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예우는 법조계의 에이즈 바이러스

<정우택 논설위원>

그동안 말로만 떠돌던 고위 판사와 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들의 탈세가 사실로 밝혀지면서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탈세가 너무 엄청나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다. 일부에서는 “고위 판사와 검사하면서 탈세하는 방법도 배우느냐”는 말이 나오고 있을 정도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국회 법사위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폭로한 자료는 충격적이다. 국세청이 2006년 6월에 작성한 '변호사 조사요령과 세원관리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전관 변호사들이 수임료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고 수 억원에서 수십 억원을 탈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관 변호사들은 구속사건을 맡으면 착수금만 1천만원, 성공 보수금으로 수 천만원에서 억대를 받는 것이 관행이다. 구속적부심에서 전관 변호사들이 고위 법관에게 전화해서 로비하는데 1억원 이상의 착수금을 받는 것으로 돼있다.

국회의원 출신의 한 변호사는 모 재단의 부동산 소송에서 받은 착수금 2천만원 가운데 7백만원만 신고하고 나머지 성공보수금 4억원 신고는 누락했다고 한다. 2003년에 개업한 부장판사 출신 모 변호사는 1억3천5백만원을 받아 8백만원만 신고했다. 모 변호사는 12억원대의 성공보수를 받고도 이를 신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노 의원은 이들이 영수증 없이 현금으로 수임료를 받는 등 지능적 탈세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관 변호사는 이런 범죄 수익을 부동산 투기에 사용한다. 최근 개업한 변호사들은 개업 후 2~3년 간 취득한 부동산 재산이 20억~30억대에 달한다고 보고서는 적고 있다.

노 의원은 부장판사·검사 출신 변호사 14명의 납세실적을 분석했더니 2억원에서 55억원까지 평균 20억원을 탈세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서울의 부장판사 출신 모 변호사는 44억원을 벌었다고 신고했으나 추정 세액은 1백77억원에 달해, 무려 55억원을 탈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관 변호사들의 행태는 충격 그 자체다. 고위 판사와 검사로 일했다는 것만으로 그들의 입김이 재판과정에서 잘 먹힌다는 것은 법조계가 얼마나 지연에 얽매여 있고, 썩어 빠졌는지 말해주는 것이다. 재판을 담당한 판사, 수사를 맡은 검사가 동료이거나 후배이기 때문에 전관 변호사에게 편의(?)를 봐 주는 게 우리 법조계의 한심한 현실이다.

이들 전관 변호사가 현직에 있을 때 어떻게 근무했는지 의문이 생기는 것은 비단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변호사의 이름으로 터무니없는 수임료를 받고, 탈세하면서 돈을 챙기는 것을 보면 그들이 현직에서 근무했을 때는 더 했으면 더했지 덜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재판을 하고, 사건을 수사했다고 하면 과연 그게 양심에 따라 공정하게 처리됐는지도 의문이다. 그들이 전관 변호사로서 지금 로비하고 있는 것처럼 현직에 있을 때는 로비를 받았을 것이고 분명 재판에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한다. 지금 하는 꼴로 봐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누가 장담할 것인가.

전관 변호사의 모습은 항간에 “돈없는 놈은 재판에서 못 이긴다”는 말을 입증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우선 돈이 없으면 '높으신' 전관 변호사를 만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관 변호사는 법조계의 에이즈와 같은 것으로 빨리 없어져야 한다. 전관 예우가 통하는 한 사법 법정의 실현은 이루어질 수 없다. 말로는 정의 실현을 외치면서 뒷구멍으로 전관 변호사를 팔아먹고, 지나친 수임료를 받아 챙기고, 탈세하는 모습은 법조계에 대대적인 '청소작업'이 있어야 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청소작업도 대충대충 물만 뿌리는 것이 아니라 철 솔로 긁어내야 한다.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의 탈세가 밝혀진 이상 이 참에 법조시장도 완전히 개방해야 한다. 외국의 변호사들이 국내에서 마음대로 활동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전관예우와 같은 법조계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사법 정의도 더 빨리 실현될 것이다.

전관이니 뭐니 해서 부정은 다 저지르면서 '사법정의'를 외치고, 변호사 수가 너무 많아 국민들에 대한 법률 서비스의 질이 떨어진다며 엄살떠는 것은 그야말로 헛소리에 불과할 뿐이다. 전관 변호사뿐 아니라 이들의 로비를 받고 있는 판사와 검사가 있다면 양심을 회복해야 한다. 직업윤리도 되찾아야 한다.

여기서 꼭 하고 싶은 얘기다 있다. 이들 전관 변호사보다 더 나쁜 게 있다면 그것은 전관 변호사가 활개치도록 도와주는 사람들, 바로 현직에서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전관 변호사라는 이유로 그들에게 특별히 편의(?)를 봐주는 일이 없다면 이런 추잡한 일은 없을 것이 아닌가.

정우택 논설위원 jwt@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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