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여물은' 황금세대 벨기에, 복병 알제리…H조 생존경쟁 개막


▲사진=한국이 러시아를 상대로 귀중한 승점 1점을 얻어냈다 [출처=다음]

[투데이코리아=강정욱 기자] 한국이 러시아를 상대로 귀중한 승점 1점을 얻어 H조 2위에 등극했다.

18일 오전 7시(한국시각) 아레나 판타날에서 열린 한국전에서 러시아 선수들은 경기 시작이후 무거운 몸놀림을 보였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역습축구의 대가인 파비오 카펠로가 조련한 러시아의 전력을 상당히 높게 예상했으나 한국과의 경기에서 드러난 실체는 분명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러시아는 공격의 핵 시로코프가 빠진 영향이 큰 것으로 보였다. 수비 조직력은 예상대로 탄탄함을 과시했으나 공격 작업시 기회를 창출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이날 대한민국의 홍명보 감독은 센터백으로 홍정호-김영권 콤비를 내세웠다. 포백라인의 정예가 출전한 덕택인지 한국의 포백 라인은 상당히 조직적인 면을 보였다. 중원에서는 볼 배급을 기성용이 책임지고 한국영과 구자철이 적극적인 수비가담으로 수적 우세를 유지했다. 오른쪽 날개인 이청용은 평소와 같이 탈 2부 리거 수준의 경기력을 보였으나 이날 대표팀의 유일한 빅리거 손흥민의 슈팅은 정확하게 나가지 않았다.

이날 한국의 수문장 정성룡은 몇차례의 선방과 펀칭으로 든든함을 보여줬다. 대다수 축구팬들이 지적했던 골키퍼 정성룡은 러시아전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교체투입된 이근호가 터뜨린 한국의 선제골은 사실 행운의 여신이 도와준 것으로 보였다. 한때 명문클럽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오퍼를 받은 적도 있는 수준급의 키퍼 이고르 아킨피예프는 이날 레벨에 맞지 않는 최악의 실수를 저질러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어야 했다.

이 장면에서는 주력과 민첩성에서 약점을 보이는 러시아 수비수들의 단점이 확실하게 드러났다. 공간을 앞에 둔 이근호가 빠른 스피드로 돌파하는 것을 러시아의 느린 수비진은 그저 바라만 보며 중거리슛 각도를 제공했다. 이근호의 슈팅은 아킨피예프의 정면으로 향했으나 그의 치명적인 실수로 인해 골 라인을 넘었다. 4년 전 남아공우러드컵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된 슬픔을 날려버리는 통한의 선제골이었다.

하지만 선제골 이후 한국에 위기가 찾아왔다. 수비의 핵이라 꼽히는 홍정호가 부상으로 실려나간 것.

대신 투입된 황석호는 무난한 모습을 보였으나 교체 투입된 베테랑 알렉산더 케르자코프의 골의 간접적인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다만 이 장면에서는 러시아 케르자코프의 적절한 위치선정 능력도 돋보였다.노련한 케르자코프는 루즈볼이 있을 법한 지점에 정확히 위치한채 볼을 기다렸다.

이날 무승부로 한국은 귀중한 승점 1점을 얻게 됐다. 현재 1경기씩 치룬 H조 1위는 벨기에고 그다음은 대한민국이다.


▲사진=H조 최강전력이라 평가받는 벨기에는 알제리와의 첫경기에서 고전끝에 역전승을 거뒀다 [출처=다음]

H조 1위인 벨기에의 경기도 이날 열렸다. 뚜껑을 열어본 황금세대 벨기에는 예상만큼 강하지 않았다. 알제리와의 첫 경기에서 충격의 pk골을 먹은 후 끌려가는 모습은 일부 전문가들이 예상한 다크호스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18일 새벽 1시(한국시각) 벨루오리존치에서 열린 벨기에의 첫 경기는 뜻밖의 전개로 흘러갔다. 아자르, 콤파니, 쿠르트와 등의 화려한 선수들이 포진한 벨기에는 단조로운 공격만으로 알제리를 상대하는 답답한 면을 보였다.

알제리의 수비 조직력은 예상밖으로 탄탄했다. 알제리는 포백 바로 앞의 메드자니가 살림꾼 역할을 도맡으며 벨기에 공격의 예봉을 꺾었다. 벨기에의 에이스 아자르는 여러번의 드리블 돌파로 공격의 물꼬를 틀려 했으나 최전방의 루카쿠는 정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샤들리 역시 현명치 못한 플레이를 펼쳤다.

