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에 문제 없다." 여론 무시 작태 '가관'

[투데이코리아=박대호 기자] 신용카드 정보 유출 대란에서 개인정보보호의 대표적인 사각지대로 지목된 금융그룹 계열사 간 정보공유제에 대해 정부 내에서 개선 목소리가 제기됐으나, 금융당국이 이를 무시한 것이 한 언론 보도로 알려졌다. 대통령직속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최근 제도 개선을 권고했지만 금융위원회는 "현행법에 문제가 없다."라는 입장만 고집하고 있다.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지난 21일 "금융지주회사의 계열사 간 정보 제공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며 "정보 보호를 위한 세부 방안을 마련 중인데, 현재 금융지주회사법을 고쳐 계열사 간 정보공유를 제한할 계획은 없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재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이 관련 금융사 정보공유 실태를 파악하면서 문제가 되는 부분을 확인 중"이라며 "현재 암호화 코드로 제공되는 정보에는 큰 문제가 없고, 소비자 보호는 소비자 정보제공 동의 등을 통해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금융그룹 계열사 간 정보공유제에 손대는 것은 금융지주 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중차대한 일이라 섣불리 추진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재 금융그룹 소속 은행·카드·보험·캐피탈사는 금융지주회사법에서 허용한 덕분에 제약 없이 고객 정보를 쉽게 공유·교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KB국민카드에서 국민은행 계좌 정보가 유출되는 일이 벌어지는 등 금융정보 유출 사건이 대형화할 위험성이 커진 상황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국내 12개 금융그룹은 2011∼2012년 약 40억건의 고객정보를 내부 공유했는데, 이 중 33%가 고객 본인은 가입하지도 않은 보험사 텔레마케팅이나 신용대출 상품 판매에 이용됐다.

개인정보보호위는 2012년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서 이런 위험성을 인지했고, 최근 금융위에 "개선 권고"를 내렸다. 안전행정부도 지난해 초 소비자 민원을 통해 문제 발생 가능성을 확인하고 이를 금융위에 전달했지만 금융위는 "현행법상 문제가 없다"며 외면했다.

안행부는 이후 이 안건을 개인정보보호위에 비공식적으로 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지난 13일 열린 개인정보보호위에서도 여전히 제도 개선에 반대하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은 재발방지 차원의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 장병완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 발언에서 "이번 (정보유출) 사태를 계기로 금융지주회사 계열사 간 자유로운 고객정보 공유제도를 손질하겠다"고 밝혔다. 여권도 제도 전반을 고쳐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당·정 간 의견충돌이 예상된다.

정부는 22일 금융권의 과도한 개인정보 요구관행 개선, 정보유출 금융사에 대한 징벌적 과징금 제도 도입, 처벌 강화 등을 담은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