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율 떨어뜨리고 추가적 세수입 확보를 위해 개선이 시급한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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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국 조세재정연구원 [출처= 한국 조세재정연구원 홈페이지]


[투데이코리아=강정욱 기자] 10년째 묶여 있는 한국의 담뱃값이 세계 주요 41개국 중 가장 싼 것으로 나타나면서 당국의 인상론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반면 흡연 정책에서 흡연자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돼 귀추가 주목된다.

30일 세계보건기구(WHO)와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등의 자료를 분석해보면 가장 많이 팔리는 담배 기준 2천500원(약 2.2달러)인 한국의 담뱃값은 2012∼2013년 기준 세계 주요 41개국 담배 가격 비교에서 가장 낮았다.

41개국 중 1위인 노르웨이의 담뱃값은 14.5달러(약 1만6천477원)로 한국 담뱃값의 6배가 넘었다.

노르웨이의 뒤를 이어 호주(14.4달러·약 1만6천364원)와 아일랜드(11.9달러·약 1만3천481원), 뉴질랜드(11.6달러·약 1만3천182원), 영국(10.8달러·약 1만2천318원)도 한국 돈으로 1만원 이상이었다.

한국과 꼴찌를 다투는 멕시코(3달러·약 3천409원), 불가리아(3.1달러·약 3천566원), 리투아니아(3.2달러·약 3천597원) 등도 달러 기준으로 담배 한 갑이 3달러를 넘었다.

담뱃값이 2달러대인 나라는 한국뿐이었다.

한국은 담배 자체의 가격이 낮을 뿐 아니라 담배 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외국과 비교하면 현저하게 작다.

2012년 기준으로 한국 담배 한 갑 가격인 2500원 중 담뱃세와 지방교육세, 부가가치세 등 3가지 조세와 폐기물부담금, 국민건강증진부담금 등 2가지 부담금까지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62%(1550원)다.

한국의 담배 가격과 세금 수준이 낮은 것은 상품량에 따라 세금을 부과해 물가와 제대로 연동이 되지 않는 ‘종량세’를 적용하는 탓도 있지만, 정부와 국회가 물가 인상 우려와 정치적 부담 등으로 인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온 영향이 크다.

그러나 한국이 성인 남성 흡연율 4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그룹 최상위권을 다투고 있는데다 세수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이제는 10년째 묶어온 담뱃값 인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성은 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담배가격은 지난 2005년 2500원으로 인상된 이래 가격이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는데, 이는 실효세율과 실질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며 “흡연율을 떨어트리고 추가적 세수입 확보를 위해 담뱃세 인상과 담배과세 방식의 개선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담뱃세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민 건강 관련 정책을 전담하는 보건복지부가 최근 담뱃세 인상 추진 방침을 밝혔으며, 물가와 세수를 관리하는 기획재정부도 인상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성규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연구위원은 "그간 담뱃세는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인상이 좌절됐다"며 "최근에는 국민들도 담뱃값이 싸다는 인식을 갖고 있어 다른 때보다 인상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흡연자들이 상대적으로 불평등하게 대우받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자신을 흡연자라 밝힌 회사원 김 모(男·26)씨는 "(정부가 흡연 관련 정책을)너무 불도저 식으로 몰아부치고 있다."라며 "대승적 차원에서 정책에는 공감을 하지만 흡연자도 성실한 세금 납부자이기에 우리의 의견에도 귀기울여 줬으면 좋겠다." 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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