이날 벨기에의 약점은 양 풀백 포지션에 센터백 선수가 나왔다는 점이었다. 벨기에는 현재 황금세대로 불리며 전문가들에게 주목받고 있지만 아직까지 양 풀백 포지션에서 대표팀 레벨에 걸맞는 선수가 나온바 없다. 알제리전에서 벨기에의 약점은 확실히 드러났다.

이에 벨기에 레전드 출신 마크 빌모츠 감독은 베르통헨과 롬바르츠라는 센터백 유형의 선수들을 기용했는데 이를 알제리가 파고들었다.

알제리는 전반전 한번의 역습찬스에서 위협적인 크로스를 날렸고 페굴리와 베르통헨이 주력 경쟁을 벌이게 됐다. 베르통헨은 경합에서 뒤지자 페널티 라인 안에서 반칙으로 끊어냈고 주심은 휘슬을 불었다.

페굴리는 자신이 얻어낸 pk를 깔끔하게 성공시켜 조국 알제리에 선제골을 안겼다.

예상밖의 결과를 얻은 큰 경기 경험이 부족한 벨기에 선수들은 알제리의 선제골 이후 급격하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벨기에 공격진은 비효율적인 공격으로 전반전을 흘러보냈다.

빌모츠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우측 날개 샤들리를 빼고 마르텐스를 투입했다. 이 마르텐스 교체 카드 이후 벨기에의 공격은 약간 활기를 띄었지만 결정적인 골은 터지지 않아 원조 붉은 악마를 안타깝게 했다. 이후 소극적으로 플레이하던 루카쿠를 빼고 주력이 좋은 오리지를 투입했고 미드필더 뎀벨레를 빼고 펠라이니를 투입하면서 공격 루트를 완전히 변화시켰다.

이후 벨기에는 펠라이니의 압도적인 피지컬을 겨냥한 롱볼로 알제리 문전을 공략해 결국 펠라이니가 헤딩으로 동점골을 뽑아냈다. 펠라이니의 헤딩은 이날 경기에서 여러차례 좋은 선방을 보이던 음보시 골키퍼가 도저히 손쓸 수 없는 곳으로 뻗어갔다.

이후 벨기에의 역전골이 터졌다. 이번에는 에이스 아자르가 해결했다. 전반전과 달리 라인을 올린 알제리가 공격을 차단당하고 역습상황에 처하면서 공은 아자르에게 넘어갔다. 아자르는 욕시무리지 않고 침착하게 쇄도하는 마르텐스에게 절묘한 패스를 연결해 역전골을 견인했다.

쇄도하던 마르텐스는 체중을 그대로 실어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알제리 골문을 흔들었다. 벨루오리존치 경기장에서 안타까워 하던 벨기에 응원단은 그제서야 환호성을 질렀다

결국 경기는 벨기에의 2:1승리로 마무리됐다. 이날 알제리는 초반에는 벨기에의 공격을 탄탄한 수비로 막아냈으나 후반이 되면서 온 체력 저하와 갑작스런 수비라인 전진조치로 인해 통한의 역전골을 허용해 귀중한 승점 3점을 날렸다.

하지만 에이스 소피앙 페굴리의 현란한 개인기와 공격시 유기적인 움직임은 상당히 매서웠다. 한국의 수비진이 주시해야 할 대목이다.

게다가 이날 경기에서는 '아프리카의 메시격으로 드리블에 일가견이 있는 야신 브라히미가 결정했으나 한국전에서는 출장이 예상된다. 만약 브라히미가 출장할 경우 한국의 포백은 페굴리와 브라히미의 개인 돌파를 막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날 경기는 한국의 마지막 경기인 벨기에 전에서 출전가능성이 있는 펠라이니의 고공 플레이를 한국의 수비진이 막아야 한다는 것을 확인한 귀중한 기회였다.

다만 이날 경기의 맹활약으로 교체 투입된 펠라이니가 빌모츠 감독에게 다음경기부터 중용되고 벨기에가 한국과의 마지막 경기전까지 2승을 거뒀을 경우 16강에서 원활한 경기 운영을 위해 주전 선수 대부분에게 휴식을 부여하게 되면 펠라이니 역시 결장할 수도 있다.

결국 한국으로써는 벨기에가 2승을 거둬주길 바래야만 하는 상황이다. 벨기에가 2승을 거둘경우 다음 상대인 알제리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다면 원정 월드컵 2번째 16강 진출의 꿈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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