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제주항공의 진실공방…과도한 항의? 잘못된 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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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주항공 모기업 애경그룹 장영신 회장 [출처=애경·제주항공 홈페이지 캡쳐]

[투데이코리아=김동일 기자] 애경그룹 계열사인 저가항공사 제주항공과 고객 사이에 논쟁이 일어 사회적인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승객을 성추행범으로 몰았다는 주장까지 나와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제주항공을 이용한 승객 A씨가 주장하는 내용을 토대로 살펴본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 5월 27일 새벽 2시 50분 경, 방콕발(發) 부산행(行) 제주항공 여객기(7C2252)가 이륙을 하기 전 갑자기 전등이 꺼지는 등 엔진이 꺼졌다.

그러자 승객들은 갑작스런 사고에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뒤이기에 승객들은 안전문제에 민감해 있던 상황이었다. 게다가 가족여행객이 있었기에 아이가 울기도 하는 등 기내 상황은 혼란스러웠다.

물론, 안내 방송은 나왔다. 기장이 ‘5분 있다가 출발하겠다’는 멘트를 했고 이 같은 방송이 이후 2번 가량 더 있었다.

이 같은 상황에 에 화가 나고 겁이 났던 A씨는 승무원을 불러 “참 많이 불안하다. 기장은 뭐라고 하느냐”고 물었다. 또한 “승무원에게 엔진이 꺼지는 경우가 있느냐”고 묻자 이 승무원은 ‘종종 있다’고 대답했다.

A씨가 “불안감에 떠는 아이들이 있으니 무슨 일인지 정확히 파악해달라”고 하자 ‘기장도 모른다’고 답했다.

이 과정에서 A씨와 승무원간 고성이 오갔다. 이에 주변 승객들이 동요하자 제주항공 사무장이 다가와 A씨와 이야기하던 승무원을 돌려보냈다. A씨는 “답하는 승무원을 왜 마음대로 보내느냐며 승무원을 불러달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30분쯤 지난 뒤 정비를 마친 비행기가 이륙하면서 상황은 종료된 것 같았다. 하지만 사무장이 A씨를 따로 불러 이륙하기 전 소란을 피웠다며 경고장을 발부하겠다고 말했다. A씨가 경고장 발부를 거부하자 A씨를 성추행범으로 몰았다. 엔진고장으로 승객들에게 불편을 끼친 뒤 이에 대해 자세한 설명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를 항의한 승객을 성추행범으로 몰았다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제주항공을 이용한 승객 A씨의 설명이다. 하지만 제주항공의 입장은 다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18일 ‘투데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A씨가 주장하는 내용이 “너무 일방적인 주장”이라면서 반박했다.

제주항공 측에 따르면 사건은 이렇다. 12시 50분(현지 시간) 출발하는 여객기에 승객들이 탑승한 뒤 동력보조장치(APU)의 이상이 발견됐다. 이에 조명과 에어컨 전원이 꺼졌다. 방콕의 날씨로 인해 기내가 덥고 출발이 지연이 됐기에 승객과의 마찰이 발생했다. 전원이 꺼진 뒤 승무원이 2차례 관련 내용을 방송했고 기장이 마지막으로 방송을 통해 관련 내용을 고지했다.

A씨가 항의하면서 기내가 시끄러워지자 사무장이 찾아갔더니 정상적인 대응이 힘든 상황이었다. 사무장은 즉각 승무원에게 돌아가라고 지시했다. 이에 A씨는 사무장에게 항의했다. A씨가 사무장을 밀치는 과정에서 A씨의 손이 사무장 허벅지 안쪽에 접촉했다고 한다.

이후 사무장은 기장에게 해당 사항을 보고하자 기장은 A씨에 대해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사무장은 이륙 후 A씨를 불러 “지연은 죄송하다”면서도 비행안전에 위험하다면서 경고장을 발부한다고 밝혔다. A씨가 반발하자 사무장은 “손으로 세게 밀치시지 않았습니까?”라고 말했고 A씨는 “그러면 내가 성추행을 했다는 말이냐”고 항의했다.

제주항공 측 설명을 종합해보면 항공기 이륙이 23분간 지연된 것은 맞지만 승무원들은 절차에 따라 안내방송을 실시했고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 또한 커튼을 치고 승무원실에 들어간 것 역시 보안규정 등에 따른 것이었다.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A승객은 폭언을 하고, 승무원을 밀치는 등 지나치게 소란을 피웠다.

양 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부분을 보면, 해당 상황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사과가 있었는지, 성추행을 했는지 여부다.

제주항공과 승객 사이에 벌어진 ‘성추행 시비’는 양측의 팽팽한 진실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A씨는 제주항공 승무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으며 제주항공 역시 이를 지켜본 뒤 거짓 주장으로 밝혀질 경우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결과가 어찌됐든 이 같은 상황은 제주항공, 더 나아가 애경그룹에도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문제가 국내 최대의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이륙을 앞둔 여객기에 엔진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승객이 탑승한 뒤 비행기의 엔진이 꺼지는 것은 일반적인 사안이 아닐뿐더러 승객들이 방콕에서 부산에 도착하는 비행시간 내내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게다가 제주항공 측은 이번 사건이 발생한 뒤 특별한 안전관리 대책은 세우지 않았다. 도리어 타항공사에서도 동력보조장치 이상으로 이륙이 지연된 적이 있었다고 강조하면서 특별한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기자가 “이번 사건이 발생한 뒤 안전문제에 대한 대책과 대비책은 세웠느냐”고 묻자 제주항공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지켜야 하는 항공법이 있다”며 제주항공의 안전문제는 이상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승무원에게 안전과 관련된 역할에 대해선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승객들에게는 경제성도 중요하지만 안전문제가 가장 중요한 문제이기에 제주항공의 이번 사태는 두고두고 제주항공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

또한 저가 항공의 각종 서비스 문제가 자주 제기되는 상황에서 발생한 일이기에 두고두고 회자되는 사건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A씨는 사건 뒤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아무리 저가항공이지만 승객에 대한 서비스마저도 저가가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승객을 태워야지, 싣는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A씨는 또 “승객이 짐짝은 아니지 않느냐”면서 “정말 한 30분 동안 제대로 한 안내방송 없이, 탔던 모든 승객들이 불안해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련 내용을 접한 국민들도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관련 사실이 알려진 뒤 누리꾼들 반응을 살펴보니 “고객 알기를 무슨 싸구려 승객 취급한다”면서 “절대 비추한다”고 말했다. “사고 후 대응 어이없다” “제주항공 절대 타지 말아야겠다”는 반응들도 쏟아졌다.

진실게임으로 비화된 제주항공의 성추행 시비 사건, 결과와 후폭풍이 어떤 식으로 흘러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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