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나면서 연봉은 몇배씩 올라

<정우택 논설위원>

공기업 사장의 연봉 잔치가 도를 넘고 있다. 공기업 사장의 2006년 연봉이 최고 3억원이나 된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조선일보가 31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들어 공공 기관장의 연봉이 최대 3배가 넘게 오르는 등 평균 50% 가까이 올랐다. 일부 기관은 적자 경영을 면치 못하면서도 기관장 연봉은 오히려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사장의 연봉은 한국수출보험공사가 3억1천3백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한국토지공사 2억6천1백만원, 한국전력공사 2억5천3백만원, 대한지적공사 2억3천5백만원, 한국조폐공사 2억4백만원의 순이었다. 한국석유공사, 선박안전기술공단, 한국관광공사, 한국시설안전기술공단 등은 연봉이 2억원 미만이다.

최근 4년간 연봉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한국토지공사로 무려 205%나 올랐다. 한국조폐공사는 204%가 올랐다. 3억1천만원의 연봉을 받는 수출보험공사는 146%가 올랐다. 석유공사와 지적공사가 각각 124%, 118%씩 인상됐다.

연봉이 가장 많이 오른 토지공사는 부채 규모가 11조원에서 19조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부채가 늘어난 게 충격이 아니라 부채에 허덕이면서 사장의 연봉이 너무 많이 올랐다는 게 충격적이라는 얘기다.

조폐공사는 최근 4년 사이 수익성과 안전성이 떨어졌지만 연봉은 204%나 올랐다. 한국전력의 경우도 최근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30% 이상 하락했음에도 사장 연봉은 100%가 뛰었다. 석탄공사는 적자경영으로 자본 잠식 상태에 있는데 연봉은 오히려 35%가 늘었다.

이들 정부기관 기관장들의 연봉 잔치를 보는 국민들의 눈은 싸늘하다. 일반 국민들은 실업과 임금감소 등으로 고통 받고 있는데 국민들과 함께 고통을 분담해야할 공공기관의 장들이 최고 3억원이나 되는 연봉을 받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솔직히 이들 기관은 '정부의 돈'으로 운영되거나 '이익이 확실하게 보장되는 독점사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들 기관은 '신인 내린 직장'이라고 불린다.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신이내린 사람'이니 뭐니 하면서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제 공공기관은 연봉 잔치를 끝내야 한다. 공공기관의 장도 인간이기 때문에 돈을 많이 타면 좋아하겠지만 연봉에 대한 눈독을 버리고 국민에 대한 봉사로 눈을 돌려야 한다. 그들에게는 공공기관의 장이라는 명예가 주어졌다. 거기에다 연간 수억원의 연봉도 주어졌다. 돈과 명예를 동시에 움켜지고, 즐기려는 마음은 버릴 때가 됐다.

기관의 운영 실적이 좋다면 몰라도 적자를 내고, 수익성을 악화시키면서 기관장의 연봉을 올리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회사가 적자를 내는데 연봉을 그렇게 많이 받으면서 얼굴이 뜨겁지 않은지 묻고 싶다.

기관장의 연봉이 높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직원들의 연봉도 높다는 것인데 이것도 생각해볼 문제다. 공공기관이라는 이유로 적자를 내면서도 연봉을 턱없이 받는 것은 국민들에 대한 죄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공공기관은 연봉을 챙기는 곳이 아니다. 고통 받는 국민들을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정우택 논설위원 jwt@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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