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정근모 참주인연합 대선후보

정근모 전 명지대 총장은 검정고시를 통과, 18세 나이로 서울대 물리학과에 입학, 언론의 주목을 끌었던 기록을 갖고 있다. 이후 장학생으로 도미, 미시간주립대학교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하면서 대한민국 '최연소박사'로 이름을 날렸다. 미 플로리다대에 '소년 교수'라는 별명을 얻으며 조교수로 부임한 이래 출세길이 열렸으나, 가난한 조국의 부름에 응답, 귀국해 1960년대 후반 KAIST(한국과학기술원)을 구상하고 71년에는 부원장에 올랐다.

이후 두 차례 과기처(현재의 과학기술부) 장관을 역임했으며,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을 지냈다. 국제적으로도 학자로서의 명성을 떨쳐 IAEA(국제원자력기구) 의장을 지내는 등 활발한 해외 활동을 펴기도 했다.

이제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빠져들고 있는 조국에 마지막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과학경제론'을 들고 대선출사표를 던졌다. 학문의 길뿐만 아니라 과학기술계 행정경험이 풍부한 그가 내놓은 대한민국 회생의 비전을 들어봤다.

-학자로서 평생을 보내다가 대통령 후보로 나선 이유가 궁금한데? 특별한 계기나 투신을 결심한 계기가 있다면?

▲나 스스로는 '징집 추대'라는 단어를 쓴다. 대학가에서 바라보면 지금 우리 젊은이들이 많이 방황하고 있다. 왜 그런가? 경제에 양극화 현상이 심하게 나타나고 있고 일자리 창출이 안 되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자기계발에 투자하지만, 갈 곳이 없는 사회가 되고 있다. 이는 정치가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우리는 지금 '지식기반사회'에 맞는 교육이 아닌 입시교육만 하고 있다. 교육열이 높은 것 같지만, 막상그 내용 자체를 따지지 않고 입시교육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불신의 사회, 도덕성을 잃어버린 사회가 되어 가는 것도 문제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정치 지도자'를 존경하지 않는다. 희망이 없는 사람들이 정치를 하고 있다. 정계를 이끌 재목이 될 좋은 사람들이 정치계를 안 간다. 민주주의는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가 되어야 하는데 우리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누군가 희생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늘 내 인생을 관통해 왔다. 물론 정치를 할 생각이 처음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고, 더 좋은 사람이 나설 것으로 생각했으나, '참주인연합'의 접촉이 있어서 이는 내 소명이라고 생각, 출마를 최종결심했다.

개인적인 계산이 아닌 국익을 위한 계산 아래 출마를 결심한 것이다. 대선 준비가 너무 늦게 시작됐고 준비가 안 되었는데 '대선승리'를 하기엔 여러모로 어려운 게임인 것을 안다. 그러나 정치에 참여해서 건전한 국가 장래에 대한 프로그램을 제시 현실정치에 조금이나마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족하다고 생각한다.

-학자 출신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높다. 몇몇 학자 출신 장관들이 현실정치, 현실행정에 대한 관리능력이 없다는 인식을 심어왔고, 특히 금년 봄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대권 도전을 저울질하다가 주저앉은 이후로 더욱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정 후보의 경우, 국정운영 경험이나 국제무대에서의 경험이 풍부하다. 스스로의 지나온 길을 돌이켜 본다면?

▲물리학을 전공, 교수생활을 했지만 대학원은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공부한 경험을 갖고 있다. 행정분야에 20대에 이미 눈을 뜬 셈이다. 이 경험은 이후 카이스트를 구상하고 실제로 만들 때 큰 밑천이 됐다. 나 하나 학생들을 가르치면 되는 게 아니라 업무나 조직을 기획도 하고 초대 부원장으로서 인재도 리쿠르트(초빙)해야 했는데 공부가 많은 도움이 됐다.

이후 두 차례 과기처 장관을 하면서 과학분야 행정관리에 눈을 떴고, 한국전력기술주식회사, 국방과학연구소 등을 거치면서 골방에 틀어박힌 학자가 아니라 과학과 행정, 정치를 접목시키는 산 경험을 많이 쌓았다. IAEA(국제원자력기구) 의장을 지낸 것은 국제사회와 교감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됐다. 이런 경험들이 과학경제를 구상하는 밑거름이 됐다고 생각한다.

