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심한 실종자 유족의 정신적 피해는 누가 보상하나?



[투데이코리아=강정욱 기자] 재난보도에서 가장 중요시되야 하는게 무엇일까?

당연히 정확성이다. 일반적인 문제와 달리 재난보도는 무조건 정확해야 한다. 사람과 주요 시설에 대한 영향이 막대한 사안인 탓이다.

고민조차 할 필요 없는 이 답안을 무시한 탓에 국내 언론계는 혹독한 대가를 치뤄야 했다.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라는 언론 역사에 남을 만한 대형 오보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온 것이다. 이후 당국의 오락가락하는 발표와 신속만 지향하는 언론 보도 행태로 인해 수많은 오보가 양산되는 비극이 이어졌다. 이는 기자조차도 예외가 아니었다.

9·11 테러 당시 현장에 가장 빨리 도착한 뉴욕 타임스 기자가 정확한 팩트 확인 후 2시간여가 지나서야 최초의 속보를 송고했다는 것을 볼 때 국내 언론계는 너무 미개하게 대처했다.

이후 지난달 20일에서야 한국기자협회가 세월호 관련 보도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으나 시기적으로 너무 늦은 감이 있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가이드 라인 발표 후 언론사들의 태도는 바뀌었다. 초기에 난립하던 저급한 클릭기사는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그 빈자리를 차지한 것은 감성이었다. 재난 선진국 일본에 따르면 재난보도는 정확해야 하고 어떤 때보다 냉정하게 보도되야 하지만 이번 사건을 보도하는 과정에서는 감성이 정확성보다 우선시됐다.

게다가 감성 취재에 골몰하면서 불필요할 정도로 실종자 가족들을 밀착 취재해 어느때보다도 높은 언론을 향한 불신이 조성되는 부작용도 발생했다. 결국 언론 무용론까지 제기됐다.

특히 종편방송 MBN은 민간 잠수부를 사칭한 홍 모씨를 생방송 인터뷰에서 내보내 엄청난 구설수에 시달렸다. 보도국장이 직접 방송에 출연해 사과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하지만 대조적으로 구세주처럼 부상한 두 언론인이 있었다. JTBC의 손석희 앵커와 GO발뉴스 이상호 기자는 당국의 미진한 대처에 문제를 제시하며 날카로운 문제 제기를 했다.

이 과정에서 이상호 기자는 단순한 대안언론을 넘는 대중적 인지도를 구축하는 수혜도 입었다.

문제는 이들의 보도가 검증되지 않은 구조장비인 다이빙벨을 절대적인 것으로 포장시키는 데 일등 공신으로 활용됐다는 점이다. 수색 작업이 전체적으로 미진한 행보를 보일 때 등장한 '20시간 작업이 가능하다'는 다이빙벨은 한 마디로 구세주였다.

특히 대중적 인지도가 탁월하고 사회 지도적 인사로 잘 알려진 손석희 앵커의 보도로 인해 다이빙벨은 공신력있는 장비로 포장됐다. 이에 맞춰 대부분의 언론이 다이빙벨에 대한 희망적인 기사를 쏟아냈다.

이 보도를 접한 국민들이 '다이빙벨을 어서 빨리 투입하라.' 라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당연했다.

결국 여론에 밀려 대부분의 잠수 전문가가 만류한 이종인 대표의 다이빙벨의 투입은 현실화됐고 절대 다수의 예상대로 별다른 소득없이 철수했다.

이번 사태의 최대 피해자는 진도 해역에 남아있으면서 순진하게 다이빙벨에 대한 보도를 믿어버린 실종자 가족들이다. 부수적으로는 다이빙벨 관련 기사를 쏟아낸 언론들이 있을 것이다.

이미 '거짓말쟁이 양치기 소년' 으로 낙인찍힌 언론들은 더 이상 추락할 여지가 없기에 잃을 것도 없다. 오히려 이런 위기를 통해 이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는 근본적 환경 개선에 주력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단 하나 남은 정신적 버팀목을 잃어버린 실종자 가족의 슬픔은 대체 어디에서 보상받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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