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뒷북' 피해자 보호 요구에 '백기투항'

[투데이코리아=박대호 기자] 1억여건의 고객 정보 유출의 원인을 제공한 신용평가사 코리아크레딧뷰로(KCB)가 모든 피해 고객에 무료로 1년간 신용정보보호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피해자 보호 요구에 KCB가 백기 투항한 셈이다.

대상자만 1천600만~1천700만명으로 추정돼 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 구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CB는 최근 금융감독원에 1억여건 정보 유출의 피해자가 자사에 신청하면 무조건 1년간 무료로 신용정보 보호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카드사와 제휴해 판매하는 월 900원짜리 상품뿐만 아니라 KCB가 자체 판매하는 1만8천원짜리 상품까지 모두 무상 제공하게 된다. 카드사로부터 정보 유출을 통보받는 고객은 누구나 신청하면 무료로 혜택을 볼 수 있다.

이는 최수현 금감원장이 정보 유출 고객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보상 방안을 포함해 구제책을 금융사에 마련하라고 강하게 촉구한 데 따른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KCB가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실상 모든 국민에게 1년간 무료로 신용 정보보호 서비스를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라면서 "조만간 세부 내용이 확정되면 공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KCB 직원이 KB국민카드 5천300만건, 롯데카드 2천600만건, NH농협카드 2천500만건의 고객 정보를 유출했다고 발표했다. 빠져나간 정보가 모두 1억400만건에 달해 금융기관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이들 3개 카드사 회원을 합치면 2천400만명인데 고객 중복을 빼면 1천600만~1천700만명이 가입자다. 이들 대부분의 개인 정보가 유출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KCB는 이런 심각한 상황에서 지난 10일 신용정보 방지 프로그램을 구입하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고객들에게 발송했다가 물의를 빚고서 무료 서비스 제공을 내부적으로 검토해왔다.

신용정보 보호서비스는 KCB나 나이스신용평가 등 신용평가사가 고객에게 신용정보 변동 내역을 문자메시지나 이메일로 알려주고, 명의보호ㆍ금융사기 예방 등 고객정보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유료 부가서비스다.

KCB는 KB국민카드, NH농협카드와 판매 제휴를 맺고 카드사 고객들에게 이 서비스를 판매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KB국민카드, 롯데카드와 판매 제휴를 맺었다. KCB가 신용정보 보호서비스 무료 제공을 선언함에 따라 나이스 신용평가도 자연스레 동참하게 될 전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공생 차원에서 나이스도 동참하도록 조율하고 있다."라면서 "KCB와 고객이 중복되므로 이 회사도 무료화가 불가피하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들 신평사와 신용정보 보호서비스 제휴 사업을 해온 카드사들도 자연스레 사업을 중단하게 될 전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KCB가 대승적 차원에서 정보 유출 피해자 보호에 나서기로 함에 따라 2차 피해를 막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대규모 정보 유출이 신평사 파견직원에서 비롯된 만큼 신평사의 파견직원 실태를 점검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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