-참주인연합이 김선미 당수, 정근모 대선후보라는 신선한 마스크로 금년 가을 처음 정계에 등장했을 때 당이 어떤 정치적 스탠스를 갖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당의 이념적 위치와 정책 색깔을 간명히 설명해 준다면? 또 기독교 세력이 참주인연합 쪽에 많이 관여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나는 '중도개혁'이라는 키워드를 항상 생각하고 있다. 물론 내가 민주당 정부에서도 장관을 하고 한나라당 정부에서도 장관을 했으니 다른 사람들은 '중도보수'라고 보겠지만, 내 생각은 그렇다. 당 대표를 맡은 김선미 의원은 신실한 교인이며, 나 역시 대한민국조찬기도회 회장을 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기독교적 색채가 강하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그러나 정치와 종교를 직결시키면 얻을 것보다 잃을 게 많다. 종교간 갈등이 심화되지 않겠나? 가뜩이나 지역 갈등 빈부 갈등도 심한데 될 법한 일인가.

예를 들어 “이명박 후보를 위해 기독교가 모여라” ,하는 움직임도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런 방식은 원하지 않는다.열린 마음을 갖고 신앙생활을 갖고 남의 종교를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자 개인으로서 감동을 줘서 선교를 하는 건 당연히 할 일이지만, 정치나 정당에 종교적 색채가 들어가는 건 적절치 않다.

-창당 초기에 '황우석 박사 연대설'도 있었는데?

▲과학기술한림원 원장을 지내다 보니, 황 박사를 과학기술계 원로로 평가를 해서 회원으로 입회하도록 주선한 건 정도의 인연은 있다.그 분이 자기 분야에서는 출중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실수한 것도 사실이다. 물론 이 복잡한 사건을 잘 다루지 못한 서울대도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능력있는 과학자가 실수 했다고 내팽개치는 건 옳지 않다는 생각이다. 같이 문제가 된 미국 섀튼 교수는 아직 교수하고 있지 않나?

-'과학경제'라는 아이디어가 국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데 정확한 내용을 모르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구상한 당사자로서 명확히 개념을 정의한다면?

▲과학이 바로 경제 가치창출이 된다는 걸 알아야 한다. 노동으로 경쟁력을 갖는 건 어렵다. 시대가 지나갔다. 첨단 과학 기술을 가지면, 우리 젊은이들이 남한 말고도 전셰계를 우리 무대로 할 수 있다.
지금은 우리가 산유국에 쩔쩔매지만, 내가 대통령이 되면 한국을 산전국, 즉 전기와 발전시설을 수출하는 나라로 만들 것이다.

-대통령의 덕목은 뭐라고 생각하나?

▲현재 정부 경험이 없는 사람이 많이 대선에 나오고 있다. 우선 외교를 해 봤어야 한다. 자신있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능력, 수단과 경력이 있어야 한다. 국방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 필수다. 20세기와 다른 국방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시대 아닌가? 북한 핵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알아야 할 것이다.

또 교육을 모르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서는 지식기반 사회를 이끌 지도자로서 문제가 많을 것이다.국민 누구나 납득이 갈 수 있는 도덕성을 가져야 한다.국민들에게 따뜻한 안정감을 줘야 될 것이다. 대한민국을 초일류 국가를 만드는 것은 안정과 경제발전이 열쇠다.

-주요 대선경쟁자들의 경제공약을 평가한다면?

▲이회창 후보는 내가 회담제의를 한 바 있다. 초일류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데 있어 내가 조언을 직접 할 생각이다.과학기술경제가 무엇인지, 서민에게 어떻게 희망을 줄 건지 구상을 밝히고 싶다.이명박 후보의 경제정책은 이건 말도 안 된다. 경제의 기본인 기회비용을 모르는 정책이다. 운하로는 안 된다. 19세기에는 되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안 되는 개념이고, 부동산에 대한 국민들의 향수 자극하는 것뿐이다.정동영 후보가 주장하는 분배 중심 경제를 할 때는 아직 아니라고 본다. 성장을 통한 분배가 아직 필요하다.

