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엘리베이터 "10여 년 걸친 인수합병 시도 실패하자 책임 전가하려 한다." 쉰들러 고강도 비난

[투데이코리아=박대호 기자] 현대엘리베이터 1, 2대 주주 간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최대주주인 현대그룹(지분율 40.1%)과 2대 주주이자 다국적 승강기업체인 독일 쉰들러 홀딩AG(이하 쉰들러, 30.9%)가 유상증자 실시여부 등을 소송 등으로 정면충돌한 데 이어, 이젠 진실공방을 포함해 공개적 비난까지 주고받고 있다.

선제공격을 한 곳은 쉰들러홀딩AG. 쉰들러홀딩AG는 지난 3일 서울 영등포구 메리어트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현대엘리베이터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해당 유상증자에 불참하겠다.”라고 선언했다. 또 “그룹 오너(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 수백 통의 e메일을 보내는 등 지속적으로 대화를 요구했지만 답변이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지난 7일 세계 언론매체 및 애널리스트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텔레콘퍼런스에서는 알프레드 쉰들러 쉰들러홀딩AG 회장이 “(2004년) 의향서(LOI)를 체결할 당시 현대엘리베이터 사업부는 분리될 예정이었고 파생상품에 연루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2010년 이전에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또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한 투자로 그동안 막대한 손실을 봐 지분 매각 방안을 검토했으나 현재로서는 그 가능성이 낮다. 적대적 인수합병(M&A)을 할 계획이 없다.”라고 덧붙였다.

현대엘리베이터는 9일 입장자료를 내고 쉰들러에 대해 "10여 년에 걸친 인수합병(M&A) 시도가 실패하자 책임을 전가하려 한다." 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지난 7일 알프레드 쉰들러 회장이 전 세계 언론매체 등을 상대로 연 콘퍼런스콜에서 "현대엘리베이터 투자로 막대한 손실을 봤다." 라며 현대그룹의 경영실패를 비판한 데 따른 반격이었다.

우선, '쉰들러가 현대엘리베이터의 우호 세력이었고 현재도 적대적 M&A 의사가 없다'는 쉰들러 측 입장 표명에 대해, 현대엘리베이터 측은 "지난 2004년 KCC의 경영권 공격으로 인해 한국시장에 관심을 보이던 쉰들러를 전략적 파트너로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라고 밝혔다.

또한, "하지만 KCC가 결국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 25.54%를 매각하자 이를 인수한 것은 쉰들러"였다면서, "우호적 제스처를 취하면서 M&A를 위한 사전 수순을 밟았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지난 2010년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에 나섰을 때도 쉰들러가 "현대건설 인수를 도울 테니 승강기 사업을 달라"고 제안했으나 이를 거절하자 6차례에 걸쳐 지분을 35.6%까지 확대하는 등 노골적인 M&A 공격을 감행했다고 덧붙였다.

파생상품 계약으로 인한 손실 주장과 관련해선, "이미 쉰들러가 지난 2012년 현대엘리베이터 투자지분을 통해 2천300억 원 대의 평가 차익을 누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며 "지난해 손실에도 불구하고, 이전에 발생한 이익을 종합적으로 따져 봐야 함에도 불구하고, 쉰들러는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현대엘리베이터 측은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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