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 공약 강조하며 상대 허점 꼬집어

[투데이코리아=박기호 기자] 6.4 서울시장 새누리당 경선에 뛰어든 김황식·이혜훈·정몽준 예비후보가 9일 첫 TV토론회에서 맞붙었다.

그간 '박심(朴心) 논란' '빅딜설' 등으로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던 이들은 첫 공개토론회에서 자신의 공약을 강조하면서 상대의 헛점을 꼬집으면서 경선전 초반 기선제압에 나섰다.

이날 MBC가 주관한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후보 토론'에서 이들은 자신이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시장에 맞설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김황식 예비후보는 그간의 다양한 국정 경험을 강조했으며 이혜훈 최고위원은 여성과 자신의 개혁적 보수성향을 정몽준 예비후보는 그간 활약했던 성공 사례를 언급하면서 타후보들과의 차별화에 나섰다.

김 예비후보는 "저는 서울에서 48년째 살고 있는 서울시민으로 40년 이상 판사, 법관, 감사원장, 국무총리 등 직을 수행했다. 평범한 지방 출신에게 어떻게 이토록 영광스런 기회가 주어졌는지 생각하면 기적과 같다. 다양한 국정 경험으로 마지막 열정을 불태워 다함께 더불어 잘사는 서울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 예비후보는 "저는 40여년 걸친 국정 경험을 통해 서민 정책, 시민 정책을 잘 펼쳐갈 행정 전문가"라며 "중앙정부와 가장 협력하며 일을 처리하고, 지역 화합 등 하나된 서울 만들어갈 수 있는 화합 후보다. 박원순을 물리칠 확실한 후보는 바로 저"라고 강조했다.

이혜훈 예비후보는 "지금까지 서울시장들은 대권에 마음이 있어 서울시민 삶과는 상관 없는 대권 놀음에 혈세를 낭비하는 일에 지쳤다"며 "아무것도 하지 않은 시장으로 남게 됐다는 시장도 대통령을 흔드느라 세금을 많이 낭비했다. 꼭 세금이 아깝지 않을 시장을 뽑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야권연대가 마무리됏기 때문에 일대일 구도다. 누가 중도표를 더 끌어오느냐가 결정적 승패를 가르는 요건"이라며 "저는 누구보다 젊고, 여성이다. 새누리당에 저런 사람이 있었냐고 이야기하는 개혁적 보수다. 7선을 꺾고 제가 가면 드라마 되고 본선은 그냥 이긴다"고 말했다.

정몽준 예비후보는 "박 시장은 아무 일도 안한 시장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며 "저는 열심히 일한 일복 시장으로 기억되고 싶다. 경제학 경영학을 공부했고, 제가 일한 회사는 많은 이들이 일하고 싶어하는 회사다. 88올림픽은 아버님을 도와 유치했고, 2002년 4강 신화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정 예비후보는 "서울은 지쳐서 잠들어 있다. 인구는 빠져나가고, 경제는 침체돼 있다"며 "저는 삼삼한 서울, 팔팔한 경제를 만들어서 잠든 서울을 깨우고, 일자리와 복지를 챙기는 일복 터진 '일복 시장'이 되겠다. 현장과 국제축구연맹에서 불가능한 일에 도전해 성공한 경험을 바탕으로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자신의 주요 공약에 대해 설명하면서 동시에 상대 후보의 주요 공약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정 후보는 지방 이전 공공기관 부지에 산업단지 조성, 서울시내 유휴부지 개발 재추진, 용산사업의 단계적 추진 등 각종 개발정책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 밝혔다. 김 후보는 강·남북 군형 발전을 위한 비강남권 상업지역 확대 및 규제 혁파, 시청-강남권을 10분대로 잇는 지하철 건설 등을 내세웠으며 이 후보는 도시 재창조를 위해 세운상가 자리에 한류 메카 및 복합 행정타운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이 최고위원은 정 의원의 창동 차량기지 공약에 대해 "이미 매입한 공공기관 부지도 리모델링 예산이 부족해 활용이 안되고 있다"며 "제한된 예산을 생각할 때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곳을 활용하는게 우선순위"라고 지적했다.

