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관계 해법이 대선 승리의 변수다

대선과 관련해 대선주자들이 꼭 들어야 할 얘기가 하나 있다. 유명 정치인이나 정당에 있는 사람이 한 말은 아니다. 단지 필자의 한 지인이 이런 얘기 저런 얘기,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하다 웃으며 한 말이다.

그는 이런 말을 했다. “다음 대통령은 반드시 여자가 돼야 한다. 나라 안이 서로 죽이고 싸우고 욕하고 엉망이 돼 여자 대통령이 나와 치마폭으로 싸우는 사람, 아픈 사람, 고생하는 사람, 헐뜯는 사람을 포근하게 감싸줘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여자 대통령은 박근혜를, 치마폭은 흔희 말하는 나쁜 의미의 치마폭이 아니라 따뜻하게 감싸주고 아픔과 고통을 함께 한다는 좋은 의미의 치마폭이다. 사석에서 여담으로 한 말이지만 상당히 뼈가 있는 말이었다. 박근혜의 입장이 강화되리라는 오늘의 상황을 미리 예견한 것일까?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7일 탈당과 함께 대권도전을 선언, 대선 그림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명박 후보가 정동영 후보에 대해 압도적 우위를 보이며 질주했으나 이회창씨의 등장으로 그림 자체를 그릴 수 없게 됐다.

선두 주자였던 이명박 후보나, 범여권의 맹주를 주장하는 정동영 후보, 새로 도전장을 낸 이회창씨, 말없이 한나라당의 돌아가는 꼴을 지켜보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 등 누구도 현재로서는 '내가 승자“라고 확신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대선에 나온 후보들은 가슴이 타겠지만 이를 보는 국민들은 헷갈린다. 지금까지는 후보들을 여당과 야당, 보수와 진보, 개혁과 중도 등으로 나눌 수 있었는데 이회창씨의 출현으로 판이 바뀌게 됐다. 야당, 보수쪽에 선수가 하나 더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은 현재로서는 이명박과 이회창의 싸움이 될 것이지만 그들 모두 박근혜의 손길을 필요로 한다. 필자의 지인이 여담으로 말했던 것처럼 박근혜가 감싸주지 않으면 피 터지게 싸움만 하고 정동영 후보가 어부지리를 할 수도 있다. 결국 이번 대선의 총대는 이명박이나 이혜창, 정동영이 아니라 박근혜가 쥐고 있다고 해고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누가 박근혜의 마음을 잡느냐에 따라 대선에서 승리할 수도 있고, 닭 좇던 개가 될 수도 있다.

한나라당이 힘든 것은 이명박, 이회창, 박근혜 세 사람의 힘이 엇비슷하다는 데 있다. 누구 하나가 힘이 형편없으면 그냥 싸잡아 넘어갈 수도 있지만 셋 모두가 만만치 않다. 누가 누구와 짝을 맺느냐에 따라 운명이 바뀐다. 이명박이 박근혜와 손을 잡으면 이명박이 승리하고, 이회창이 박근혜를 끌어안으면 그에게도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참으로 복잡하고 미묘한 관계가 아닐 수 없다.

이명박이 박근혜를 잡으려면 이명박은 우선 “나는 아직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최근의 이명박의 인사 스타일이나 당 운영을 보면 마치 대통령이 된 것처럼 자신의 사람을 중시하고 있다. 이명박의 가장 큰 약점이다.

이 명박이 내 사람을 쓰는 것은 대통령이 된 후에 해도 충분하다. 대통령이 되면 수천개의 좋은 자리가 있는데 그때 마음대로 자리를 주면 된다. 벌써부터 내 사람을 챙길 필요는 없다. 대통령이 되기도 전에 내 사람을 챙기는 것은 대통령을 스스로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이명박이 박근혜를 잘 끌어안아야 한다. 당권을 준다든지, 이재오를 날려 버린다든지 해서 어떻게든 박근혜의 마음을 돌려야 한다. 큰 것을 위해 작은 것은 과감히 벌릴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이기는 길이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아직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또 한 가지 충고한다면 이회창에 대해 정책적인 공격은 하더라도 인신공격은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회창씨는 죽어라하고 선거운동을 하되 승산이 없다고 판단되면 막판에 이명박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지금 당장 불리하다고 해서 인신공격을 할 경우 서로 감정이 상해 막판 단일화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회창도 잠자리에 누우면 박근혜 얼굴이 눈에 선할 것이다. 이회창이 박근혜를 잡는 길은 안보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박근혜는 안보에 관해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 진보라는 이유로 느슨해진 안보의식을 아주 싫어한다.

박근혜는 겉으로 보기보다 내면의 모습은 더 강단있고, 결단력이 있다. 이를 활용하는 것이다. 다른 후보들처럼 왔다갔다, 우유부단한 모습 보다 안보에 대해, 좌파에 대해 강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이와함께 박근혜의 힘을 대선 중에는 물론 대선 후에도 인정하고, 그의 힘에 맞는 권한을 과감하게 내주는 것이다. 박근혜에게 파격적으로 권한을 준다면 이명박과 분명 차별화되고, 눈치를 보고 있는 박근혜의 마음을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인간관계에 있어도 가장 복잡하고 풀기 힘든 게 바로 삼각관계다. 반드시 어느 한 사람이 희생돼야 풀리는 게 삼각관계다. 정치도 그렇다. 한 사람을 두고 두 사람이 매달려 있기 때문에 누구 하나는 실망해야 한다. 그래서 삼각관계는 복잡하다. 한 마디로 골치 아프다.

이명박, 이회창, 박근혜의 삼각관계가 어떤 모습으로 정리될지 정말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삼각관계에서 이기는 사람이 바로 대선에서 이기는 사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박근혜의 마음은 과연 누구에게 있을까? 누구를 감싸줄까?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