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보다 이회창 출마 상쇄할 비전 제시해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선 출마가 가시화되면서 정치권과 언론이 난리를 치고 있다.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언론은 언론대로 이회창 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왜 이회창씨에 대해 이처럼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이회창씨로 인해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나 통합신당의 정동영 후보를 포함한 모든 후보가 표 계산에서 불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 제 3자적 입장에 있어야 할 언론이 이회창씨를 사방에서 공격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언론과 정치권이 '이해관계'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회창 전 총재는 7일쯤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게 되면 3수다. 대선 출마를 위해서는 일단 한나라당을 나와야 한다. 그럴 경우 무소속으로 뛸지, 급하게 신당을 만들지, 아니면 기존의 작은 정당을 이용할지는 확실치 않다.

이회창씨의 출마와 관련해 현재까지 분명한 것은 4가지다. 첫째는 출마 선언도 하지 않았는데 지지율이 20%를 넘었다는 점이고 둘째는 한나라당의 정권 탈환작전이 상당한 어려움에 봉착했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통합신당의 정동영 후보와 다른 후보들에게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네 번째는 언론이 이상하게도 방방 뜨고 있다는 점이다.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나 통합신당의 정동영 후보, 민주당의 이인제 후보, 민노당의 권영길 후보, 무소속의 문국현 후보는 이회창씨를 씹느라 열을 올리는 것보다 이회창씨의 출마를 상쇄시킬 만한 정책을 내놔야 한다. 비방보다 떳떳한 정책 제시로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국민들은 정치권의 상대방 씹기와 흠집 내기에 질려있는 상태다. 솔직히 누가 누구의 잘못을 들추고 비방해도 이제 관심도 갖지 않는다. 이런 와중에 이회창씨를 여당과 야당이 합작으로 씹어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그저 그들만의 이해가 얽힌 싸움으로 보고 있을 정도다.

한나라당의 경우 우왕좌왕하면서 이회창씨에 대해 노이로제를 앓고 있는데 이회창씨 개인에 대해 공격을 하는 것보다 국민을 상대로 비전을 제시하는 게 훨씬 현명한 일이다. 득표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한나라당이 대선에서 상대할 대상은 이회창씨 개인이 아니라 국민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통합신당이나 민주당, 민노당도 마찬가지다. 이회창 씨가 대선에 나오는 것을 욕하고 흠집내는 것보다 의연하게 대처하며 전 국민을 상대로 득표활동에 나설 수 있어야 한다. 국가를 위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이회창씨 하나 때문에 '대선 판도' 운운하며 법석을 떠는 것은 큰일을 바라보는 태도가 아니다.

언론도 그렇다. 대다수가 이회창씨의 출마를 공격하고 있다. 특히 일부 신문은 사설을 통해 노골적으로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일부 언론의 논조는 마치 자신들이 대선에 나오고, 이회창씨가 경쟁 상대인 것처럼 착각하고 비판적으로 다루고 있을 정도다. 신문에 따라 너무 치우쳤다는 인상을 준다.

언론은 있는 사실만 보도하면 된다. 언론이 나서 특정 후보의 대선 출마를 비판할 필요는 없다. 후보가 내놓는 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겠지만 출마 자체를 비판하는 것은 언론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다.

이명박 후보나 정동영 후보는 물론 다른 모든 후보가 자신이 대통령에 출마하고 싶어 출마하는 것처럼 이회창씨도 얼마든지 출마하고 국민들의 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 이를 인정해야 한다. 대선 후보들이 나는 출마하면서 누구는 출마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한마디로 웃기는 일이다. 또 누구의 출마는 기정사실화 하고, 누구는 출마하지 말라는 식의 일부 언론 보도는 정치권과 언론이 어떤 관계에 있는지 의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일부에서는 언론이 이회창씨에 대해 부정적인 보도를 많이 하는 게 이회창씨가 대선에 뛰어들 경우 자신들에게 불리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는 우리 언론이 한나라당에 가까운 언론, 통합신당에 가까운 언론 등으로 나뉘어져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언론이 과연 제 할일을 바르게 하고 있는지 따져볼 대목이다.

또 이회창씨가 3수를 했느니 정치에서 이미 손을 뗐느니 말이 많은데 이것도 그렇다. 3수를 했든 몇 수를 했든, 정계에서 은퇴한 사람이 다시 돌아왔든 말든 모든 것은 표로 말하면 된다. 3수를 하든 4수를 하든 그건 자유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그 정도는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그랬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대선에 패한 후 정치를 포기하겠다며 눈물을 흘리고 영국으로 갔었다. 돌아와서 슬그머니 정치를 재개했다.

결국 정치권이나 언론이 이회창씨의 컴백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크기 때문이다. 대선 후보들은 이회창씨의 출마 선언을 상쇄하고도 남는 멋진 정책을 내놓는 것만이 대선을 승리로 이끄는 길이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언론이 대선에 출마하지 않는 한 공정하게 있는 그대로 보도하면 할일을 다하는 것이다. 언론이 대선 후보로 뛰는 것처럼 특정 후보의 출마를 공격하거나, 콩 놔라 팥 놔라 할 필요는 없다.

정우택 논설위원 chungwootae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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