인 한나라당에서는 찬성하고 있다. 통합신당의 대선주자인 정동영 후보도 물론 파병 연장을 반대했고,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는 대통령의 손을 들어 주었다.

이번 일을 보면서 대통령도 '해먹기 힘들다'는 말이 공연히 나온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대통령을 밀어주어야 할 여당이 반대하고, 대통령의 자리를 탈환하려는 야당이 이를 찬성한다고 하니 여야가 바뀐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통합신당의 정동영 후보는 대권을 향해 뛰면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좀 도와달라'고 지원을 요청해 놓고 있는 상태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여당이 자신을 몰아낸데 대해 섭섭함을 표시하고 정동영 후보의 태도를 봐가며 돕든지 말든지 한다는 소극적인 입장이다.

여야가 바뀐 경우는 이번 뿐이 아니다. 지난 봄 한 . 미 FTA 협상이 있을 때의 모습은 정말 가관이었다.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의 몇몇 지도자들이 보여준 행동은 눈뜨고 볼 수 없는 추태였다. 정부에서 협상단을 보내 거대 미국과 피가 터지게 싸우고 있는데 여당의 전 대표와 전 의장이라는 사람들이 협상 반대 단식농성을 했던 것 다들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세상에 이런 코미디는 없었다. 전직 여당의 대표, 법무부 장관을 지냈던 천정배 의원, 여당의 의장을 냈던 김근태 의원 등이 FTA 반대에 열을 올렸으니 말이다. 야당의원이라면 몰라도 여당의 중심적인 인물이, 그것도 '대선' 주자 운운하는 사람들이 이 모양이니 나라꼴이 어떻게 되겠는가.

당시의 모습을 전쟁에 비유하면 이렇다. 전투병들이 전장에서 목숨을 내놓고 싸우는데 전직 국방장관, 참모총장 등 군 최고 간부였던 사람들이 싸우면 죽으니 전쟁하지 말라고 국방부에서 단식 농성하고 있는 꼴과 흡사 했다.

천 의원의 경우 장관시절 “세계 도약의 시험대로 힘을 모아 달라”고 했던 인물이고 김근태 의원은 “FTA는 성선설, 성악설의 이데오르기로 규정해선 안된다”며 찬성기조를 보였던 사람이다. 설령 이들은 야당의원들이 FTA 반대 데모를 하더라도 정부 여당의 책임자로 이를 말려야 할 사람들이었다.

당시 그들이 FTA를 반대하는 데는 국가를 위한 생각보다 개인적인, 정치적인 계산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FTA 반대 분위기에 편승해 자신들의 정치적인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에 정동영 후보가 파병 연장을 반대한 것이나, 이명박 후보가 노무현 대통령의 손을 들어준 것도 국민들의 표심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물론 한편으론 그들의 정치적 소신일 수도 있다.

파병 연장 반대와 한 . 미 FTA 협상과정을 통해 여당이 대통령의 중요한 정책에 반대하는 것을 보면서 대통령과 여당의 생각이 다르고, 손이 제대로 맞지 않아 우리의 정치와 경제가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노 대통령의 파병 연장 발표가 여당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오히려 야당과 미국의 지지를 받는 것은 대통령과 여당의 관계가 어떤지 잘 말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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