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확보한 재고물량 소진불가능한 선입고 구조라 로비 불가피한 듯"

롯데홈쇼핑.JPG
▲사진= 롯데홈쇼핑 [출처= 롯데홈쇼핑 홈페이지]

[투데이코리아=서소영 기자] 롯데홈쇼핑이 홈쇼핑 업계의 독과점적 시장구조와 납품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악용해 대표이사부터 MD(상품기획자)까지 납품업체를 상대로 '갑질'을 해온 것으로 수사결과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서영민 부장검사)는 리베이트를 챙기거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롯데홈쇼핑 임직원 10명을 적발해 신헌(60) 전 롯데쇼핑 대표 등 7명을 구속기소하고 전·현직 MD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신 전 대표는 2007년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홈쇼핑 론칭과 백화점 입점 등 편의제공 명목으로 벤처업체와 카탈로그 제작업체 등 3곳으로부터 1억3천3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2008∼2012년 롯데홈쇼핑 대표이사로, 이후에는 지난 4월까지 롯데쇼핑 대표로 재직했다.

신 전 대표는 부하 직원들과 짜고 인테리어 공사비를 과다 지급해 돌려받는 수법으로 회삿돈 3억272만원을 횡령해 2억2천599만원을 사적으로 쓴 혐의도 있다.

임직원들은 각자 업무분야에 맞는 뒷거래를 하며 횡포를 부렸다. MD에서 생활부문장·영업본부장으로 이어지는 영업 분야 간부들은 상품광고방송을 황금시간대에 넣어주겠다는 등의 명목으로 적게는 1천400만원에서 많게는 9억8천410만원까지 뒷돈을 챙겼다.

총무팀장과 경영지원부문장 등 비영업분야 간부들은 '을'의 위치에 있는 회사 인테리어 공사업체를 동원해 회삿돈을 빼돌린 뒤 신 전 대표에게 상납했다.

이런 비리구조의 한가운데는 홈쇼핑 업체 임직원들과 인맥을 이용해 납품업체에 방송 론칭과 유리한 편성을 알선해주며 브로커 노릇을 하는 벤더업체들이 있었다. 이들은 영세업체로부터 매출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챙기고 일부는 롯데홈쇼핑 임직원들에게 뒷돈으로 건넸다.

구속기소된 J사 대표 김씨는 "나를 통해서만 롯데홈쇼핑에 론칭을 할 수 있다"며 납품업체 13곳으로부터 30억원 상당을 받고 5억6천778만원을 리베이트 비용으로 썼다. 검찰 관계자는 "홈쇼핑업체와 벤더업체는 악어와 악어새의 공생관계"라고 말했다.

납품업체가 뒷돈을 건네고 홈쇼핑에 내보낸 상품은 알뜰폰 등 전자기기, 음식류, 수산물 등으로 다양했다. 방송에 게스트로 계속 출연하게 해달라며 MD에게 1천530만원을 건넨 요리사도 적발됐다.

검찰은 홈쇼핑업계의 진입장벽이 높아 독과점 시장이 형성된 반면 납품을 원하는 업체는 중소 영세회사가 대부분이어서 갑을관계를 이용한 이런 비리가 구조적으로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어렵게 론칭에 성공해도 황금시간대에 배정받지 못하면 미리 확보한 재고물량을 소진할 수 없는 '선입고' 구조여서 로비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이들의 리베이트 금액 16억3100여만 원 중 12억6000여만 원을 추징 보전했으며, 나머지 범죄수익에 대해서도 전액 환수 조치할 방침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