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文海칼럼] 얼마 전까지 무명이었던 가수가 화제의 중심에 섰다. 주요 음악 사이트의 순위를 석권하는 등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는 가수 bro의 '그런 남자' 이야기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메이저 언론에도 거론되는 등 일약 사회의 화두로 떠올랐다.

기성 가수들을 압도할 정도의 빼어난 가창력을 지닌 bro지만 그에게는 뭔가 더 특별한 것이 있다. 그는 여타 가수와 달리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 용감한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남자'가 하고 있는 사회 비판 자체에 참신하다는 평가를 내릴 수는 없다. 이미 이 분야의 선구자는 따로 있기 때문이다.

과거 가요계에도 사회 비판적인 노래가 여러 차례 등장한 바 있다. 대표적으로 서태지와 아이들의 ‘교실 이데아’는 천편일률적인 교육에만 치중하는 한국 교육 문화에 경종을 울렸다.

가요 외의 부문을 살펴보면 개그콘서트의 남성인권보장위원회(이하 남보원)코너도 있다.

남보원은 풍자적인 요소를 부드럽게 버무려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렇게 보면 '그런 남자'는 교실 이데아와 남보원의 후계자인 셈이다.

하지만 그런 남자는 남보원보다 공격적이며 교실 이데아보다는 적절하다. 이리 저리 피해가며 잽을 날리며 웃음에 집중하던 남보원, 지나치게 시대를 앞서 갔던 교실 이데아와 비교해봐도 분명 더 커보이는 논란을 낳고 있다.

이런 거대한 반향의 내면에는 '그런 남자'의 여러 특성이 자리하고 있다. 그런 남자는 단순한 정공법에서 느낄 수 없는 반전 기법을 활용했다.

초반부에는 여성들이 선망하는 백마 탄 남성을 그리다가 마지막에 나오는 “왕자님을 원하신다면 사우디로 가세요” 라는 후반부에서 주는 반전이 주는 파동은 매우 크다.

또한, '그런 남자'는 우리 사회에서 금기시되는 남녀평등 문제에 대해 논했다. 남성이 군대생활에 대한 애로를 토로하면 여성들은 출산의 고통을 언급하며 소모적인 논쟁으로 발전했던 주제에 대해 가수 bro는 솔직담백하게 표현했다.

bro가 극우 사이트 일간 베스트 저장소(이하 일베)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점도 예상과 달리 호재가 됐다. 동시접속자 2 만에 육박하는 일베의 전방위적인 지원사격으로 '그런 남자'는 주요 포탈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며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을 수 있었다.

이런 이유 탓인지 이 노래를 들은 이들의 반응은 극과 극이다. 남성은 대체로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이고 대부분의 여성은 일부 여성의 이야기를 마치 전체 여성의 이야기처럼 하고 있다고 분노하고 있다. 물론 bro가 일베 마케팅을 사용했다는 점은 성별을 아우르는 논란을 낳고 있다.

그런 남자를 불편하게 바라보는 이들은 특히 가수 bro가 일밍아웃을 했다는 점을 집중 공격하고 있다. 일밍아웃은 일베 사용자임을 공적으로 나타내는 행위를 뜻하는 말로 통용되고 있다.

또한, 일부 여성들은 아직 bro가 얼굴없는 가수라는 점을 악용해 “어떻게 생겼나 한번 두고 보겠다.”라는 발언도 서슴치 않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종류의 원색적인 비난은 누구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 남자'의 광풍으로 엿볼 수 있는 것은 남성들의 역차별에 대한 불만이 이전보다 훨씬 높아졌고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심화되고 있는 남녀 간의 갈등 구조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사실 이렇게 남녀평등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되게 된 것에는 남녀 누구도 면죄부를 받을 수 없다.

여성들은 대한민국이 눈부시게 발전하는 동안 그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된 권리를 얻었다.

하지만 늘어난 권리와는 대조적으로 의무적으로 준수해야 하거나 존중해야 할 사항에 대해 등한시하며 무관심한 모습을 보이는 이중적인 면을 보였다.

남성들은 이렇게 여권의 남권 추월 이후 고조되는 불만에도 “남자니까 참아야 한다.”라는 가부장적인 사고나 “예쁘니까 괜찮아” 라는 외모지상주의 같은 대표적인 굴레에 얽매여 제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지금은 당연시되는 여성의 참정권이 1910년대에 지속적으로 발생한 여성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에서 비롯됐다는 점은 아마도 현대의 남성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그러므로 남성과 여성은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기존의 태도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 국가도 그저 관망하는 자세만 보여서는 안 된다. 국가로써도 남녀 갈등 심화는 반가운 주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남녀 갈등 심화는 최근 우리 사회에서 문제되고 있는 삼포족의 확대로 이어져 결혼율 감소, 출산율 감소, 산업 경쟁률 감소라는 악순환을 발생시킬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도 국가도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

남성과 여성이 기존에 보이는 태도를 버리고 국가가 적극 중재한다면 마치 뫼비우스의 띠 같은 모습을 보이던 남녀 갈등 문제도 해결가능한 논제로 바뀔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그런 남자'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장 특별한 것은 이 노래로 인해 우리사회가 보다 건전한 사회로 발전할 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가능성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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