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과 실리의 싸움, 선택이 정치운명 좌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고민에 빠졌다. 마음은 이미 이회창 전 총재에게 가 있는데 몸이 아직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에게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몸과 마음이 따로 따로 라면 얼마나 좋을까? 왜 몸과 마음이 왜 붙어 다녀야 하는 거야! 박근혜의 솔직한 마음일 것이다.

경선에서 이명박에게 패한 후 패배를 깨끗이 인정하고 이명박을 돕기로 했던 박근혜 였지만 요즘 들어 여간 심기가 불편한 게 아니다. 이명박 후보가 자기 사람들을 너무 아끼고, 박근혜 사람들을 등한시 한데 대해 불만이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이명박의 측근 중의 측근이라고 하는 이재오 의원이 “좌시하지 않겠다”는 등 독선을 부리고 너무 설친다는 게 박근혜 측 사람들의 주장이다. 결국 박근혜가 이명박과 소원해진 것은 인사 때문이다. 박근혜는 이재오를 “오만의 극치”라고 몰아쳤다. 굳이 과일을 이용해 예를 든다면 살짝 금이 간 수박을 이재오가 아주 쪼개 놓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의 마음이 이명박으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할 때 이회창이 대선에 도전장을 내면서 박근혜는 마음이 굳혀진 것 같다. 아무리 봐도 이명박 보다는 이회창에게 마음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박근혜의 고민이 있는 것이다.

결혼은 한나라당의 이명박과 했는데 웬지 마음이 새로 나타난 이회창에게 쏠리고 있는 것이다. 이회창에게 몸까지 옮아가자니 한나라당을 탈당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된다. 한나라당을 탈당할 경우 자칫 '배신자' '경선불복' 등의 불미스러운 딱지가 붙어 다녀 그럴 수도 없는 처지다.

그렇다고 이미 멀어진 몸을 그대로 둘 수도 없다. 마음이 있는 곳에 몸도 가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얼른 그렇게 할 수도 없는 처지다. 눈을 감고 결단해야 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야 말로 미칠 지경일 것이다. 주변 사람에게 물어도, 밤잠을 설치며 생각해도 딱 떨어지는 답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박근혜는 그래도 선택을 해야 한다. 두 사람을 다 가까이 할 수는 없다. 언제까지 몸과 마음이 따로 놀 수는 없다. 마음이 있는 곳에 몸을 옮겨 오든지, 몸이 있는 곳으로 마음을 가져와야 한다. 그 선택은 박근혜의 앞날과 직결돼 있어 더 어렵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정치적으로 승리할 수도 있고, 정치적 운명이 다할 수도 있어서 그렇다.

이명박과 그 추종자들이 밉지만 한나라당에 남아서 정권을 쟁취하면 일단 다음번 대권 도전에서 승리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다음 대선을 위해 부글부글 끓는 속을 진정시키며 그냥 당에 남아 있기에는 마음이 너무 상해 있다.

마음이 있는 곳으로 몸을 가져오면 이회창이 승자가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박근혜의 영향력도 극대화 할 수 있다. 물론 지금처럼 속을 부글부글 끌이지 않아도 된다. 대북정책 등도 이명박보다 보조를 잘 맞출 수 있다. 다 좋지만 '변절자' 소리를 듣는다. 박근혜의 이미지와도 어우리지 않는다.

박근혜가 고민하는 것은 결국 이명박과 한나라당을 어떻게 정리하느냐 하는 것일 것이다. 명분을 주고 갈라서야 하는데 지금은 혼자서 명분을 찾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 명분이 뭔지는 모르지만 아마 이명박의 인사스타일 일 것이다. 제 사람만 챙기는데 분통이 터진 것이다. 여기에다 이재오 등 측근들의 오만 (박근혜의 말)도 등을 돌리게 하는 이유일 것이다.

오래전 광고 문안 가운데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게 있었다. 선택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박근혜도 지금 그런 입장에 있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성공한 여성 정치인이 될 수도 있고, 중도 하차한 여성 정치인이 될 수도 있다.

박근혜의 고민을 보면서 그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는 평범한 민초들의 삶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한번 생각해 본다. 결혼한 사람과 마음이 끌리는 사람이 다르다는 것, 얼마나 선택이 힘들고, 고통이 될지, 박근혜의 고민을 알만하다.

정우택 논설위원 chungwootae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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