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통일 문제 전문가 이종헌 씨

화해와 협력, 위협과 긴장의 두 축이 수시로 교차하고 있는 남북관계. 얼마 전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며 다시금 '협력'이 수면위로 부상했다.

군사분계선을 넘은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만남은 한반도가 본격적으로 통일시대로 접어들었음을 증명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실상 '남과 북'을 입에 달고 살았다 해도, 남북관계 현황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이에 통일안보 정책 이종헌 보좌관이 조심스레 첫 발을 내딛었다.

15년 간 대부분의 시간을 통일·외교·국방 등 안보분야 국회의원의 정책보좌업무를 해오며 10여 차례 북을 오갔던 그에겐, 보고 들은 북한의 실상을 들려주는 한권의 책이 절실했을 터. 8가지 코드를 통해 생생한 남북관계를 들여다본 책, '반갑습네다 리선생!'의 저자 이종헌씨를 만나보았다.

- 대북 관련 업무만 15년 하셨는데, 북한 관련 업무에 처음 발을 들이시게 된 계기는?
▲ 84학번으로 1987년 북한 바로알기 운동에서 북의 모습을 담은 슬라이드 제작에 참여해 남다른 관심을 갖게 됐다. 당시만 해도 경찰이 알면 큰일 날 일(웃음)이었지만, 반합법적인 일로 했다. 그러나 내가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아는 건 아니고,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 중 하나다.

- 책 '반갑습네다 리 선생!'을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 북한과 관련해 현재 2007년의 남북관계가 어떤가를 보여준 책이다. 그동안 남북 간의 교류 진행정도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으며, 대북지원, 관광, 교류 등 8개의 분야별로 현재 모습을 정리했다. 좀 교과서적으로, 일반적인 주장을 내세운 건 아니고 진행상황을 현재적 관점으로 평범한 사람이 북한에 대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설명한 책이다.

- 북한이 최근 NLL 문제로 다시 대립각을 세우려 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이 문제에 대한 견해는?
▲ NLL문제는 상당히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영토 주권 문제는 아니지만, 그러한 성격을 일부 갖고 있다. 남쪽 국민들의 합의 속에서 진행돼야 하고, 북쪽 주장을 전적으로 수용하는 식의, 너무 적극적으로 나가서도 곤란하다. 경협 등은 약간 빠르게 나가도 되지만 NLL은 경계선 문제다 보니 지나치게 나갈 일은 아니다. 남북 바다를 가로지르는 경계선으로 50년 동안 존재한 선이므로 지켜야 한다. 이를 지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는데, 좀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게 좋다고 본다.

- 지난 10년간 대북정책을 평가한다면?
▲ 지금까지의 대북정책은 북한에 대해 할 말을 못하고 끌려 다니는 정책이었다. 상호주의가 나쁜 걸로 이야기하지만 우리가 북측에 어느 정도 요구를 하고 개선을 하도록 요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 점에서는 우파가 집권을 하면 좀 지나친 북한의 태도는 고쳐지게 될 것이라 본다. 북한에 대한 기여만큼 북한의 태도 변화 같은 성의를 요구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 한나라당 대북정책이 신 대북정책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조언은?
▲ 원래 한나라당 정강 정책은 통일 시대를 경제 공동체를 주도한 상당히 잘된 정책이라고 본다. 소위 보수꼴통의 내용이 정당강령에는 없다. 이제 새로운 대북정책으로 화해협력시대에 걸맞게 한나라당 입장에서도 반북을 주장하기 어려운 현실적 문제가 있다.

단, 강령은 잘 정리돼 있는데, 정책은 실제로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정책 수립 과정에서 탄력적으로, 융통성 있게 검토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이제 이명박 후보가 대선후보가 됐다. 이 후보의 특징은 탄력적 실용적이라는 것이다. 대북도 때로 보수적, 때로 전향적으로 갈 수 있는 탄력적 실사구시 시대가 한나라당에 올 것으로 본다. 보수 꼴통 한나라당 이라는 평가는 이제 없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 북한이 중국과 같은 개혁 개방으로 나가는 데 얼마나 더 걸릴 것으로 보시는지요?

▲북한은 항상 그래왔듯이 딜레마에 빠져 있다. 외부 자원이나 투자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자력갱생 경제가 이미 무너져 불가능하다. 딱히 시간을 정하기는 어렵지만 개방과 개혁을 택할 것으로 보이며, 또 그렇게 되도록 남한이나 주변국들이 노력 해야 할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 등을 보면 개방을 안 할 수 없는 사정은 아니다. 인민들을 굶겨죽이면서 자력경제를 할 수는 없지 않는가. 북한 독자적 경제개방이든 중국식 개방이든 어떻게든 해야 한다. 나진 특구와 신의주 특구가 이미 실패했으므로, 더 개방해야 할 것이며, 조만간 지금까지의 속도보다 더 빨리 이뤄질 것으로 본다, 과거와 다른 의미 있는 조치들이 이미 이뤄지고 있지 않은가?

- 노무현 대통령께서 한국전쟁에 대한 사과를 받아내기 어려울 것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이에 대한 코멘트?
▲ 지금 종전선언이 이야기가 나오고, 그 다음은 평화협정일 것이다. 이제는 휴전상황을 종식시키고 평화협정이 들어선다는 것이다. 문제는 한 시대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종전 협정 과정에 대한 언급, 입장 표명은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한 시대가 마무리되는 것이다.

책임론이라기보다는 한 시대에 대한 입장 표명이라는 점에서, 언급은 꼭 있어야 한다.
대통령으로서 그렇게 발언할 수 있는, 저간의 사정은 이해하지만 정부가 그렇게 넘어갈 수는 없다고 본다.

- 이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통일 전망?
▲ 지금 당장 통일을 할 수는 없다고 본다. 좌파나 우파나 공히 인정하는 것이지만 지금 당장 붕괴하는 것은 바람직한 게 아니고 북한이 어느 정도 독자 성장을 하도록 성장한 다음에 하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 그렇다고 통일 노력을 게을리 할 수는 없다.

일부 좌파에서 북한과 통일을 하지 않고 지원을 하면서 현 상태로 평화만 강조하는 경우가 있다. 현 정부에서도 통일이라는 것을 강조하지 않고 평화공존, 북한과의 평화관리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원래 그런 건 아니지만 조금 잘못 흘러가면 분단 고착화가 될 수 있다. 북한은 우리와 같은 민족이다. 평화만을 이야기하는 건 잘못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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