이 최고위원은 또 용산재개발에 대해서도 "재판 소요 기간 때문에 차기 시장이 개발을 진행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 공약의 경우 '시청-강남 10분대 지하철 건설'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정 의원은 "시청-강남 지하철이 기존의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GTX사업과 중복된다"고 꼬집었으며 이 최고위원도 "시청-강남 지하철과 GTX의 노선은 거의 같다"며 "강북과 강남의 균형 발전을 얘기하는 후보라면, 수조원의 예산을 강남의 시간 단축을 위해 쓰기 보다는 대중교통망이 부족한 강북에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전 총리는 "GTX는 수서에서 서울역을 거쳐 삼성으로 빠지는 노선으로 그 중간에는 전혀 정류장이 없다"며 "신사-이태원-회현을 거쳐 시청으로 가는 노선을 중복이라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반박했다.

이 최고위원의 세운상가 공약에 대해 김 전 총리는 "세운상가는 문화와 역사, 경제적으로 상당히 활용가치가 크다"며 "독특한 산업 생태계가 조성돼 있는 곳을 다 쓸어 버리고 녹지공간으로 활용하기는 아깝다"고 꼬집었다.

특히, 그간 '박심논란'을 두고 신경전을 펼쳤던 김·정 후보는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김 후보는 정 후보가 보유한 현대중공업 주식 백지신탁 문제를 거론하며 정 후보를 몰아세웠다.

김 후보는 "최근 현대중공업과 오일뱅크가 5년간 150억 가량 물품계약을 서울시와 했고 현대중공업은 서울시 노른자위 개발지구인 문정지구에 약 700억원 투자하고 있다"며 "현대 오일뱅크 등 계열사 상당수가 서울에서 영업을 하고 본사를 두고 있는 등 직무연관성이 없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에 정 후보는 "뉴욕시장을 12년 재임한 블룸버그는 모든 정보가 재산이 되는 통신사의 설립자고 재산도 저의 20~30배가 되는 것 같다"며 "그 분도 위원회에서 심사받았지만 문제없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반박했다.

이어 김 후보는 "직무연관성이 있어 처분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현대중공업이 조선업에서 최고의 기술을 가지고 있고 방산업체이기도 한데 처분과정에서 외국자본으로 넘어갈 때 이런 부분이 문제가 돼 국익에 손해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고 정 후보는 "현대중공업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어있다. 김 후보가 회사걱정을 안하셔도 된다"고 맞받았다.

정 후보의 경우 김 후보 측이 캠프 선대위원장으로 위촉한 정성진 전 법무부장관이 칼럼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했다고 꼬집었다. 이에 김 후보는 "선대위원장으로 모실 때 그런 사항을 알지 못했다"며 "알았다 하더라도 소신에 따라 하신 일을 뭐라 할 수 없고 존경하는 분을 모시지 못할 사항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정, 이 후보는 자신이 친박이라고 주장한 반면, 김 예비후보는 정치적으로 친박은 아니라고 밝혔다.

'OX 퀴즈' 형식으로 '나는 친박이다'라는 질문에 정, 이 후보는 'O'를 들었지만,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한참을 망설이다 O, X가 표시된 판의 모서리를 들어 보였다. 이는 자신을 둘러싼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의 의중) 논란'을 의식한 행동으로 읽힌다.

이에 토론회 진행을 맡은 홍성걸 국민대 교수가 '왜 세모 표시를 했는가'라고 묻자 "저는 박근혜 대통령과 개인적으로 특별한 친분이 없다"며 "두 분(정 의원, 이 최고위원)은 지난 대선 당시 활약을 했으니 명백히 그렇게 (친박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제가 정치적으로 친박이라고 할 근거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박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원활히 해 성공하길 바라고 제가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뿐"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저는 (박 대통령과) 초등학교 동창이고 지난 대선 때 선대위원장을 맡아 열심히 했다"면서 "우리나라가 민주주의를 하다 보니 여당과 야당이 갈라져 있지만 가능한 우리 국민들이 대통령을 좋아하는 분위기가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 후보자 간 TV 토론회는 오는 16일, 21일, 29일에도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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