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부 유치 카드로 中과 협상…미국 중심 경제권 유지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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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미·중 패권경쟁과 관련해 한국의 AIIB 가입 여부가 핵심 현안으로 떠올랐다. 왼쪽부터 미 오바마 대통령, 한국 박근혜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투데이코리아=강정욱 기자]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AIIB 가입 문제가 한국 경제의 핵심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AIIB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의 약자로서 중국에서는 아시아기초시설투자은행이라고 부른다.

중국의 AIIB 설립 대의는 사회기반시설 구축용 자금 확보지만 전문가들은 속내는 다른 곳에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를 통해 미국의 봉쇄전략에 대응할 원동력을 얻겠다는 포석이라는 것.

이는 AIIB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세계은행(WB)와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대해 중국이 미온적 반응을 보이는 것에서 엿볼 수 있다. WB와 ADB의 경우 미국과 일본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중국이 AIIB 운영방침에 대해 밝힌 바를 살펴보면 설립 의도가 분명히 드러난다. 중국은 자국이 지분 50%를 확보하고 △지분에 비례한 차등 투표권’의 도입 △중국 정부가 지명하는 인물로만 구성된 AIIB 집행부에서 투자 관련 의사결정을 총괄하고 △상임이사회 없이 회원국들이 3개월에 한 번 꼴로만 만나 경영 전반을 점검하는 비상임이사회 체제로 기구를 운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결국 중국의 방침대로라면 설립주도국인 중국을 제외한 AIIB 참여국이 '거수기'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중국과 패권경쟁 중인 미국은 중국의 이미 AIIB 설립 움직임을 반대하고 나섰다. 미국은 중동 전략에 무게를 두던 부시 행정부 시절과 달리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동아시아 중심 전략을 통해 중국 견제를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은 AIIB의 본부도 베이징에 소재시킨다는 방침이나 이 과정에서 변수로 작용할 것이 한국이다. 중국이 한국의 참여에 매우 적극적인 탓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시진핑 주석 방한이전인 지난 5월 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 때 한국이 AIIB 가입을 확정 발표해달라." 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중국이 한국의 가입을 이끌어낼 경우 큰 이점을 갖게된다고 분석한다. 우선 예상 참여국인 다른 나라들에 비해 OECD 가입국인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차이가 나며 미국의 맹방인 한국의 가입을 이끌면 향후 미국과 벌일 명분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것.

한국 정부는 AIIB 가입 여부를 고심 중이라고 알려져 있다. 한국으로써는 다가올 통일시대에 필요한 자금을 AIIB를 통해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현정부의 슬로건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현실화된다는 이점도 갖게 된다.

하지만 앞으로 격화될 미·중 패권 경쟁에서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국제사회에 비춰질 수도 있기에 장고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이 비밀리에 반대의사를 밝힌 것과 달리 최근에는 노골적으로 한국의 AIIB 참여를 견제하고 있다는 점도 정치적 부담으로 꼽힌다.

한국 정부는 AIIB에 참여할 경우 중국의 '독선적 운영 방침'에 제동을 가하고 본부는 서울이나 인천 송도 국제도시 안에 유치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 내세울 논리는 '국제적 명분'이다.

정부는 중국이 주도하는 AIIB의 본부까지 중국에 위치한다면 국제사회가 예의주시할 것이라는 점을 적극 어필하면서 본부가 한국에 위치할 경우 반박할 명분을 갖추게 된다는 점을 부각시킬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지금의 분위기라면 ‘다른 나라들의 의구심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본부는 중국 밖에 둬야 한다’고 설득해 볼 만한 상황”이라며 “본부 유치에 실패하더라도 이 카드를 활용해 지배구조나 한국측 참여 조건 개선 등 다양한 교섭을 시도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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