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도곡동 땅 문제로 밤까지 실랑이

[사진 설명 = 고검 국감 진행을 맡은 최병국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29일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실시된 국감은 오전 일정이 끝나고 오후 2시 30분 속개되면서 본격 궤도로 진입했다.

국가 최고 수사기관으로서 지금까지의 업무와 성실도를 평가하고, 의혹이 있는 사안을 풀며, 더 나은 수사 태도를 요구하기 위한 자리였지만 대선 직전의 국감이라는 특성상 국감 위원들인 국회의원 간 상대 후보의 지지도를 떨어뜨리고, 정치 공세를 피력하기 위한 '또 다른 선거운동의 장(場)'이었다.

◆ 대통합민주신당, 이구동성으로 '이명박 공격'

국감의 주 키워드는 역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관련한 'BBK' '도곡동 땅'이었다.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의 대부분은 BBK 주가조작 사건과 도곡동 땅 소유에 관련해 최근 종결된 수사 종결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재수사를 촉구했다.

대통합민주신당 김동철 의원은 신정아 사건과 BBK 사건의 수사 인원(신정아 - 11명, BBK - 7명)을 비교하고, 이명박 후보 관련 수사 종결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면서 검찰이 사건의 경중을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명박 후보 관련 수사 종결에 대해서는 정치적 문제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언론에 나타난 검찰의 태도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한 것 같다' '~로 보인다' 등의 문체와 '서울지검 관계자, 대검 간부, 검찰 관계자' 등의 실명이 아닌 직위만을 인용한 사실만을 지적하며 무책임한 추측성 브리핑이라 말했다. 이에 김수민 서부지검장은 브리핑을 근거로 한 것이 아닌 언론의 추측성 보도라며 반박했다.

김종률 의원은 증거자료를 제시하며 이명박 후보는 공동 정범(正犯) 내지는 공범(共犯)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LK 주가조작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에 관한 이명박 후보의 해명이 없었다며 검찰의 수사를 촉구했다.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 주성영, 박세환 후보가 반론을 제기하면서 또 한 차례의 말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문병호 의원 역시 재산과 관련된 사람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김경준 씨에 관한 수사를 확실히 해 줄 것을 요청했다. 문 의원은 2005년에 종결된 상암동 DMC에 관해서도 수사를 요구했다. 또한 안영욱 중앙지검장에게 수사 기록 열람을 요구하기도 했다.

선병렬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들을 직접적으로 공격했다. 심텍과 관련해 검찰이 이 후보를 조사한 적이 없고, 그렇기 때문에 무혐의 처분이 내려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이 후보의 무혐의를 주장하는 것을 지적하며 '거짓말'을 한다며 맹렬히 비난했다. 선 의원은 누구의 땅인지 안 밝힐 것이냐며 계속 검찰에 책임을 추궁했다.

이상민 의원 역시 “김경준 돌아오기만 기다리고, 이명박 후보에 대해서는 조사 안 할 것이냐?”며 계속적인 조사를 요구했다.

[사진 설명 = 민주당 조순형 의원]

'미스터 쓴소리'로 잘 알려진 민주당 조순형 의원은 국감장에서도 여지없이 쓴소리를 내뱉었다. 조 의원은 최근 언론에 보도된 (도곡동 땅 관련)'실체를 밝혀 국민에게 선택 기준을 마련하겠다'라는 검찰의 발언에 대해 무책임하고 오만한 태도라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이상은 씨 땅이 아닌 제3자의 것으로 보인다'라는 말에 대해서도 '제3자'를 지정한 것에 대해 지적하며 무책임한 태도이며 검찰의 책임과 의무에 의거 수사를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에 대해서도 늑장 수사를 강하게 비난하며, '봐주기 수사'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 한나라당, “우리 후보님은 죄 없다”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의 공세에 맞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명박 후보는 이번 사건에 아무런 관련이 없다”라고 주장하며 반격을 폈다.

