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정확한 사용 용도 아직 확인 못 해"

[투데이코리아=이규남 기자] KT 자회사 직원이 연루된 사기 대출액 일부가 국내 카지노에 유입된 정황이 포착됐다.

이번 사기 대출로 가장 큰 피해를 본 하나은행은 매출채권 관리 미흡으로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을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전체 금융권을 대상으로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 운영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일부 금융사에 문제가 있음을 적발하고 향후 심사를 철저히 하라고 지시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KT 자회사인 KT ENS 직원과 이 회사의 협력업체 등이 금융권으로부터 3천억원의 사기 대출을 받은 사건과 관련해 피해 은행의 계좌 추적을 벌인 결과 일부 금액이 국내 카지노인 강원랜드[035250]로 흘러들어간 사실을 적발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기 대출액의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피해 은행의 계좌 추적을 벌인 결과 일부가 강원랜드로 흘러들어간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자금 세탁 용도인지 강원랜드에서 탕진했는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국내 카지노의 경우 거액을 칩으로 교환하면 이후 경로를 추적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사기 대출을 벌인 협력업체 대표 등이 자금 세탁에 이용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기 대출 사건에 연루된 KT ENS 협력업체는 엔에스쏘울, 아이지일렉콤, 중앙티앤씨, 컬트모바일, 엔에스쏘울FNS, 다모텍, 모바일꼬레아 등 7개사로 알려져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3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KT ENS 김모 부장과 통신기기 업체 아이지일렉콤 대표 오모씨, 컬트모바일 대표 김모씨 등 모두 3명을 구속기소했다.

이들은 대출에 필요한 서류를 위조해 제출하는 수법으로 2008년 5월∼2014년 1월 은행 16곳을 상대로 463회에 걸쳐 모두 1조8335억 여원을 대출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사기 대출받은 돈 중 일부는 은행에 갚았지만 2900억 원이 아직 상환되지 않은 상태다.

금감원은 이번 사기 대출에 은행 내부 직원이 연루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집중 검사를 벌이고 있다.

이번 사기대출 손실은 하나은행 1624억 원, 농협은행 189억 원, 국민은행 188억 원 등 시중은행이 2001억 원이다.

저축은행은 BS저축은행이 234억 원으로 가장 많다.

특히 하나은행은 주거래은행으로서 매출채권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큰 손실을 낸 만큼 경영진에 대한 징계가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

금융권에서도 이번 사건에 전문가의 유입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 측은 KT ENS 김모 부장이 제출한 법인 인감이 등기소에 발급한 게 맞아 은행 실수는 없었다면서 KT ENS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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