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대로 광화문 연세로 등서 대규모 거리 응원 열려…승패 상관없는 축제의 장


▲사진= 응원석 입장을 위해 줄을 서고 있는 시민들

새벽부터 많은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미리 온 많은 시민들은 영동대로 응원석에 입장하기 위해 긴 줄을 서는 것도 마다하지 앉았다. 대부분의 시민들이 빨간 색 상의를 착용한 가운데 그렇지 않은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심지어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도 있었다. 등교 길 걱정도 내일에 대한 걱정도 승리의 염원 앞에서는 모두 공염불인 듯 했다. 우리는 결국 패배했다. 그렇지만 탈락이 예정된 것은 아니라 돌아가는 발걸음은 결코 무겁지 않았다.

[투데이코리아=강정욱 기자] 23일 새벽4시(한국시각)부터 열린 알제리전에서 한국이 4:2의 패배를 당한 가운데 서울 중심지 등에서 대규모 응원전이 펼쳐졌다.


▲사진=알제리전 시작에 앞서 공연하는 걸그룹 씨스타

23일 새벽 1시부터 인파가 몰리기 시작한 영동대로에서는 mc 김창렬의 진행하에 걸그룹 씨스타, AOA 등의 공연이 펼쳐졌다. MC 김창렬은 "첫 골도 손흥민, 두번째 골도 손흥민, 셋째 골도 손흥민이 넣을 것"이라며 응원 열기를 북돋았다. 새벽 1시부터 내리던 소나기는 경기 시작시간이 다가오자 거짓말같이 그쳐 응원에 참여한 시민들은 보다 편안한 상태로 경기를 지켜볼 수 있었다.

이날 거리응원에는 많은 시민들이 참여했다. 주최측 추산 4만 여명(경찰 추산 2만 4000명)이 참여해 흥겨운 월드컵 축제를 즐겼다. 특히 대학생들이 많이 보였는데 이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응원에 참여했다.

이 모군(20·남)은 "대한민국이 알제리를 이기고 꼭 16강 고지를 넘길 바라는 마음으로 친구들과 왔다." 라며 "마침 시험이 끝나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즐기다가 돌아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새벽시간이지만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들도 간혹 눈에 띄었다.

김 모군(17·남)은 경기 시작 전 "내일 학교를 가야되지만 무리하면서라도 와보고 싶었다." 라며 "꼭 대한민국이 이겼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많은 인파가 몰려 각종 사고에 노출돼 있는 길거리 응원이지만 경찰에 따르면 이번에는 어떠한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경찰과 강남구청은 이날 영동대로 왕복 14차선 도로 중 삼성역 사거리부터 코엑스 사거리 사이의 한국전력 앞 7개 차로는 교통을 통제하고 임시 광장으로 활용했다.

전반 초반 3:0으로 알제리가 달아나자 영동대로에 모인 시민들의 얼굴에 실망감이 나타났다. 뒤집기엔 너무 큰 점수차라 여겼던 탓인지 상당수 인파가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응원장을 이탈하기 시작했다.

전반전이 시작될 즈음엔 발 디딜 틈도 없던 영동대로 인근은 어느덧 빈자리로 가득해졌다. 이후 후반전이 시작되고 얼마 안 된 시간에 손흥민의 만회골로 한국이 한 점 따라붙자 시민들은 지금까지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는 듯 열렬히 환호했다.

하지만 곧바로 알제리가 추가골을 넣으며 달아나자 다시 응원현장은 침묵 속에 빠져들었다. 이후 한국은 구자철의 추가 만회골이 터졌으나 더 이상의 추격에는 실패해 패배를 기록하게 됐다. 지금까지 한국의 전적인 1무 1패로 승점은 1점이다.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은 H조 마지막 경기의 향방에 따라 판가름날 전망이다.

영동대로 응원전에 참여한 시민들은 아쉬운 패배에도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였다. 주변을 꼼꼼히 정리해 쓰레기를 한 곳에 모은 후 응원장을 빠져나갔다.

이날 광화문, 신촌 연세로 일대에도 거리 응원전이 펼쳐졌다.

광화문에는 4만 여명(경찰 추산 2만 5000명)의 인파가 몰렸다. 예상보다 너무 많은 인파가 몰려 발 디딜 틈도 없었다. 거리는 온통 한국 승리를 기원하는 응원단과, 태극기를 망토처럼 등에 걸친 시민들로 가득했다.

이곳에서는 지난 22일 오후 9시부터 거리 응원이 시작됐다. 거리로 나온 시민들은 오전 1시부터 러시아-벨기에 경기를 관람한 후 오전 4시부터 대한민국-알제리전을 지켜봤다.

대규모 인파가 광장에 모이자 치안 유지를 위해 경찰들도 출동했다. 중구 정동사거리에서 광화문 세종대로 사거리까지 약 200m 도로에만 20여 대의 경찰 버스가 집결했다.

한편에서는 '세월호를 잊지 말자'며 서명을 받는 사람들도 보였다.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오른쪽에서는 정토회 회원 20여 명이 시민들을 상대로 '세월호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특별법 제정 촉구 등 천만인 서명'을 받았다.

신촌역에서 연세대까지의 연세로 인근에서도 거리응원이 열렸다. 이날 경찰 추산 6000명이 나와서 월드컵 분위기를 만끽했다. 연세대학교는 전날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축제 '아카라카'를 개최했다. 이에 따른 여파인지 상당한 학생들이 연세로에 자리잡았다.

그런 탓인지 '연세'라고 씌여져 있는 티셔츠를 입고 응원하는 인파가 다수 눈에 띄었다. 바로 시험을 마치고 홀가분한 표정으로 응원전에 참여한 연세대학교 학생들이었다.

이날 거리응원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서울시는 경기 종료시간과 겹치는 출근시간을 대비해 지하철 연장운행 및 무정차 등 배차를 조정해 시민들의 편의를 도모했다. 특히 경기 종료 후 30분 간의 인근 지하철 역에서는 무정차 운행을 유지해 과도한 인파가 몰리는 것을 방지했다.

한편, 서울을 제외한 전국 각지에서도 알제리전 대규모 거리 응원이 펼쳐졌다. 부산에서는 해운대 해수욕장 백사장, 대구에서는 국채보상운동 기념공원 등에서 펼쳐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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