-민노당의 부유세 정책에 대한 어떻게 보나?

▲내 생각은 땀을 흘려 부를 일구는 사람을 존경하자는 것이다.부동산 투기나 상속으로 먹고사는 것에 대해서는 적정한 판단을 해서 상당한 세금을 내는 게 맞다고 본다.
'부자 자체가 안된다, 밉다'는 쪽으로 간다면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정리하면 된다.

-삼성의 경우 전환사채를 통한 편법 상속 논란이 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절세' 이상의 편법을 저질렀다면 국내 제일의 기업으로서는 회개할 일이라고 생각.

-대선 완주를 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최근 이회창 후보 출마설이 나오면서 연대 제의를 했다. 어떤 구상인지?

▲언론의 장벽이 높아서 빅 2 후보 외에는 보도도 잘 안 되고 관심을 안 갖는 게 문제다. 물론 완주가 최선이지만, 잘 안 될 경우 우리가 생각하는 바가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정책적 연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정근모 후보의 친형과 이회창 후보는 친구 사이라 이미 안면이 있다).

-이회창 후보쪽에서는 아직 연락이 없었나? 개인적으로 이 후보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저쪽은 이제 막 출마를 선언해 현재 제일 복잡한 상황 아닐까. 이 후보의 대선출마는 용단이라고 평가한다. 그가 사리 사욕을 위한 대선 결심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국가 민족을 위해서 했다고 생각하고 싶다.

-또다른 대선주자인 이수성 전 총리와의 연대 가능성은?

▲이수성 후보도 좋은 분이라 생각한다. 그는 인화력이 있고, 사람 사귀는 데 천부적인 분이다. 난 미래지향적 논리적인 게 있고......옳은 것을 위해 이해타산 없이 투신한다는 점에서는 연대 가능성이 있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기념사업을 이끌고 있는데, 도산 선생의 정신과 현실정치의 접목점을 설명해 달라.

▲안창호 선생이 주장하신 대로 도덕성 있는 사회를 건설하고 싶다. 그 분의 가장 큰 가르침이 바로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것 아닌가. 그리고 애기애타, 즉 나를 사랑하고 남을 사랑하는 정신으로 국민들을 사랑하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사랑하고 자중하라는 가르침을 늘 새기고 있다.

더욱이 과학자로서, 정치인으로서 안창호 선생의 일인일기, 즉 모든 사람이 하나의 기술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우리 나라 모든 국민이 먹고 살 수 있는 첨단 기술을 가진 나라를 건설하고 싶다.

-정 후보만의 통일비전이 있다면?

▲우리 나라가 계속적으로 성장할 뿐만 아니라 도덕성으로 확립이 되어야 통일 시대를 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남북한 비교를 하더라도 우리가 통일을 리드할 수 있는 '바람직한 나라'가 되어야 한다.북한은 독재정권에서 벗어나야 하지만, 그때가지 인도적인 지원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지원문제에 있어서 나는 새로운 생각을 하고 있다. 무조건 돈을 보내 준다, 이건 자립하게 돕는 건 아니다. 높은 생각으로 돕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휴전선 근처에서 북한 사람들이 돈을 벌 수 있도록 기능을 가르쳐 주고 안목을 높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우리 나라 기업들이 해외건설시장에 많이 나가 있는데, 북한사람을 해외현장에서 안 쓸 이유 없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우리가 그들에게 기술을 가르칠 수 있다. 그렇게 자급자족을 하게 해야지, 무조건 지원을 하는 건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안된다. 스스로 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치자는 것이다.

다만, 이렇게 통일과 협력을 구상하더라도, 국방쪽으로는 철저히 해야 한다. 오차가 있으면 안 된다. 우리 나라를 보호해야 하는 게 정부의 가장 큰 의무다. 스스로는 안보정책은 이회창 후보의 정책 비전에 가깝지만, 대북 인도적 지원은 오히려 참여정부보다 더 큰 폭으로 맞추고 있다고 자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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