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과 달리 다양한 주제 나와

31일 오후 2시 30분부터 시작된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주관 서울특별시 국정감사 오후 질의 시간에는 오전과는 달리 서울시가 당면한 여러 가지 문제들이 제시돼 주목을 받았다. 이명박 후보와 관련한 '상암 DMC'가 주 논제가 되었던 오전보다는 훨씬 성숙한 모습이었다.

대통합민주신당 김부겸 의원과 무소속 김영춘 의원은 서울시가 실시한 장기전세주택 제도를 칭찬했다. 김부겸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군포시의 경우 비슷한 제도로 탄생한 주택들이 일반 주택값의 80%에 이른다며 경기도에 비해 큰 성과를 거둔 서울시의 정책 성공 비결(?)을 묻기도 했다. 김영춘 의원은 위 제도와 관련해 주택 원가 공개 의향을 물었다.

한편 김부겸 의원은 칭찬과 달리 따끔한 충고도 건넸다. 서울시청 앞에 도착한 국감위원들을 환대했던 전북 공무원 노조원들에 대해 이야기하며(전라북도는 이번에 국정감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이번 지자체 감사는 서울, 경기, 경남, 경북, 전남 5곳에 걸쳐 실시됐다), 서울시는 국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한, 다른 지자체와는 엄연히 그 성격이 다른, 커다란 국가기관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이유로 대한민국의 모든 갈등은 서울시가 원인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의 수장(首長)인 오세훈 시장은 단순한 행정가가 아닌, 유능한 경영가가 돼 줄 것을 부탁했다.

김영춘 의원은 공무원 비리 척결과 주민등록 말소자 문제에 관해 질의했다. 이에 오 시장은 부패를 없애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으며 올해 말 좀 더 나은 평가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부패도가 높은 소방 부문에 대해서는 서울시 주관이 아닌 행자부 주관으로 사실상 통솔이 쉽지 않다 말하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사진 설명 = 권영진 정무부시장]

[사진 설명 = 김홍권 행정1부시장(左), 최창식 행정2부시장(右)]


한나라당 김재원 의원은 자조에 찬 목소리로 의원들부터 바뀌어야 한다며 의원들의 자성을 촉구했고, 강남·송파 등 일부 지역의 아파트 버블을 막기 위한 대책에 대해 물었다. 이에 오 시장은 시간이 필요하며,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기 전까지는 뉴타운 계획을 확장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실제로 뉴타운을 더 확장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이후로 서울시의 집값이 어느 정도 안정됐다고 한다)

한나라당 김기춘 의원은 시청 화장실의 화장지가 재생 용지로 만들어진 것이 매우 인상 깊었다며, 업무보고에 쓰일 자료도 재생 용지를 활용한다면 다른 관청의 모범이 될 것이라 칭찬했다. 이어 김 의원은 부패·무능 공무원 퇴출 당시 너무나 언론에 크게 보도됐던 점을 지적, 퇴출시키더라도 인권을 고려해 좀 더 신중해 줄 것을 요청했다. 김 의원은 또한 '현수막 없는 서울'선언에 대해 호감을 보이며, 간판도 규격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4년째 서울시 국감에 참여하게 된 대통합민주신당 심재덕 의원은 올해에도 화장실 이야기를 꺼냈다. 심 의원은 문제가 돼 왔던 남대문시장과 청계천 주변을 들며 문제점을 지적하며, 올해 세계 화장실 협회가 창립총회를 열고 서울에 본부를 두기로 한만큼 오 시장이 재직하는 동안 세계 으뜸 화장실을 만들어 줄 것을 부탁했다.

한나라당 이상배 의원은 관광 문제를 지적하며 비싼 호텔 숙박료, 난립하는 관광회사, 관광자원·인프라의 부족 때문에 외국인들에게 관광 도시로서의 가치를 잃고 있다며 이에 신경을 써 줄 것을 요청했다. 이 의원은 또한 도급 택시 등 당면한 택시 문제에 관해서도 관심을 보였다.

무소속 최연희 의원은 퇴직 후 공무원들을 위해 해외연수보다도 직업 교육 등 사회적응 훈련을 시켜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오 시장은 퇴직프로그램을 새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대통합민주신당 이인영 의원은 구로구의 화장장 건립 문제를 거론하며, 합리성, 민주적 절차가 결여된 채 시행된 것이라 지적했다. 이에 오 시장은 지역 간의 합의를 통해 해결을 이끌어내겠다고 전했다.

[사진 설명 = 무소속 최연희 의원]

[사진 설명 = 대통합민주신당 이인영 의원]

한나라당 김기현 의원은 강남 지역에 기초생활수급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확실한 조사와 시정을 촉구했다. 김 의원은 또한 일부 병원들이 가족·친인척에 과도한 혜택을 부여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대통합민주신당 정성호 의원은 통일 문제에 비중을 높여줄 것을 요청하고 서울의 치안이 위험한 상황이므로 도심 곳곳에 설치된 CCTV를 관리할 것을 요구했다.

오전에 이어 상암 DMC와 관련한 이야기도 일부 나왔다. 대통합민주신당 윤호중 의원은 사업 개요와 (주)한독의 역할을 두고 오 시장과 긴 시간 논쟁을 벌였다. 오 시장은 윤 의원의 발언에 대해 “어떠한 일에 대해 어느 정도 걱정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터무니없는 엉뚱한 예측을 한다면 건강에 해로울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정성호 의원 또한 약간의 문제를 제기했으며 이에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의 DMC 관련 발언에 대해 “물에 빠진 사람 건져 놓으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격이고, 보따리 가져갔으니 처벌해달라는 격”이라며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의 태도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정 의원은 DMC 사업을 낙관하며 “독일 과기부장관이 방문한 이후로 독일 정부 차원의 지원이 지속될 것이고, 내년에는 메르켈 독일 총리가 방문할 예정이며, 유럽의 선진 기술을 들여오는 훌륭한 발판”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사진 설명 = 대통합민주신당 윤호중 의원]
[사진 설명 = 대통합민주신당 정성호 의원]

한나라당 정갑윤 의원 역시 DMC 사업은 고건 전 총리의 재임 시절부터 나온 것이라 주장하며,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에 대해 불만을 표했다. 정 의원은 서울시 사업과 관련한 건설업계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한나라당 김정권 의원 또한 현재의 정국을 비판하며 청계천 개통 당시 모두들 자기 일처럼 기뻐하던 범여권 의원들이 대선 정국을 맞이하고 나서 태도가 바뀌어 이명박 후보를 비난한다며 예전의 진심을 되찾아 줄 것을 호소했다.

한편 이 날 국감에서는 유인태 위원장의 '엄격한 진행'이 눈길을 끌었다. 유 위원장은 발언 시간 초과에 대해서는 여지없이 마이크를 껐으며, 오 시장의 답변 시간을 고려해 질의자의 질문을 적절히 조정하는 등 진행자로서의 주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질의 시간이 초과될 것으로 예상되는 의원에 대해서는 자신에게 할당된 보충·추가질의 시간에서 일부를 끌어오든가(?), 또는 동료 의원에게서 시간을 빌려오게 하는 등 이색적인 방법을 활용해 시간이 초과·낭비되는 일을 확실히 근절했다. 덕분에 국감이 예정된 시각에 정확히 종료될 수 있었다.

유 위원장은 남은 질문과 답변에 대해 서면을 활용할 것을 부탁했으며, 저녁 6시 국감 종료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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