김명주 의원은 BBK 조사에 관해 계속적인 질의를 던지며 김경준 씨의 혐의를 '범죄 인도 청구, 자금 횡령, 옵션 벤처 주가 조작' 세 가지로 압축하고, 동시에 이 후보는 이 사건과 관련이 없음을 확인시켰다. 또한 이를 '김대업식 폭로'라 비판하며, '제2의 김대업 사건'이 되지 않기를 부탁했다.

이재오 의원은 “'정치검사'가 좋은 말이냐? 나쁜 말이냐?”라며 질의를 시작했다. 김경준 씨가 출국하기 전까지 사건을 담당했던 김인원 검사가 “이명박의 'ㅇ'자도 본 적이 없다”고 말한 것을 인용해 BBK와 이 후보가 관련 없음을 검찰이 이미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또한 “지금까지의 법무부 문서들을 조사해 볼 때 (김경준은) 국제 위조 사기 전문가다.”라 말하며 이명박 후보는 이와 관계가 없음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 의원은 도곡동 땅과 관련해서도 사건을 담당했던 김호일 검사를 찾고, 지난 8월의 기자회견을 언급하며 이 후보와 관련없음을 주장하려 했으나 시간 초과로 최병국 위원장에게 발언 중지를 요구받았다.

이주영 의원은 신정아 사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변양균 전 비서실장의 권력 남용과 쌍용그룹과 관련한 거액의 금품 수수, 그리고 사면된 것을 언급하며 사면은 대통령의 권한이므로 이는 대통령과 관계된 사건이고, 그러므로 노 대통령에 대해 직접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검찰과 언론이 노 대통령을 피해자로만 설정하고 청와대 행정관만 불러 조사한 것에 대해 불만을 표하며, 신정아 씨가 청와대 비서실을 자주 왕래한 것에 대해 청와대 출입기록을 확실히 조사할 것을 요구했다.

주성영 의원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가 전주월드컵파와 연루된 내용, 스타시티와 관련된 내용을 언급하고 이에 이승구 동부지검장이 내사를 종결했다고 전했으나 언론에서 계속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며 수사를 재개할 것을 요구했다. 주 의원은 청와대 고위 관계자 2명의 외압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주 의원은 모든 의원들 가운데 유일하게 발언 시간을 지켜 눈길을 끌었다.

나경원 대변인은 더욱 분석적으로 사안을 접근하며 '옵셔널 벤처스'와 이명박 후보의 관계를 밝힐 것을 강조했다. 도곡동 땅에 대해서도 김만재 전 포스코 회장의 소환 여부를 언급하며 검찰의 수사를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나 대변인은 검찰이 청와대에 대해서는 행정관만 불러 조사하고, 이 후보에 대해서는 마구잡이로 소환을 요청한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최병국 위원장의 진행에도 문제가 있었다. 최 위원장은 진행 도중 의원들의 발언 시간 초과, 끼어들기 등에 대해 한나라당 의원들에 대해서는 비교적 관대한 모습을 보인 반면,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의 같은 행동에 대해서는 여지없이 제재를 가하며 의원들의 불만을 샀다. 그러나 저녁까지 이어진 국감 후반부에서는 어느 정도 균형을 유지하며 분위기를 이어갔다.

◆ BBK, 도곡동 땅 이외의 발언들

사실상 정치적 공방이 된 국감장에서 순수하게 검찰의 역할에 대해서만 질문한 의원들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지금까지 LK 이야기만 나왔으니 나는 LKH(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 대해 이야기하겠다”라며 분위기를 환기했다.

노 의원은 삼성에버랜드 편법 상속 관련 수사를 지적했다. 노 의원은 “600억에 이르는 지분을 단돈 61억에 넘겨 버렸다. 엄연한 불법 상속이다. 그 하수인들은 감옥 갔지만 주범들은 벌 안 받았다. 삼성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냐?”며 삼성에 대한 강력한 수사를 촉구했다.

