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크로스 데일리 블린트, 메튜 레키 측면 공략에 '쩔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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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네덜란드를 상대로 선전했으나 아쉽게 패배한 호주 [출처=다음]

[투데이코리아=박한결 기자] 경기 전 대다수 전문가들은 무적함대 스페인을 5:1로 제압한 네덜란드의 압승을 예상했으나 역시 축구공은 둥글었다.

오세아니아에 위치하지만 아시아 월드컵 예선을 통과한 호주는 강력한 피지컬, 조직적인 플레이, 순도높은 골결정력을 보여주며 강호 네덜란드를 상대로 선전했다. 이날 경기에서 네덜란드는 이미 지적된 바 있는 지공상황에서의 단조로운 공격 전개 작업과 수비진영에서의 잦은 패스미스로 위기를 초래했다. 하지만 세계 정상급 스타인 로벤과 반 페르시가 위기에 빠진 조국을 구해냈다.

스페인 전 '택배 크로스'의 주인공이자 네덜란드의 왼쪽 측면 수비를 맡은 데일리 블린트는 이날 경기에서는 두드러진 활약을 못했다. 호주의 오른쪽 측면공격수로 출전한 매튜 레키가 적극적으로 네덜란드의 왼쪽 측면을 공략했고 이를 막는 것이 먼저인 블린트는 수비에 치중할 수 밖에 없었다.

이날 경기 선취골의 주인공은 로벤이었다. 다소 답답한 공격전개를 보이던 네덜란드는 그의 전광석화같은 돌파에 이은 낮은 강슛으로 한숨 돌릴 수 있었다.

로벤은 하프라인 근처에서 민첩한 몸놀림으로 호주 수비수 1명을 제치고 그대로 상대 문전으로 드리블하면서 왼발 슛 각도를 만들었다. 오른편에 있던 반 페르시가 손을 들며 패스를 요청했으나 그는 침착하게 호주골문의 오른쪽을 향해 슛했다.

이는 최근 챔피언스 리그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로벤의 '알면서도 못막는' 득점 루트였다.

하지만 호주의 만회골은 바로 터졌다. 호주는 킥오프 후 바로 네덜란드 문전 왼쪽으로 전진 크로스를 날렸는데 이를 팀의 구심점인 케이힐이 그대로 왼발 발리슛으로 마무리해 한폭의 화보와 같은 동점골을 작렬시켰다.

이는 멀게는 네덜란드의 전설인 마르코 반 바스텐의 상징적인 발리슛과 흡사했고 가까이는 네덜란드 로빈 반 페르시가 자주 보여주던 환상적인 골장면과도 흡사했는데 이에 경기장의 관중들은 환호로 안구 호강의 고마움을 보답했다.

스코어가 1:1이 되면서 경기 양상은 조심스럽게 난타전으로 흐를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제로는 적은 공격찬스를 순도높은 결정력으로 해결하는 구도로 흘러갔다. 네덜란드는 지공 상황에서 실마리르 쉽게 풀어나가지 못했다. 부상으로 낙마한 스트루트만과 클라시의 공백이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이때 호주 감독은 베테랑 왼쪽 측면공격수 마크 브레시아노를 빼고 즐린스키를 교체 투입해 변화를 꾀했다. 이 교체가 바로 효과를 발휘했다. 스위스 리그에서 활약하는 즐린스키는 투입 직후 네덜란드에게서 페널트킥을 유도해냈다. 이 pk를 제디낙 선수가 침착하게 마무리해 호주가 2:1로 앞서나갔다.

호주의 사커루들이 환호하는 순간은 얼마가지 않았다. 로빈 반 페르시는 호주 수비진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절묘하게 돌파해 창출해낸 1:1 찬스에서 왼발 강슛으로 동점골을 넣었다. 소련의 전설적 골키퍼 야신이 환생한다해도 막을 수 없어보이는 골장면이었다.

2:2로 스코어가 팽팽할 때 이번에는 네덜란드의 교체카드가 빛을 발휘했다. 교체투입 직후부터 가벼운 몸놀림으로 호주 수비진을 휘젓고 다니던 멤피스 데파이가 원바운드 중거리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펠레스코어가 된 후 양팀 선수들에게는 체력 저하 현상이 두드러졌다. 결국 더이상의 스코어 변화없이 경기는 종료됐다.

이날 호주는 네덜란드를 상대로 선전했으나 주포이자 팀의 정신적 지주 팀 케이힐이 경고 누적으로 다음경기 출전 불가 조치를 받았다. 케이힐의 마지막 월드컵은 이렇게 끝났다.

다음경기가 충격의 조별 리그 탈락으로 잔뜩 독이 올랐을 스페인인 점을 감안하면 대형 암초를 만난 셈이다.

호주는 원톱에 위치한 케이힐의 대체자원 선발에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강력한 몸싸움과 적절한 팀플레이능력, 머신으로 불릴정도의 헤딩능력과 강력한 킥력까지 가진 그를 대체할 자원은 호주는 물론 아시아 전체에서도 존재하지 않는다.


네덜란드 역시 이날 경기에서 반 페르시가 경고 누적으로 출전 정지 징계를 받게 됐다. 다음에 치뤄질 칠레전에서는 네덜란드 공격의 핵인 로벤의 활약이 절대적으로 필요해 보인다. 이날 조커로 제몫을 해낸 멤피스 데파이의 출전 시기 여부도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네덜란드는 이날 경기에서 스페인과의 첫 경기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았던 약점을 뚜렷히 보였다. 중원을 포함해 수비진에서도 볼배급이 가능한 자원이 데일리 블린트뿐이라는 점, 스네이더의 노쇠화가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점, 로벤과 반 페르시가 침묵할 시 대안이 거의 전무하다는 점은 토너먼트에 진출할 네덜란드의 경기 운영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 전망된다.

한편, 네덜란드의 로빈 반 페르시와 로벤은 이날 경기까지 3골을 기록해 월드컵 득점 선두 경쟁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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