노 의원은 최근 언론에 보도된 벌금 분납에 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아직까지 벌금을 미납한 것으로 알려진 김병관 씨의 사례를 언급하며 소액 벌금이 부과된 서민들은 분납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되지 않고, 부유층과 권력층은 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대로 분납하고, 장기 미납까지 한다며 차별 없는 엄정한 법집행을 요구했다.

이에 안영욱 중앙지검장은 차별 없이 법을 집행할 것을 약속하며 서민들의 분납 요구는 대부분 받아들였다고 주장했다.

대통합민주신당 이용희 의원은 먼저 의원들의 국감 태도를 질타하며 자성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구속과 관련해 법원과 검찰의 갈등을 지적했다. 이에 안영욱 중앙지검장은 법조인들의 견해차에서 발로된 것이라며 이해를 요구했다.

이 의원은 최근 검찰 내에서 조직된 '검찰사랑봉사단'과 '디지털 수사팀'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들의 성과를 칭찬했다. 한편 구속과 관련해 만장일치를 중심으로 하는 구속심사위원회의 역할에 문제를 제기해 이훈규 인천지검장이 해명을 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최근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에서 일어난 노 대통령 명의 도용 사건에 대해 선처를 요구했다.

[사진 설명 = 한나라당 박세환 의원]

한편 한나라당 박세환 의원은 정동영 후보의 숙부가 정 후보에게 양육비를 청구한 사실, 노인과 관련해 비난을 받았던 정 후보의 발언을 언급하며 이를 수사하라 요구했다. 그러나 민사 소송과 관련된 일로 사실상 검찰의 수사가 미칠 수 없는 영역이었기에 결국 좌중의 웃음을 사며 국감이 웃지 못 할 해프닝으로 남고 말았다.

◆ '작아지고 작아진' 검찰

국감에 임하는 검찰의 태도는 한마디로 '소극적'이었다. 안영욱 중앙지검장은 이어지는 의원들의 질의에 대해 “김경준이 귀국하는 대로 철저히 수사에 임하겠다” “고발이 들어오면 수사하겠다” “의원님 말에 참고하겠다” “잘 모르겠다” 등의 답변을 통해 상황을 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홍경식 서울고검장을 비롯, 다른 지검장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김수민 서부지검장이 김승연 사건 등에 대해 본인의 입장을 자세히 밝혔을 뿐이었다.

[사진 설명 = 안영욱 서울중앙지검장]
[사진 설명 = 홍경식 서울고검장]

◆ 밤까지 이어진 BBK 공방

의원들의 1차 질의가 끝나고 오후 6시부터 2차 질의와 이어 추가 질의가 시작되었다.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은 계속적으로 검찰의 의혹을 제기하며 열띤 공방을 펼쳤다. 이에 한나라당 의원들은 신정아 사건과 관련해 노 대통령을 직접 수사할 것과 정동영 후보의 명의 도용 사건에 대해 엄중히 조사할 것을 계속 요구하며 맞섰다.

김동철 의원은 “김경준이 귀국 뒤 묵비권을 행사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라 말하며 검찰의 강력한 수사 의지를 촉구하고, 문화일보가 신정아 씨의 누드 사진을 게재한 일에 대해 '언론 권력의 남용'이라 비판하며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안영욱 중앙지검장은 신정아 씨의 인권을 고려해 수사는 할 수 없다고 답했다.

박세환 의원은 정동영 후보와 관련해 노인복지법에 대해 또다시 발언하며 수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시간이 흐르고 의원들이 하나둘 자리를 뜨며 BBK 이외의 이야기들도 조금씩 나왔다. 그러나 형식에 그쳤을 뿐 공방은 지속됐다.

국감은 오후 9시 30분이 되어서야 막을 내렸고, 의원들은 남은 의혹들에 대해 서면으로 대신하겠다 전하고, 이에 대해 최병국 위원장은 수감(受監)자들에 대해 일주일 내로 답변을 줄 것을 요청한 뒤 국감 종료를 선언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